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서 또 확인된 ‘일본의 두 얼굴’

입력 2018-06-26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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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축구팬들이 경기가 끝난 후 주변을 정리하고 있는 모습.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2018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H조의 일본이 그라운드 안팎에서 거듭 주목 받고 있다. 25일(한국시간) 예카테린부르크 아레나에서 치른 세네갈과의 2차전을 2-2 무승부로 마친 경기력과 더불어 성숙한 ‘관전 매너’로 찬사를 받고 있다. 일본 팬들은 19일 콜롬비아전에 이어 또 한 번 경기 후 바로 퇴장하지 않고 관중석의 쓰레기들을 자발적으로 청소했다. 미리 준비해간 비닐봉투를 이용해 자신들의 흔적을 지우는 그들의 모습은 ‘서구인들의 눈에는 특히나’ 예의바르고 선진적인 일본인의 이미지 그대로였다.


그러나 이날 예카테린부르크 아레나 관중석 한편에선 볼썽사나운 장면도 연출됐다. 제2차 세계대전 전범국인 일본의 제국주의를 상징하는 욱일기가 버젓이 등장해 빈축을 샀다. 반성 없는 전범국의 낯 뜨거운 선전장이 월드컵에서도 예외 없이 펼쳐진 것이다. 한국과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권에선 심각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직접적 침략을 겪지 않은 서구인들이나 그들이 주도하는 국제축구연맹(FIFA)이 그동안 전범기에 대해 관대한 태도로 일관한 결과인지 모른다. 19일 튀니지전 2-1 승리 직후 러시아의 한 바에서 나치 경례를 했던 50대 잉글랜드 남성은 곧 자국으로 송환된 데 이어 24일 5년간 축구장 입장금지 처분을 받았다. 적어도 축구장에서만큼은 ‘일본의 두 얼굴’을 사라지게 할 수 있는 타산지석의 사례다.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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