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허순미 “오디션 때 ‘발 연기’ 했는데 합격했죠”

입력 2018-07-18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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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수목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에서 박민영의 둘째 언니로 출연중인 허순미. 뮤지컬 배우로 활동하다 드라마에 첫 출연한 허순미는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강한 인상을 남기고 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 tvN 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에서 신스틸러로 우뚝 선 허순미

원작 캐릭터에 맞아 붙여주신 듯
삼겹살집 1년 일하고 몸매 잃어
그래도 살찌고 나니 많이 찾아줘


케이블채널 tvN 수목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가 동시간대 지상파 드라마를 압도하는 시청률을 얻고 있다. 박서준·박민영의 호흡이 인기의 핵심요소이지만, 드라마를 맛깔스럽게 만드는 조연들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동명의 원작 웹툰과 높은 싱크로율을 보여주는 배우 허순미(31)가 특히 눈길을 끄는 조연이다.

박민영을 보려는 시청자는 그 옆에서 쉬지 않고 조잘거리는 인물을 발견할 수밖에 없다. 극중 박민영의 둘째 언니 김말희를 연기하는 허순미는 실제 성격으로 오해할 만큼 호들갑스럽고 주책맞은 캐릭터를 연기한다. 돼지 껍질을 사랑하며, 스트레스를 먹는 것으로 푸는 비뇨기과 의사로 출연하는 허순미는 극중 첫째 언니 김필남 역의 백은혜 추천으로 오디션을 보고 드라마에 합류하게 됐다.

“나름 뮤지컬 10년 했는데 오디션 때 ‘발 연기’를 했다. 나오자마자 머리를 쥐어박으며 ‘내 것이 아니구나’라고 체념했는데 연락이 왔다. 원작을 보니 제 캐릭터가 저처럼 단발에 뚱뚱하고 먹는 걸 좋아하더라. 하하!”

tvN 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에서의 허순미. 사진출처|tvN ‘김비서가 왜 그럴까’ 방송 화면 캡처


백제대 뮤지컬과를 졸업한 허순미는 2009년 뮤지컬 ‘비애비’로 연기자 생활을 시작했다. 서울 대학로에서 ‘이블데드’ ‘레드북’ ‘빨래’ 등에 출연하며 입지를 다졌고, 한 우물만 파다보니 드라마에 출연하는 기회까지 얻었다.

“주위에서는 ‘TV와 무대에서의 연기가 많이 다르다’던데, 첫 드라마여서 그런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그저 재밌다. 물론 낯설고, 설레고 두렵기도 하다. 서울 오류동 집에서 대학로가 있는 혜화역까지 지하철로 1시간이고, 방송사가 있는 상암동까지는 45분이 걸리는데 상암 가는 길은 부산 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허순미가 대학로에서 뮤지컬 배우로 생활하며 가장 힘들었던 점은 금전적인 문제였다. 채용해주지 않을 것 같아 자신을 유치원생 아이를 둔 엄마로 속이고 아르바이트도 하고, 1년간 삼겹살집에서 일하면서는 날씬한 몸을 잃었다.

그는 “정신 차리고 눈떠보니 이렇게 됐다”고 웃으며 자신의 몸을 가리킨다. 2010년 초반의 허순미는 지금보다 몸무게가 25kg 덜 나갔다. 하지만 다이어트 계획에는 손사래를 친다.

“목소리가 지금도 허스키한 편인데, 많이 예뻐진 거다. 날씬했을 때 제 모습과는 저의 걸음걸이와 웃음소리 등 모든 것이 어울리지 않았다. 살이 쪄서 그런 건지(웃음) 둥글둥글하고 통통 튀는 역할이 필요하면 많이 찾아주신다.”

허순미는 “대부분의 뮤지컬 연출자들이 제 몸을 보고 무릎을 걱정하시는데 생각보다 날렵하다”며 “20대 후반부터 욕심을 많이 내려놓았다. 제 자신을 알기에 주인공 욕심은 없다”고 했다.

배우 허순미.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2018년은 허순미에게 그 어느 해보다 뜻 깊다. ‘김비서가 왜 그럴까’를 통해 드라마 신고식을 치렀고, 8월21일부터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으로 연극무대에도 처음 오른다.

“외모가 어떻든 간에 진심을 다해 연기하면 빛이 난다고 생각한다. 사람 사이에서도 진심이 통하면 급속도로 친해지듯이 진심을 다한 연기로 많은 분들과 가까워지고 싶다.”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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