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다미 “1500 대 1 뚫고 액션 주인공…아직도 얼떨떨”

입력 2018-06-26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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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마녀’를 통해 화려하게 데뷔한 김다미. 신인 연기자에게 벅찬 고난도 액션과 감정 연기를 거뜬히 소화하면서 관객의 기대에 부응한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영화 ‘마녀’를 통해 화려하게 데뷔한 김다미. 신인 연기자에게 벅찬 고난도 액션과 감정 연기를 거뜬히 소화하면서 관객의 기대에 부응한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 오디션 10번 만에 액션영화 ‘마녀’ 주인공 따낸 신인 여배우 김다미

데뷔작에서 주인공…응원해주신 부모님 덕분
완전 몸치…3개월간 매일 3시간씩 액션 훈련
‘셰이프 오브 워터’ 샐리 호킨스 같은 배우가 꿈


언제 이룰지 모를 연기자의 길을 준비해왔지만 데뷔하자마자 영화의 주연을 맡을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막연히 서른 살 혹은 그 후에 영화 주인공을 하지 않을까 생각해왔다. 예상과 달리 처음부터 액션영화의 주인공을 차지했다. 심지어 영화를 홀로 이끌어가는 책임까지 맡았다. 신예 김다미(23)에 닥친 행운이자 부담이다. “30대나 40대쯤 되면 영화 주인공을 하겠지, 막연히 생각했다. 히어로영화를 자주 보던 내가 염력을 쓰는 역할을 하게 될 줄도 몰랐고. 하하! 꿈꿔온 걸 한 번에 이룬 것 같다.” 27일 개봉하는 영화 ‘마녀’(감독 박훈정·제작 영화사 금월)는 또 한 명의 새 얼굴을 세상에 소개하는 작품이다. 개봉을 이틀 앞두고 만난 김다미는 “지금 내 주위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모든 일을 믿을 수 없고, 실감도 나지 않는다”고 했다.


● 1500 대 1의 경쟁률 뚫은 주인공

김다미는 지난해 대학(인천대 공연예술학부)을 졸업했다. 뚜렷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유치원에 다닐 무렵부터 TV에서 ‘천국의 계단’ 같은 드라마를 챙겨봤고, 드라마에 나오는 배우들의 연기를 빠짐없이 흉내 냈다고 했다. 그때부터 고등학생이 될 때까지 꿈은 오직 하나. 연기자였다. 부모도 딸의 확고한 꿈을 응원했다.

“대학 들어가서 3년간 연극 워크숍 공연에만 몰두했다. 아침부터 밤까지 학교에서 살았다. 연기를 하기엔 스스로 준비가 안됐다고 여겼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건 연습뿐이었다. 그 때 여성 독립운동가 역할을 했는데 내 성향에 가장 잘 맞았다. 4학년이 되니까 더 늦기 전에 일단 부딪혀보고 싶었고, 그 때부터 영화 오디션을 보기 시작했다.”

영화 출연을 꿈꾸는 신인 혹은 무명배우들의 관문인 ‘프로필 투어’도 대학 4학년 때 시작했다. 자신의 프로필을 들고 영화사 곳곳을 찾아다니는 일. 많게는 100번 넘도록 투어만 하는 지망생도 있지만 김다미는 비교적 행운아에 속한다. 오디션에 도전한지 10여 번 만에 ‘마녀’의 주인공을 따냈다. 1500 대 1의 경쟁률을 뚫은 실력자이다.

“오디션 정보가 올라오는 온라인 카페에서 ‘마녀’ 제작 소식을 접했다. 바로 영화사를 찾아가 프로필을 냈고. 오디션은 3차까지 봤다. 한 달쯤 기다린 뒤 합격 통보를 받고서야 실감이 났다. 곧바로 엄마한테 전화해 자랑했지만 날아갈듯 기쁜 마음은 딱 그때뿐이었다.”

영화 ‘마녀’에서의 김다미. 사진제공|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영화 ‘마녀’에서의 김다미. 사진제공|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마녀’와 그 주인공 자윤이라는 캐릭터는 신인이 소화하기엔 녹록지 않은 작품이자 인물이다. 영화는 비밀스러운 실험실에서 벌어진 처참한 살육전에서 홀로 살아남은 소녀가 실험실에서 탈출하고 10년이 지난 뒤 이야기다. 기억을 잃고 원인 모를 두통에 시달리는 고등학생 자윤에게 낯선 이들이 찾아와 ‘너의 정체를 밝히라’고 다그치면서 비로소 미스터리한 사건이 시작된다.

김다미는 “친구와 어울려 지내는 자윤의 모습은 실제 내 모습과 많이 닮았다”고 했다.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고, 말수가 적은 것도 비슷하다”고 꼽았다. 하지만 영화 속 역할과 실제 모습 사이에는 괴리가 더 크다. 어릴 때 기억을 되찾으면서 자신이 가진 힘을 자각하는 자윤은 어떤 상대도 단번에 제압한다. 염력까지 쓴다. 고난도 액션 연기가 김다미 앞에 놓였다.

“액션이나 운동과는 거리가 먼 사람인데 어떻게든 ‘마녀’를 해내야 했다. 촬영을 앞두고 3개월간 매일 3시간씩 액션 훈련을 받았다. 무술 감독님이 처음엔 정말 황당하셨을지 모른다. 내 몸은 거의 ‘무’의 상태였으니까. 하하! 처음 한 달간 기초체력을 키웠다. 시간이 지나니까 근육이 생기면서 몸이 변하는 게 느껴졌다. 신기했다.”

● 오래 보면 더 예쁜 배우


‘마녀’가 개봉 이후 관객으로부터 어떤 평가를 받을지 지켜봐야 하지만, 적어도 김다미를 향한 기대까지 처음부터 애써 막을 필요는 없다. 최근 몇 년간 한국영화에 새로운 얼굴이 기대주로 등장하는 상황에서 김다미는 그 흐름을 잇는 동시에 전혀 다른 차원의 매력으로 자신의 개성을 드러낸다. 유난히 가늘고 긴 팔다리와 날렵해 보이는 그의 몸은 이번 ‘마녀’에서 보인 액션을 넘어 다양한 장르 영화에서도 확실한 장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는 독립적인 편이다. 좋고 싫은 게 분명하게 나뉜다. 나의 매력? 낯을 가리지만 오래 보면…예쁜? 하하! 요즘은 영어를 배우고 있다. 지금 나한테 가장 필요한 일 같다.”

신인 배우 김다미.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신인 배우 김다미.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옷 수선 일을 하는 그의 부모는 딸의 꿈을 늘 응원해왔다고 한다. 딸의 주연영화 개봉을 앞두고 가장 기뻐하는 사람도 다름 아닌 부모. 김다미는 “연기자가 된다고 했을 때 부모님은 나를 말리지 않고 체계적인 교육 기회를 마련해줬다”며 “부모님이 하는 일의 영향 때문인지 한 번쯤 옷을 만드는 일을 배우고 싶다”고도 했다.

“아직 보이지 않은 모습이 많으니 차근차근 배우고 경험하면서 보이려고 한다. 숱한 영화와 그 속에 나오는 배우들이 나에겐 선생님이고 자극제가 된다. 얼마 전 ‘셰이프 오브 워터’를 봤는데 주인공 샐리 호킨스처럼 연기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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