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길의 스포츠에세이] 한국축구는 손흥민의 원맨팀이 되어선 안 된다

입력 2018-07-06 05: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2018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F조 독일과의 경기에서 첫 골을 넣은 후 기뻐하고 있는 모습.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8강 대진이 확정된 2018러시아월드컵은 이제 종착역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유럽 6개국과 남미 2개국이 승부를 겨루는 가운데 베팅업체들은 브라질과 프랑스, 잉글랜드의 우승 가능성을 높게 점친다. 또 정상으로 이끌 각 팀 에이스들의 활약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런데 이 명단에는 우리에게 낯익은 이름들이 빠져 있다. ‘축구계의 신’으로 불리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3·포르투갈)와 리오넬 메시(31·아르헨티나)다. 이들은 지난 10년간 세계 축구계를 쥐락펴락했다. 레알 마드리드(호날두)와 바르셀로나(메시)의 앙숙관계 때문에 관심은 늘 뜨거웠다. 또 클럽 대항전의 정상 다툼은 언제나 이들의 몫이었다. 하지만 월드컵에선 달랐다. 둘은 16강에서 짐을 쌌다. 포르투갈은 우루과이에 1-2로 졌고, 아르헨티나는 프랑스에 3-4로 패했다.


나는 그동안 월드컵에서 단 한번도 만난 적 없는 이들의 세기의 맞대결을 상상했다. 또 누가 되든 결승까지 갔으면 했다. 아울러 펠레나 마라도나처럼 축구황제로 등극하기 위해 필요한 월드컵 왕관이 이들 중 누군가에게 돌아가기를 바랐다. 하지만 모든 게 물거품이 됐다.


이들의 탈락은 원맨팀의 몰락이다. 이는 축구가 팀 스포츠라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아무리 뛰어난 선수라도 혼자서 북치고 장구 치면서 승리까지 챙기기는 쉽지 않다.


포르투갈 축구대표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포르투갈은 호날두의 원맨팀이다. 주장인 그의 활약에 따라 희비가 갈린다. 그는 “축구책을 펼쳤을 때 펠레와 마라도나 옆에 내 이름이 있길 바란다”고 할 정도로 월드컵 우승을 갈망했다. 1차전 스페인전은 원맨의 위력이 돋보였다. 보기 드문 골 장면을 연출하며 해트트릭을 작성했다. 모로코전서도 결승골을 넣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토너먼트에서는 더 이상 상대를 괴롭히지 못했다. 오히려 상대의 수비 조직력에 꽁꽁 묶였다.


아르헨티나 또한 주장인 메시의 원맨팀이다. 지난 대회 준우승에 머물며 눈물을 흘렸던 메시는 2016코파아메리카 우승 실패 후 전격 은퇴를 선언했다가 복귀한 만큼 각오가 남달랐다. “아르헨티나 국민들을 행복하게 해줄 수만 있다면 내가 이뤄낸 모든 수상을 월드컵 우승과 맞바꾸고 싶다”고 할 정도로 월드컵 정상은 절실했다.


아르헨티나 축구대표팀 리오넬 메시의 쓸쓸한 뒷모습.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하지만 1차전 아이슬란드전에서 페널티킥을 실축하는 등 출발이 불안했다. 16강의 운명이 걸린 3차전 나이지리아전에서 골을 터뜨리며 살아나는 듯 했지만 결국 16강을 넘지 못했다. 그는 프랑스의 ‘신성’ 킬리안 음바페와 비교 당하며 쓸쓸히 퇴장했다. 이번 대회 4경기에서 기록한 메시의 슈팅수는 17회에 불과했다.


이들 원맨팀들이 기를 펴지 못하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월드컵에서 개인의 고군분투는 통하지 않는다. 협업 플레이를 해야 살아남는다. 월드컵은 국가대항전이다. 한 나라에서 가장 잘 하는 선수들로 짜여진다. 그리고 조 추첨 후 6개월간 상대팀을 분석한다. 타깃은 상대팀 에이스다. 그의 공격 루트를 막는 게 전술의 핵심이다. 한명이 상대하는 게 아니다. 팀 전술로 공간을 차단한다. 아무리 뛰어난 선수라도 이를 혼자서 뚫기는 쉽지 않다. 당대 최고의 선수들이 빈손으로 돌아간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손흥민.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원맨팀의 몰락이 예사롭지 않은 건 우리와도 무관치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손흥민(26·토트넘)의 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대회 2골을 넣은 그의 존재는 절대적이다. 혼자서 대부분의 공격을 이끌었다. 4년 뒤엔 손흥민을 중심으로 팀이 재편된다. 주장을 맡을 수도 있다. 의존도는 더 높아진다. 이럴 경우 개인과 팀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특히 손흥민은 부담감 때문에 경기력에도 지장을 받을 수 있다.


이번 대회서도 혼자 부담감을 이겨내야 했다. 그는 스웨덴에 패한 뒤 “유효 슈팅이 없는 것은 공격수들의 책임이다. 골을 넣지 못했을 땐 당연히 공격수들이 책임을 져야하는 문제다”며 자책했다. 9개의 슛을 쏘며 극적인 만회골을 넣었던 멕시코전 이후엔 “내가 찬스를 너무 많이 놓쳐 미안하다. 더 잘했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미안해했다. 독일전 승리 이후엔 “월드컵 오면서 부담감이 없을 수가 없다. 그 부담감을 선수들이 다 나눠 가져줬다는 것에 너무 고마웠다”고 전했다.


세계적 수준의 손흥민에게도 월드컵은 무섭고 두려운 무대다. 그래서 동료들의 도움이 절실하다. 그게 손흥민의 진심이다. 우리는 원맨팀이 아니라 원팀이어야 한다. 손흥민을 중심으로 하되, 절대적인 의존이 아니라 11명 모두가 각자의 역할을 해줘야 목표를 이룰 수 있다. 그게 우리의 월드컵 생존전략이다.


최현길 전문기자 choihg2@donga.com·체육학박사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