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여자부 개막특집 ⑤ IBK기업은행 전력 분석

입력 2018-10-22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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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K기업은행은 시즌 개막을 앞두고 매 년 우승후보로 꼽히는 전통의 강팀이다. FA 이적과 트레이드로 인한 많은 변화에도 좀처럼 흔들림이 없다. 이정철(가운데) 감독은 “선수를 다스리는 것은 감독이 아닌 팀 문화”라며 숨겨진 비결을 밝혔다. 사진제공|KOVO

지난 5일 오후 세계선수권대회를 마치자마자 IBK기업은행의 김수지, 이나연이 팀에 복귀했을 때였다. 대부분의 팀들은 대표선수들에게 휴식을 주거나 집에 보냈지만 이정철 감독은 아니었다. 추석연휴 때도 하루만 쉬고 훈련을 했던 팀이다. 이 감독은 “너희들을 위해 팀이 훈련 사이클을 맞출 수 없다. 대신 너희들이 맞춰라”고 했다. 이들은 다음날 군말 없이 오전훈련에 참가했다.

로마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았듯 이정철 창단감독은 8년째 팀을 이끌며 수많은 땀과 노력으로 성과를 만들어왔다. 창단 2년째인 2012~2013시즌 통합우승을 시작으로 쉼 없이 챔피언결정전에 참가했다. 2년 주기로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한 IBK기업은행의 성과는 남들보다 더 많이 흘린 땀의 열매였다.

유니폼에 새긴 3개의 별보다 더 중요한 것은 IBK기업은행만의 팀 문화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 감독은 “몇 년째 신인드래프트에서 후순위고 외국인선수도 끝번이었다. 이제는 한계에 왔다. 그래서 우리는 버텨야 한다”고 강조한다. 감독의 걱정에도 불구하고 이번 시즌에도 IBK기업은행은 여전히 정상권으로 분류된다. 마법 같은 그 노하우가 정말 궁금하다.

● 땀의 가치를 믿는 팀 문화 속에서 계속 변화를 꿈꾼다

지난 시즌의 IBK기업은행은 시즌 막판 교통사고와 챔피언결정전 1차전 5세트 14-10에서의 역전패로 요약된다. 그래서 더욱 이번 시즌을 준비하는 과정은 치열했다. 창단멤버 가운데 IBK기업은행에 남은 선수는 김희진과 6년 만에 돌아온 이나연 뿐이다. 많은 선수들이 떠났고 새 얼굴들이 틈을 채웠다.

변화를 위해 주전세터도 이고은에서 이나연으로 교체했다. FA와 은퇴로 주력선수들이 떠나면서 팀은 항상 다시 시작해야 했지만 변하지 않는 것은 바로 팀 문화였다. 로마가 오랜 시간 세계를 통치해온 비결도 사람들의 정신 속에 파고든 문화였다. 승리를 위해 동료들에게 관대하지 않고 서로를 자극하면서 격려하는 선수들은 외박에서 돌아오자마자 몸무게부터 잰다. 체중이 늘면 다음 날 더 많은 훈련을 감수한다. 감독은 “선수를 다스리는 것은 동료들이 만드는 팀 문화다. 감독이 아니다”고 했다. 현장을 존중하고 간섭하지 않는 프런트의 존재도 IBK기업은행이 다른 팀과 차별되는 팀 문화다.

IBK기업은행 어도라 어나이. 스포츠동아DB


● 틈새시장 공략과 새 외국인선수 어나이를 선택한 뒷얘기

이정철 감독이 우여곡절 속에서도 탄탄한 전력을 만들어내는 비결은 틈새시장 공략이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V리그를 떠났던 선수들을 컴백시켜 다시 꽃을 피게 만들었다. 이효희가 대표적이고 김유리 김사니도 그랬다. 이번 시즌은 백목화다. 바리스타로 제2의 인생을 꿈꾸다 2년 만에 코트로 복귀한 백목화의 가세로 IBK기업은행은 받는 것이 더 탄탄해졌다. 18일 흥국생명과의 연습경기 때 백목화, 고예림, 새 외국인선수 어도라 어나이, 리베로 한지현이 탄탄하게 리시브를 해준 덕분에 김미연의 FA 이적 공백은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어느 감독은 “날개를 달아준 꼴”이라고 백목화 영입을 평가했다.

외국인선수 드래프트에서 선택의 순간에 헤일리 스펠만과 사만다 미들본이 남아 있었지만 감독의 선택은 어나이였다. 프로배구 경험도 없는 22세의 어린선수를 역대 외국인선수 드래프트 1순위 2명보다 낫다고 판단했다. 어떤 가능성을 봤기 때문이다. 최종선택 30분을 남기고 동영상을 반복해서 보면서 감독이 코칭스태프에게 했던 말은 “장점은 있다. 고치면 된다”였다.

그동안 이정철 감독은 날카로운 눈으로 팀에 최적화된 외국인선수를 영입해왔다. 알레시아~카리나~데스티니~맥마혼~메디 등 데려오는 선수마다 성공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힘이 드는 눈치다. “그동안 왔던 선수 가운데 가장 힘들다. 말귀를 못 알아듣는다”고 했다. 대학배구선수 생활만 해온 그에게 새로운 배구문화와 환경에 적응시키면서 상상도 못할 훈련을 시키는 일은 분명 쉽지 않을 것이다. 몇 차례 충돌이 있었고 새 외국인선수로 교체도 검토했다.

“왜 이런 훈련을 해야하냐”며 반발했던 어나이는 주변의 설득과 훈련을 통해 달라진 자신의 배구기량을 보며 감독의 통찰력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아직 실전무대는 남아 있지만 연습경기에서 팀에 최적화된 선수로 변해갔다. 연습경기를 지켜봤던 심판들은 “리시브도 잘하고 타점과 파워 모두 좋다. 올해도 잘 뽑았다”고 했다. 물론 감독의 눈에는 아직 성에 차지 않는다.

IBK기업은행 김희진. 사진제공|IBK기업은행 알토스


● 키 플레이어는 김희진

팔꿈치와 어깨부상을 이유로 국가대표팀에서 중도하차했던 김희진은 재활을 잘 마쳤다. 정상에 근접한 몸 상태다. 필라테스 학원을 열심히 다니며 큰 근육보다는 잔 근육을 보강해왔다. 이전까지의 김희진은 파워와 타점으로 상징되는 큰 공격을 잘해왔지만 이제는 세련된 기술을 추가하고 리더역할까지 요구받는다. 여전히 MB와 OPP 역할 겸업이다. 감독이 꼽는 이번 시즌 키플레이어다. 이나연의 영입은 다목적이다. 한 살 어리지만 김희진과 창단 동기다. 김희진의 사기를 올려주면서 지난 시즌보다는 김수지와 김희진의 활용도를 높이겠다는 계획도 담겨 있다. 이나연과 고예림은 이번 시즌을 마치면 FA다. 어떤 마음가짐으로 시즌을 맞이할지 짐작이 된다.

강한 이미지의 이정철 감독은 요즘 갈수록 부드러워지려고 노력한다. 미디어데이 때는 “내가 변했다”면서 FA 예정 선수들에게 어필도 했다. 최근에는 코치와 베테랑선수 3명의 의견을 듣고 신인 문지윤을 선택했다. 이미지와 달리 주변사람의 말을 듣는 귀도 항상 열려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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