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원정’ 벤투호, 아시아정벌 프로젝트 본격화

입력 2018-11-16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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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호주 브리즈번 페리공원에서 한국 축구국가대표팀 벤투 감독이 훈련을 지시하고 있다. 사진제공|KFA

한국축구의 아시아 정복이 이뤄질 수 있을까.

파울루 벤투(49·포르투갈)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축구국가대표팀은 내년 1월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서 개최될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평정을 목표하고 있다. 상당히 오랜 시간 아시아 호랑이로 군림해왔고, 통산 10회 월드컵 본선무대를 밟은 한국이지만 아시안컵에서는 유난히 힘을 쓰지 못했다. 1956년 홍콩에서 열린 초대 대회와 1960년 국내에서 벌어진 제2회 대회를 연달아 제패한 이후 시상대 꼭대기에 선 기억이 없다. 3년 전 호주대회를 포함해 이후 준우승만 4차례 경험했을 뿐이다. 59년 만의 한풀이 마당은 어떤 결과로 끝날 것인가.


●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아시안컵

2018러시아월드컵을 절반의 성공으로 마친 한국축구는 4년 뒤 2022카타르월드컵을 향한 큰 밑그림을 그려가기 시작했다. 그 중 하나의 과정이 사령탑 교체였다. 신태용(48) 전 감독이 계약기간 만료로 물러난 자리를 벤투 감독이 채웠다.

월드컵이 끝나고 반년 만에 열리는 아시안컵이라는 점에서 대한축구협회는 선택의 기로에 섰다. 정말 신중히 아시안컵을 대비할 것인지, 아니면 차기 월드컵을 대비하기 위한 준비 기회로 삼을지를 결정해야 했다.

축구계의 주된 분위기는 후자에 가까웠다. 신임 사령탑이 업무를 파악하고, 국내 선수들을 두루두루 점검할 시간을 최대한 부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렇지만 벤투 감독의 의지는 분명했다. 아시안컵을 허투루, 또 대충 치를 생각이 없다. 틈날 때마다 “아시안컵은 중요한 대회다. 우승하기 위해 준비 한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협회도 아시안컵을 염두에 둔 단기 플랜을 세웠다. 무엇보다 대표팀에 경험치를 불어넣는다는 복안이다. 호주(17일)~우즈베키스탄(20일)으로 이어질 11월 A매치 시리즈를 호주 브리즈번 원정으로 잡은 배경이 여기에 있다. 낯선 그라운드와 그리 우호적이지 않은 경기장 분위기에 조금이나마 적응하자는 취지다. 집 떠나면 맥을 추지 못하는 태극전사들에게 내성을 키워주려는 의도도 있다.

앞서 대표팀은 9·10월 4차례 평가전을 남미(칠레·우루과이)와 북중미(코스타리카·파나마) 국가들과 소화했다. 이와 달리 11월에 만나는 호주와 우즈베키스탄은 아시안컵에서 충분히 마주칠 수 있는 상대들이다. 2015년 호주대회에서도 한국은 호주와 두 차례(조별리그, 결승전) 맞섰고 우즈베키스탄과는 8강에서 자웅을 겨뤘다.

대표팀이 호주 원정기간 풀어야 할 과제는 또 있다. 국가대표 자격이 영구 상실된 장현수(27·FC도쿄)는 물론 이런저런 이유로 합류하지 못한 손흥민(26·토트넘 홋스퍼), 기성용(29·뉴캐슬 유나이티드), 정우영(29·알 사드), 황희찬(22·함부르크SV) 등의 공백을 메우고 새로운 조합을 마련해야 한다.

15일 호주 브리즈번 페리공원에서 한국 축구국가대표팀이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KFA


● 벤투호, 12월 조기훈련도 계획

아시안컵 개막은 내년 1월 6일(한국시간)이다. 조별리그 C조에 편성된 한국은 1월 7일 두바이에서 필리핀과 1차전을 시작으로 긴 여정에 나선다.

대표팀은 협회 규정(국가대표 축구단 운영규정)에 따라 대회 개막 2주 전부터 강화훈련을 시작할 수 있다. 현재로서는 UAE 아부다비에 훈련캠프를 차려 막바지 대회 준비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곳에서 평가전(상대 미정)을 최소 한 차례 이상 진행해 실전감각을 끌어올린다.

물론 벤투 감독은 그 이상을 희망하고 있다. 태극전사들의 조기 소집이다. 정확한 기간은 확정되지 않았으나 2019시즌을 앞두고 휴식기에 돌입할 K리그와 일본 J리그, 중국 슈퍼리그 소속 선수들을 중심으로 국내 남부지방에서 열흘 남짓 손발을 맞추며 가능성을 직접 확인할 참이다. 동계훈련 인프라가 우수한 울산이 가장 유력한 후보도시다.

유럽과 중동에서 활약하는 대표팀 멤버들은 정식 소집 때부터 합류가 가능하다. 국내에 입국해 다시 중동에 넘어가지 않고 UAE 현지에서 개별적으로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보강훈련을 하려면 일본·중국은 물론이고 K리그의 협조가 필수다. 규정에 따르면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의 월드컵과 달리, 아시안컵은 대표팀 보강훈련에 대한 세부내용이 없다. 올해 국내축구 경기는 12월 8일 FA컵 결승 2차전과 9일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으로 종료된다. 새 시즌을 대비한 동계전지훈련을 앞두고 소속 선수들에게 최대한 휴식을 부여하려는 구단과 조금이라도 더 좋은 자원들을 찾기 위해 소집훈련을 구상하는 벤투 감독과의 이해관계가 엇갈릴 수 있다. 이를 조율해야 하는 협회는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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