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배구 최고 지도자 신치용 삼성화재배구단 고문은 국가대표팀에서는 2000년 시드니올림픽 본선티켓을 따낸 것을, V리그에서는 2라운드까지 꼴찌였다가 결국 챔프전 정상에 오른 2011∼2012시즌을 배구 인생 최고의 승부라고 말했다. 사진제공|스포츠포커스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우생순)은 비단 여자핸드볼 선수만의 얘기는 아닐 것이다. 모든 스포츠인들에겐 그들만의 우생순이 있다. 언제 떠올려도 기분 좋은, 또는 가슴 뭉클한 스포츠인들의 그 짜릿한 기억들을 독자 여러분에게 전달한다.》
당시 감독인 신치용(63) 삼성화재배구단 고문은 그 날을 인생 최고의 순간으로 기억했다.
“국내에선 다들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일본과 중국 감독들이 대회를 앞두고 우리에게 안 진다고 큰 소리쳤다. 하지만 우리는 적지에서 해냈다. 너무 짜릿했다. 올림픽 티켓이 확정되는 그 순간이 지금도 가장 기억에 남는다. 승리를 장담했던 일본과 중국 감독은 대회 이후 경질된 걸로 안다. 또 내 개인적으로는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코치에 이어 2000년에는 감독으로 올림픽에 출전하는 기쁨을 누렸다.”
올림픽 본선행의 원동력은 감독의 리더십과 함께 성공적인 세대교체다. 실제로 세대교체를 통해 더 강해졌다. 김세진을 주장으로 선임한 것은 물론이고 기존의 주포인 신진식-김세진에 더해 이경수와 장병철이 가세하면서 전력은 한층 강화됐다.
안타까운 건 2000년 이후 남자배구가 긴 수렁에 빠져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 5회 연속 올림픽 출전을 끝으로 4회 연속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신 고문은 “2020년 도쿄올림픽도 쉽지 않아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훈련을 많이 해야 한다. 특히 기본에 충실한 훈련을 집중적으로 해야 한다. 선수들이 싫어한다고, 피곤하다고 해서 안 시켜선 안 된다. 기본에서 지면 절대 좋은 성적이 나올 수 없다”고 강조했다.
삼성화재배구단 신치용 고문. 스포츠동아DB
그 많은 우승 중에서 특히 그가 꼽은 최고 순간은 V리그 2010~2011시즌이다. 신 고문은 “2라운드 끝날 때 꼴찌였다. 그런 상황에서 정상에 오른 건 정말 잊을 수가 없다”고 했다. 1라운드 2승4패, 2라운드 1승5패로 고전했던 삼성화재는 겨우 봄 배구에 진출했고, 준PO~PO~챔프전을 치르면서 단 1패만 기록했을 뿐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였다. 신 고문은 우승 원동력을 ‘팀워크’라고 했다.
“사실 삼성화재는 실업배구 시절엔 선수 층이 좋아 우승했다. 프로가 되면서 성적 역순 드래트프 때문에 선수가 없었다. 하지만 우리는 외국인 선수를 앞에 내세우고, 기본과 함께 팀워크를 강화했다. 선수들이 헌신적으로 해줬다. 당시 우승 영상을 보면 기가 막힌다. 석진욱, 박철우 등이 부상으로 뛰지를 못했다. 그동안 뛰지 못했던 선수들이 나서 정상에 올랐다. 저 멤버가 어떻게 우승을 했나 싶을 정도다. 선수들이 해내겠다는 정신으로 똘똘 뭉쳐 있었다. 그 때 뛰었던 선수들도 상당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최현길 전문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