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기성용.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기성용은 24일(한국시간) 로스토프 아레나에서 열린 멕시코와 대회 조별리그 F조 2차전(1-2 패)에서 후반 막판 왼쪽 종아리 부상을 당했다. 멕시코 미드필더 에레라와 볼 경합 도중 다리를 채여 쓰러진 뒤 역습을 허용했고, 결국 이는 두 번째 실점의 빌미가 됐다. 멕시코 취재진을 제외한 모든 외신들이 VAR(비디오판독 시스템)이 적용됐어야 한다는 반응을 내놓을 만큼 이날 경기의 결정적인 순간이었다.
그럼에도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이미 대표팀은 3장의 교체카드를 전부 소진한 상황이라 벤치 밖으로 나갈 수 없었다. 오히려 부상 투혼을 발휘, 다리를 절면서도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그라운드를 누볐다.
기성용이 목발을 짚고 경기장을 빠져나간 가운데 대표팀 신태용(48) 감독은 공식기자회견에서 “(기)성용이가 다리를 많이 절었다. 다음 경기까지 주어진 시간 동안 몸을 100% 만들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부정적인 상황을 전했다.
대표팀은 비상이 걸렸다. 27일 카잔에서 펼쳐질 독일과의 조별리그 3차전 출격이 사실상 어렵게 됐다. 만약 이 경기를 이기면 실낱같은 16강 진출의 기적을 달성할 수 있기에 더욱 뼈아프다. 멕시코가 같은 날 스웨덴을 꺾는다는 가정 하에 우리도 전 대회 챔피언을 잡는 이변을 연출하면 조별리그를 통과하게 된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기성용(오른쪽).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그러나 중원의 핵심이자 공격 전개의 시발점, 1차 수비 저지선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는 기성용을 대체할 자원은 사실상 현 대표팀에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그라운드 안팎에서 묵직한 리더십을 발휘한 터라 구심점이 없는 대표팀은 더욱 불안하기만 하다.
월드컵 여정을 앞두고 진행한 오스트리아 레오강 사전훈련캠프에서 치른 볼리비아 평가전(0-0) 직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 인터뷰에서 “아시아 최종예선부터 ‘잘하겠다’ ‘열심히 하겠다’는 말을 반복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그렇게 하지 못했다. 거짓말쟁이가 되는 것 같아서 너무 괴롭다. 이제는 딱히 할 얘기가 없을 정도”라며 침통해한 기성용이다.
기성용은 당당하고 아름다운 태극마크 반납을 꿈꿨다. 막내로 출격한 2010남아공월드컵 당시 선배들과 함께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이라는 값진 선물을 한국축구에 선사한 그는 최근 들어 몸 상태가 예전과 같지 않다는 느낌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다. 어릴 적에는 이해할 수 없었던 유럽 리거의 남모를 고충을 직접 경험했다는 전언이다.
사실 기성용은 엄청난 몸값을 제시한 중국 슈퍼리그의 러브 콜을 받았으나 대한민국 국가대표라는 강한 책임감으로 잉글랜드 무대에 잔류할 정도로 대표팀, 태극마크를 향한 애착이 누구보다 강하다. 그래서 개인 커리어 세 번째이자 대표팀 은퇴의 기로에 선 월드컵 여정은 더 없이 특별했다. 독일전까지 남은 시간 동안 물리적인 회복이 버거운 가운데 신 감독도 현 시점에선 ‘선수보호차원’에서 기성용을 독일전 출전엔트리에서 제외할 것으로 예상된다.
로스토프나도누(러시아)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