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장현의 여기는 러시아] ‘지독파’ 손흥민-구자철을 믿는다

입력 2018-06-27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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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손흥민.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지독파(知獨派)’. 한국축구의 실낱같은 16강행 희망이 바로 여기에 달렸다.


신태용(48) 감독이 이끄는 축구국가대표팀이 2018러시아월드컵 운명의 대결을 앞두고 있다. 신태용호 태극전사들은 27일 오후 11시(한국시간) 러시아 카잔 아레나에서 독일과 조별리그 F조 최종전을 치른다.


한국축구의 명운이 걸린 이날 한판승부의 열쇠는 독일을 가장 잘 아는 ‘지독파’가 쥐고 있다. 주인공은 전 세계 최고의 무대로 불리는 독일 분데스리가 출신 손흥민(26·토트넘)과 구자철(29·아우크스부르크)이다. 전차군단의 텃밭을 발판삼아 정상급 필드 플레이어로 성장한 둘은 이제 적의 신분으로 독일의 심장을 겨눈다.


● 반드시 필요한 손흥민의 2골


현재 2전 전패로 F조 최하위에 처진 한국은 16강 진출 ‘경우의 수’가 그리 넉넉지 않다. 같은 시각 멕시코가 스웨덴을 누르고, 한국이 독일을 상대로 최소 2골을 넣고 이겨야한다. 다시 말해, 결국 ‘에이스’ 손흥민이 다시 해줘야 한다는 이야기다. 공교롭게도 손흥민은 태극전사들 가운데 독일을 가장 잘 아는 선수로 분류된다.


동북고 1학년에 재학 중이던 2008년, 대한축구협회 유학 프로젝트에 선발돼 독일로 떠난 손흥민은 함부르크와 레버쿠젠에서 자신의 성장판을 열어젖혔다. 유럽선수들 사이에선 크지 않은 체구(183㎝·77㎏)였지만, 특유의 빠른 몸놀림과 타고난 골 감각을 앞세워 입지를 넓혀갔다. 분데스리가의 전설로 불리는 차범근이 지니던 한 시즌 두 자릿수 득점 기록을 재현한 이도 2012~2013시즌의 손흥민이었다. 전차군단 격파의 선봉장으로 그를 내세우는 이유다.


독일에서 잔뼈가 굵은 손흥민의 정신력은 어느 때보다 처절하게 무장돼있다. 2014브라질월드컵에 이어 이번 대회에서도 또다시 눈물을 흘린 울보는 친정과도 같은 독일을 상대로 1%의 가능성을 되살리겠다는 각오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구자철.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 더욱 절실한 구자철의 리더십


손흥민과 함께 ‘지독파’의 힘을 발휘할 선수는 구자철이다. 현재 태극전사들 가운데 유일하게 분데스리가 소속인 구자철은 절친한 동료 기성용(29·스완지시티)의 빈자리를 메워야하는 중책을 지니고 있다.


구자철은 손흥민과는 달리 K리그 무대를 통해 독일로 진출한 케이스다. 2007년부터 4년간 제주 유나이티드에서 중앙 미드필더로 활약한 그를 여러 유럽 구단들이 눈여겨봤는데, 연을 맺은 곳은 독일 볼프스부르크였다. 구자철은 이후 마인츠와 아우크스부르크를 거치면서 분데스리가를 대표하는 미드필더로 자리를 잡았다.


독일과의 중원싸움에서 핵심적인 열쇠로 통하는 구자철의 어깨는 무겁다. 오랜 파트너인 기성용이 멕시코와 2차전에서 종아리 근육 부상을 당해 독일전 출장이 물건너갔기 때문이다. 결국 베테랑 구자철이 기성용의 몫을 대신 채워야하는 상황. 토니 크로스와 메수트 외질 등 전차군단 야전사령관들과의 맞대결에서 구자철이 어떤 결과를 내느냐에 따라 한국축구의 운명이 갈릴 확률이 높다.


카잔(러시아)|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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