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레이더] 선수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는 방법을 찾자

입력 2018-11-23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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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라그로스 콜라. 사진제공|현대건설 힐스테이트

도드람 2018~2019 V리그가 2라운드 중반을 넘어섰다. 1라운드를 통해 각 구단의 전력분석은 모두 끝났고 팀 구성도 대부분 완성됐다. 외국인선수로 속을 썩이던 현대건설은 21일 터키리그에서 대체 외국인선수 밀라그로스 콜라(30)를 영입했다. 아프리카 기니 출신으로 스페인 국적을 얻은 콜라는 WS와 OPP, MB 등 모든 포지션이 가능한 선수다. “탄력이 좋고 아프리카 선수 특유의 흥이 있어 선수들과 잘 어울릴 것”이라고 구단은 기대하고 있다. 콜라는 시즌 개막 이후 8연패의 수렁에 빠져 가슴이 답답했던 현대건설 팬들의 가슴을 후련하게 뚫어줄 청량음료 같은 선수가 될지 궁금하다.


● 최근 V리그의 이슈는 신인드래프트 규정 손질


최근 남녀 13개 구단 사무국장들은 신인드래프트 제도의 새로운 룰을 만들기 위해 많은 모임을 가졌다. 하위 3개 팀에게 구슬을 각각 50개~35개~15개 주던 확률추첨제를 수정해 상위 팀에게도 조금이나마 기회를 주기로 했다. 현재 확정된 방안은 상·하위팀의 구슬을 15-85개로 나누는 것. 여기까지는 문제가 없지만 1위부터 꼴찌까지 각각 몇 개의 구슬을 주느냐는 각 팀의 사정에 따라 입장이 달라 쉽게 결론을 내지 못했다. 그래서 이런 규정은 시즌 전에 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지만 아쉽게도 그 기회를 놓쳤다.

남자부는 더 다양한 의견이 나와 쉽게 결론을 내기도 어렵다. 몇몇 구단은 꼴찌 팀이 신인드래프트와 외국인선수드래프트 모두 유리한 방식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팀에 미치는 영향으로 봤을 때 외국인선수는 성적에 따른 확률추첨을 하고 신인드래프트는 모든 팀이 같은 확률을 가지자고 한다. 각 구단의 이해관계가 얽힌 주장이라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궁금하다.

예전에는 실무회의에서 이런 다양한 의견을 모아서 합의된 안건을 만든 뒤 이사회에 올리면 결정하는 순서를 거쳤지만 요즘은 다르다. 새 집행부는 이사회에서 토론을 거쳐 결정하는 방식을 택했다. 하지만 그렇게 하다보니 각 구단 단장들이 이사회에서 각자의 주장만 하다가 아무런 결론도 내지 못하고 돌아가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사회에서 뭔가 결정이 나오지 않으면 V리그는 발전하지 못한다. 이럴 때 각자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것이 총재와 사무총장의 역할인데 아직 그런 리더십은 보이지 않는다.

지난 9월 서울 청담동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2018~2019 KOVO 여자 신인 드래프트’에서 각 구단에 지명된 신인 선수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KOVO


● 자유계약과 2차 드래프트 도입도 이제는 고려해봐야

신인드래프트의 확률추첨제를 바꾼 이유 가운데 하나가 선수에게 선택의 자유를 주기 위해서였다. 드래프트는 선수의 직업선택 자유를 침해한다. KOVO는 졸업반 선수들에게 의무적 드래프트 참가라는 방법을 쓰지만 선수가 사전에 동의하지 않은 상태라 법적으로 문제소지는 있다.

선수를 배출하는 학교에서는 자유계약 제도를 더 원한다. 그 제도의 피해를 기억하는 구단은 질색을 한다. 사실 구단도 드래프트제도가 정말로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다. 정작 팀이 필요한 선수는 뽑지도 못하고 구슬의 장난으로 어쩔 수 없이 같은 포지션의 선수만 쌓아두는 악순환도 감내해야 한다.

이런 상황이라면 차라리 선수들에게 선택의 자유를 주고 구단에게도 이익이 되는 방식으로 1차 지명선수에 한해 자유계약 제도를 도입하기를 권한다.

각 팀이 정말로 필요한 포지션의 선수 1명은 자유계약으로 뽑게 하고 그 선수를 원하는 구단이 여럿일 경우 팀을 선택하는 권리는 선수에게 주는 방식이다. 이 때 구단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뒷돈거래를 막기 위해 지명선수의 계약금은 정해놓으면 된다. 선수로서는 자신의 장래와 주전으로 뛸 조건 등을 보고 선택할 수 있고 구단은 필요한 선수를 데려올 수 있어 일부러 꼴찌다툼을 할 필요가 사라진다.

이와 함께 데려온 선수를 잘 키우고 출전할 기회를 주는 새 시스템도 고려해야 한다. 지금은 팀에 쌓아놓기만 할 뿐 출전기회를 주지 않아 해보지도 못하고 사라지는 선수들이 너무 많다. 이들에게 기회를 주라고 아무리 외쳐도 구단은 잘 듣지 않는다. 선수엔트리는 몇 년 째 변하지 않고 있다. 이처럼 선수이동이 자유롭지 않다보니 선수 몸값도 너무 비싸다. 구단으로서도 손해다.

이런 피해를 줄이는 방법이 2차 드래프트다. 프로야구처럼 최소한 2년에 한 번씩 각 팀이 몇 명의 보호선수를 제외하고는 모든 선수를 트레이드 시장에 내놓고 서로 데려가게 하면 비주전 선수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약팀에게는 전력보강의 기회가 생긴다.

이와 함께 프로팀과 대학교와의 새로운 관계설정도 고려해봐야 한다. 현재는 졸업 전에 신인선수를 데려가는 대가로 학교에 지원금을 주지만 언제까지 이런 방법을 택할 수는 없다. 각 구단이 신인선수의 합류시점을 졸업 이후로 미루면 대학에 지원금을 줄 명분도 사라진다. 대신 그렇게 할 경우 대학배구에 여러 문제가 생길 수는 있다.

그 문제점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고등학생의 지명권을 미리 행사한 구단이 그 선수를 대학에 보내 위탁교육을 시키고 위탁교육비 명목으로 지원을 하면 대학의 불만도 잠재울 수 있다고 본다. 2군제도의 도입을 아무리 외쳐도 구단이 비용문제로 꺼려한다면 대학과 실업 팀에 프로선수들을 위탁교육 시키는 우회로를 통해 사실상의 2군 리그와 팀을 만드는 방안도 고려해봐야 한다. 하려는 의지만 있으면 방법은 나온다. 선수들에게 코트에서 마음껏 뛸 기회를 많이 만들어주자.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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