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성범의 다사다난 2018…혼란은 그를 리더로 키웠다

입력 2018-06-30 09: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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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나성범. 스포츠동아DB

“예민한 편은 아닌데…. 신경을 안 쓸 수 없더라고요.”


나성범(29·NC)의 2018년은 어느 때보다 다사다난하다. 프로 선수라면 경기 외적인 부분으로 부침을 겪게 마련이지만, 올해는 큰 ‘사건’이 세 개나 찾아왔다. 하지만 나성범은 흔들리지 않고 있다.


● 메이저리그부터 감독 교체, AG 탈락까지…다사다난 2018


시작은 5월이었다. 5월초,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마산구장을 찾았다. 나성범을 관찰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최고구속 150㎞를 던지던 연세대 재학시절부터 미국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NC 입단 후 타자로 전업해 호타준족의 면모를 뽐냈고, 메이저리그는 그에게 시선을 떼지 않았다. 거기에 ‘슈퍼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와 계약했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오며 나성범은 팬들 사이 화두에 올랐다.


딱 한 달 뒤, 나성범은 물론 NC를 뒤흔든 사건이 벌어졌다. 구단이 김경문 감독을 경질하며 유영준 전 단장에게 감독대행을 맡긴 것이다. 나성범은 NC가 퓨처스리그에 머물던 2012년 김경문 감독을 만났다. 연세대를 갓 졸업한 그에게 배트를 쥐어준 것도 김 전 감독이었다. 프로 입단 후 처음으로 겪은 감독 교체는 ‘논란투성’이었다. 선수가 경기에 집중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 이어졌다.


마음에 생채기도 있었다. 6월 중순 발표된 2018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 엔트리에 나성범의 이름은 없었다. 물론 나성범은 2014인천 대회에 참가해 금메달을 목에 걸며 군 면제 혜택을 받았지만, 태극마크에 대한 애착이 유달리 강한 그로서는 아쉬움이 남았다. 해외 진출 논란과 감독 교체 속에서도 제몫을 다해주던 그였기에 팬들에게도 충격으로 다가왔다.


NC 나성범. 스포츠동아DB


● 스트레스를 비운 자리, 책임감이 싹튼다


멘탈이 강하고 주위 환경에 무던한 나성범이지만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그는 “솔직히 심적인 스트레스가 강한 시즌이다. 내가 말을 안 해도 주위에서 그런 얘기가 많을 수밖에 없지 않나. 개인에게나 우리 팀에게나 여러 일들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메이저리그 얘기부터 감독님 교체, 아시안게임 탈락 모두 쉽사리 지나치기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스트레스를 금방 푸는 타입이다. 휩싸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그의 말처럼 흔들림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는 28일 창원 두산전에서 2안타를 때려내며 시즌 100안타 고지에 올라섰다. 1군 2년차인 2014년부터 5년 연속 세 자릿수 안타. KBO리그 역대 66번째 대기록이다. 물론 지난해까지 3년 연속 170안타 이상씩 때린 그가 만족할 리 없는 기록이다. 나성범은 “아직 경기가 많이 남았다. 목표는 80개를 더 치는 거지만 자만해서 안 된다. 시즌 첫 타석이라고 생각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스트레스가 많았지만 비우려고 한다. 매일 마음을 다잡는다. 그 덕에 큰 슬럼프가 없는 것 같다”고 스스로 진단했다.


스트레스를 비운 자리는 책임감이 채운다. NC 유영준 감독대행은 “28일 경기 중 깜짝 놀랄 일이 있었다”고 말했다. 더그아웃에서 경기를 지켜본지 한 달여. ‘임시 주장’ 나성범이 목소리 높여 동료들을 독려하고 파이팅 불어넣는 모습을 봤기 때문이라고. 유 대행은 “내년 즈음부터는 나성범이 주장으로 나서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묵묵히 자기 것을 하는 선수다. 후배들의 귀감이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나성범도 “과거에는 내 야구만 신경 썼다. 내 성적이 올라갈수록 팀에 보탬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1군에 후배들이 정말 많아졌다. 뒤도 돌아봐야 한다”며 “우리나이로 서른이다. 후배들에게 롤 모델까진 아니더라도, 배울 점이 많은 선배로 보이고는 싶다”고 밝혔다.


2013년, 풋내기였던 나성범은 ‘베테랑’ 이호준을 보면서 프로 생활을 체득했다. 이제 그 역할은 나성범에게 넘어갔다. 젊은 선수들이 부쩍 늘어난 NC에게 ‘리더’ 나성범은 반가운 변화다. 다사다난한 2018년은 그를 리더로 키우고 있다.


수원|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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