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브로에 우뜨라] 우리도 월드컵을, 또 축구를 즐길 수 있을까요?

입력 2018-06-28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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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F조 2차전 대한민국과 멕시코의 경기에서 응원하는 관중들의 모습.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러시아에서 정말 축구에 푹 빠져 살았습니다. 물론 우리나라 축구국가대표팀 동행이 주 목적인데다 한정된 시간, 힘겨운 이동을 고려해 많은 도시를 방문하진 못했으나 가능한 많은 경기를 보려 했습니다.


다행히(?) 4년 전 브라질대회와 달리, 대표팀이 베이스캠프를 월드컵 개최도시 중 하나인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차리면서 이 지역에서 펼쳐진 두 경기를 보너스처럼 챙길 기회를 얻었습니다. 모로코-이란, 러시아-이집트. 물론 매력적인 경기는 아니었습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를 쓸어 담은 이집트 공격수 살라(리버풀)를 제외하면 이렇다할 슈퍼스타를 본 것도, 매치-업 자체가 그리 흥미진진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강렬하게 느낀 한 가지가 있습니다. 방문객들은 지구촌 축구 축제를 한껏 만끽하고 즐기고 있다는 것입니다. 승부와 관계없이 조국의 젊은이들과 함께 축제의 한마당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그저 행복해합니다. 얼굴에 자국 국기를 페인팅하고, 국기를 흔들고 목청껏 노래를 불러대며 맥주 한 잔으로 흥 넘치는 응원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너무 부러웠습니다.


물론 스웨덴과 멕시코, 독일 등 우리의 조별리그 상대국들도 경기 결과에 일희일비하는 건 어쩔 수 없었으나 매 순간을 만끽하려는 모습은 참으로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우리는 참 월드컵을 즐기지 못하는 듯 합니다. 포메이션이 이러쿵, 벤치 선수기용이 또 저러쿵, TV 앞 전문가들은 차고도 넘치는데 정작 경기장 관중석에는…. “더욱 큰 성원을 해 달라”가 아닌, “비난을 그만 해 달라”며 울먹인 선수들을 보며 마음이 너무 아팠습니다.


한 때 우리들도 외국의 월드컵 경기장을 붉은물결로 가득 채운 적도 있었습니다. 2006년 독일대회였습니다. 이후 꾸준히 줄어들었고,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우리들은 언제쯤 순수하면서도 즐겁게 축구를 볼 수 있을까요? 그런 날은 정말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요? 생각이 참 복잡한 하루입니다.


러시아 카잔에서


※ ‘도브로에 우뜨라’는 러시아의 아침 인사말입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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