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3분의 1’ KT 니퍼트의 발자취가 위대한 이유

입력 2018-06-30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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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산 100승 기록을 세운 KT 더스틴 니퍼트. 스포츠동아DB

1998년 KBO리그에 외국인 제도가 도입된 이래 단 한 번이라도 마운드에 오른 이는 총 223명. 더스틴 니퍼트(37·KT)가 그 중 누구도 해내지 못한 통산 100승 기록을 세웠다. ‘푸른 눈의 이방인’이었던 니퍼트는 한국 야구에 자신의 이름을 선명히 아로새겼다. 223명의 역대 외국인 투수 중 니퍼트는 단연 ‘No.1’이다.


니퍼트는 29일 수원 NC전에서 7이닝 5안타 2볼넷 2실점을 기록했다. 타선이 5점을 뽑아내고, 불펜진이 1실점으로 2이닝을 틀어막으며 KT는 7-3으로 승리했다. 니퍼트의 통산 100승이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2011년 두산에서 데뷔한 니퍼트는 지난해까지 7시즌 동안 185경기에 등판해 94승을 기록했다. 하지만 올 시즌을 앞두고 재계약이 불발되며 한국을 떠날 위기에 놓였다. KT가 니퍼트의 가능성을 보고 손을 내밀었고, 니퍼트의 현역 생활 연장이 가능해졌다. KT 유니폼을 입은 니퍼트는 시즌 초 고전했지만, 어느새 제 모습을 찾으며 통산 100승 고지에 올라섰다.


국내 선수들까지 포함해도 100승을 달성한 이는 니퍼트까지 딱 30명이다. 37년 역사에 숱한 투수들이 마운드를 거쳤지만 세 자릿수 승은 그만큼 대기록이다. KT 김진욱 감독은 “외국인 선수의 100승은 정말 어렵다. 꾸준한 성적이 아니면 재계약이 불발되기 때문이다. 니퍼트도 그렇지 않았나”라며 “니퍼트가 팀에 꼭 필요한 1승을 위해 혼신의 투구를 했다. 그가 왜 100승 투수가 됐는지를 여실히 보여줬다”고 밝혔다.


KT 더스틴 니퍼트. 스포츠동아DB


니퍼트가 100승 고지에 오르기까지는 딱 200경기가 필요했다. 니퍼트는 1987년 김시진(당시 삼성·186경기), 1990년 선동열(당시 해태·192경기)에 이어 세 번째로 적은 경기를 소모하며 100승을 기록했다. 8년차 이전에 달성한 것도 김시진과 선동열뿐이다.


비단 승리뿐이 아니다. 니퍼트는 이날 NC전에서 두 가지 기록을 더 남겼다. 니퍼트는 3회 최준석을 돌려세우며 이날 세 번째 삼진을 빼앗았다. 니퍼트의 통산 1000탈삼진째였다. 외국인 투수 최다 탈삼진 기록은 이미 니퍼트의 몫이었지만, 역대 32번째로 네 자릿수 삼진을 달성한 건 의미 있었다. 니퍼트 다음은 앤디 밴헤켄(전 넥센·860삼진)이지만 한국을 떠나 기록 추가가 어렵다. 헨리 소사(LG·899삼진)가 맹추격 중이지만 아직 차이는 분명하다. 외인 최다 탈삼진 기록은 당분간 니퍼트의 몫으로 남을 전망이다.


아울러 니퍼트는 이날 7이닝을 소화하며 통산 1202.1이닝을 기록했다. 1200이닝 투구는 KBO리그 역대 46번째. 외국인으로는 다니엘 리오스(1242이닝)에 이어 두 번째다. 니퍼트는 올 시즌을 부상 없이 치른다면 종료 직전 리오스를 넘어 외인 최다 이닝 투수에도 등극하게 된다.


수원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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