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타수 무안타’ 상대전적 열세? 이범호의 만루본능이 더 강했다

입력 2018-09-28 21: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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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8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KIA타이거즈와 LG트윈스 경기가 열렸다. 8회초 2사 만루에서 KIA 이범호가 LG 마무리 정찬헌을 상대로 만루홈런을 치고 있다. 잠실|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KIA 타이거즈 이범호(36)는 ‘만루의 사나이’로 통한다. 단순히 만루에서 강한 정도가 아니다. 꼭 결정적인 순간, 임팩트가 엄청난 한방으로 팬들을 열광의 도가니에 빠트린다. 5위 싸움의 분수령이었던 28일 잠실 LG 트윈스전도 이범호의 만루본능이 빛난 한판이었다. 2-2로 맞선 8회 1사 만루에서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그랜드슬램을 발사하며 팀의 6-2 승리를 이끌었다.

28일까지 이범호의 올 시즌 성적은 89경기 타율 0.280(293타수82안타), 19홈런, 64타점이다. 특히 만루에서 극강의 면모를 뽐냈다. 1홈런 포함 10타수 5안타(타율 0.500)에 무려 16타점을 쓸어담았다. 홈런뿐만 아니라 다른 수단으로도 만루 본능을 숨기지 않았다는 의미다. 안타가 나온다면 분위기를 끌어올릴 수도 있지만, 그 반대의 경우 상대에게 흐름을 완전히 넘겨줄 수 있어 만루는 양날의 검으로 불린다. 그런 상황에서 집중력을 유지하며 꾸준히 타점을 쓸어담는 일은 보통 멘탈(정신력)이 아니면 불가능에 가깝다. 그 어려운 일을 이범호가 해내고 있는 것이다.

기록에도 나타난다. 이범호는 지난 10년간(2008~2017시즌) 만루에서 타율 0.388(98타수38안타), 11홈런, 127타점을 기록했다. 프로에 첫발을 내디딘 2000년(당시 한화)부터 계산하면, 정규시즌 통산 만루홈런만 17개(포스트시즌 1개 제외)에 달한다. 대량득점이 필요할 때 그 자리에 이범호가 있었다는 얘기다.

단순히 만루에만 강했던 게 아니다. 절체절명의 승부처인 7회 이후, 2점차 이내일 때도 팬들에게 기쁨을 안겨줬다. 2018시즌 이 상황에서 팀 내 가장 많은 7개의 홈런을 때려냈다. 28일에도 그랬다. 이날 전까지 LG 마무리투수 정찬헌과 올 시즌 맞대결에서 4타수 무안타로 부진했지만, ‘만루 본능’이 상대전적을 넘어선 결과가 나왔다. 이범호는 주먹을 불끈 쥐었고, 정찬헌은 고개를 숙였다. 올 시즌 첫 만루홈런이기도 했다. 결국 KIA는 6-2로 승리하며 LG와 게임차를 2게임으로 다시 벌렸다. “바로 전날 경기에서 좋지 않은 흐름으로 패한 탓에 ‘이제 힘이 떨어졌다’고 생각할 만하면 결국 살아나긴 하더라”는 KIA 조계현 단장의 말을 현실로 만든 주인공이 바로 이범호였다.

잠실|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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