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차태현 “‘꽃할배’처럼 연기도 여행도 평생 할 것”

입력 2018-12-04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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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최고의 이혼’을 마친 배우 차태현. 실제로는 세 자녀를 둔 아빠지만 결혼하고 난 뒤 드라마나 영화에서 결혼한 상황을 연기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 “더 각별했다”고 돌이켰다.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 KBS 2TV ‘최고의 이혼’ 마친 차태현

결혼한 상황 이야기 처음이라 각별
시청률은 아쉽지만 새 도전에 만족
‘1박 2일’ ‘라스’ 덕에 친근한 이미지
예능 통해 매너리즘에서 빠져나와
웃지 않으면 시민들에게 욕먹기도
지금은 내가 먼저 인사하고 웃지요


연기자 차태현(42)은 밝고 유쾌한 인상을 준다. 그가 있는 곳에서는 웃음소리도 끊이지 않는다. 차태현을 보고 있으면 저절로 즐거워지는 이유이다.

차태현의 유쾌한 분위기와 이미지는 자신을 알릴 수 있는 최고의 ‘무기’이지만 때로는 배우로서 연기력을 펼칠 수 있는 범위가 제한되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대중과 관계가 좁혀진 것도 좋지만 신경 쓸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물론 지금의 그런 자신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는 “연기하면서 빠진 매너리즘을 예능으로 일깨웠다”고 했다. 예능과 연기, 두 분야의 균형은 유지하되 경계는 두지 않고 있다.


● “나이에 맞는 연기, 평생 하고 싶다”

차태현은 요즘 들어 자신의 나이를 세는 일이 부쩍 많아졌다. 한 해 한 해 보내면서 자신의 나이에 어울리는 역할은 무엇이고, 어떤 배역을 맡을 수 있을까 궁금증과 기대감이 크다. 나이 드는 게 싫지만은 않다는 그는 “어릴 때부터 나이에 어울리는 연기를 죽을 때까지 하는 게 꿈이었다”고 했다.

꿈에 대한 간절함은 tvN 예능프로그램 ‘꽃보다 할배’에 출연한 배우 이순재·신구·백일섭·박근형을 보면서 더욱 커졌다. 차태현은 “제가 선생님들과 같은 나이가 되어도 계속 연기를 할 수 있을지, 연기하면서 여행도 가는 사람이 될 수 있을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지난달 27일 종영한 KBS 2TV 드라마 ‘최고의 이혼’에서의 차태현. 사진제공|KBS 2TV ‘최고의 이혼’


최근 종영한 KBS 2TV 드라마 ‘최고의 이혼’을 선택했던 것도 ‘나이’가 작용했다.

“(2006년)결혼하고 작품에서 부부캐릭터를 연기하기는 처음이어서 더욱 끌렸다. 아빠와 자식의 이야기가 아니라 어느 부부라도 결혼생활하면서 겪을 법할 고민과 상황을 그리고 있어서 시청자도 공감할 거라 생각했다. 저도 비슷하고. 하하! 지금 제 나이에 할 수 있는 부분이 반드시 있다고 판단했다.”

차태현에게 있어 ‘최고의 이혼’은 오랜만에 출연한 미니시리즈여서 각별했다. 게다가 그가 최근 주연해 1400만 흥행에 성공한 영화 ‘신과함께-죄와벌’(2017)에서 판타지의 세계를 그린 것과 달리 현실에서 일어날 법한 이야기 속 인물을 연기할 수 있어서 즐거운 과정이었다. 극중 캐릭터처럼 “좋은 것도, 싫은 것도 없는” 성격이 실제 자신과 닮았고, “맛집에 줄 서서 먹어본 적이 없는” 생활의 공통점을 느끼면서 연기하는 것도 새로운 경험이었다.

차태현 개인적으로는 만족감이 컸다. 하지만 드라마 한 편을 위해 고생한 스태프들을 생각하면 저조한 시청률 때문에 “괴롭고 슬픈” 마음이 크다.

그는 “작품 성적에 대해 일희일비를 ‘많이’ 한다”며 껄껄 웃었다. 이어 “제가 출연한 작품들이 주로 작품성보다는 오락적인 성격이 강한 상업 작품이어서 같이 일한 사람들이 망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며 “어찌됐든 그들 입장에서는 본전 그 이상이 목표이지 않나”라고 말했다.

물론 연기 변신에 대한 욕심이 없는 건 아니다.

“연기자로서 제가 변신할 수 있는 방법은 악역이나 액션 연기에 도전하는 것이다. 하고 싶지만 안 하는 게 아니라 (제의가 없어서)못 하는 거다. 만약 기회가 주어진다면 스릴러 장르를 해보고 싶다. 그런데 제 모습을 시청자나 관객이 받아들일까. 하하!”

연기자 차태현.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 “예능 이미지? 이제 무뎌졌다”

차태현이 KBS 2TV ‘1박 2일’과 MBC ‘라디오스타’에 고정 출연하는 ‘예능인’으로 활약하면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은 “생각보다 조용하네요”라는 이야기다. 그럴 때마다 차태현은 “웃음이 많을 뿐”이라고 ‘해명’아닌 해명을 내놓는다. 어느 날은 엘리베이터에 탔는데 같이 탄 사람으로부터 ‘웃지 않았다’는 이유로 ‘욕’먹은 경험도 있다고 한다.

“처음에는 기분이 나빴는데 예전에 비하면 지금은 아무렇지 않다. 젊었을 때는 화가 나면 바로 티가 나서 상대와 맞붙었을지도 모른다. 하하! 아무래도 세월이 흐르면서 반응하는 정도가 무뎌진 것 같다. 술 취한 사람이 사진 찍자고 해도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는다. 이제는 먼저 웃는다.”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대중과 가까워진 덕분에 때때로 불편한 경험도 했지만 이는 극히 일부분일 뿐이다. 이젠 익숙해지기도 했다. 이를 제외하면 차태현에게 예능은 고마운 존재이다. “슬럼프까지는 아니어도 연기하는 데 있어 매너리즘에 빠져 무기력한 시기를 보낼 뻔한 위기에서 구해줬기 때문”이다.

그는 “성격상 여행을 하면서 재충전을 하는 사람이 아니다”며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저 스스로 분위기를 전환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어 “예능이나 ‘두 번째 꿈’인 가수에 도전하지 않았다면 계속 쉬지 않고 영화나 드라마에 출연하고 있었을 것 같다”고 했다.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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