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F조 2차전 대한민국과 멕시코의 경기에서 응원하는 관중들의 모습.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다행히(?) 4년 전 브라질대회와 달리, 대표팀이 베이스캠프를 월드컵 개최도시 중 하나인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차리면서 이 지역에서 펼쳐진 두 경기를 보너스처럼 챙길 기회를 얻었습니다. 모로코-이란, 러시아-이집트. 물론 매력적인 경기는 아니었습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를 쓸어 담은 이집트 공격수 살라(리버풀)를 제외하면 이렇다할 슈퍼스타를 본 것도, 매치-업 자체가 그리 흥미진진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강렬하게 느낀 한 가지가 있습니다. 방문객들은 지구촌 축구 축제를 한껏 만끽하고 즐기고 있다는 것입니다. 승부와 관계없이 조국의 젊은이들과 함께 축제의 한마당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그저 행복해합니다. 얼굴에 자국 국기를 페인팅하고, 국기를 흔들고 목청껏 노래를 불러대며 맥주 한 잔으로 흥 넘치는 응원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너무 부러웠습니다.
물론 스웨덴과 멕시코, 독일 등 우리의 조별리그 상대국들도 경기 결과에 일희일비하는 건 어쩔 수 없었으나 매 순간을 만끽하려는 모습은 참으로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우리는 참 월드컵을 즐기지 못하는 듯 합니다. 포메이션이 이러쿵, 벤치 선수기용이 또 저러쿵, TV 앞 전문가들은 차고도 넘치는데 정작 경기장 관중석에는…. “더욱 큰 성원을 해 달라”가 아닌, “비난을 그만 해 달라”며 울먹인 선수들을 보며 마음이 너무 아팠습니다.
러시아 카잔에서
※ ‘도브로에 우뜨라’는 러시아의 아침 인사말입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