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성광 “내가 이렇게 말수 적었나 방송 보고 처음 깨달았죠”

입력 2018-12-11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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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맨 박성광은 “시야를 넓히고 활동 반경을 넓히기 위해”서 10년간 몸담았던 KBS 2TV ‘개그콘서트’를 나와 다양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 중이다. 결정하기까지 결코 쉬운 과정은 아니었지만 그는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며 신인의 마음으로 도전하고 있다”고 했다. 사진제공|SM C&C

■ 개그맨서 초보 예능인으로…‘전지적 참견 시점’서 뜬 박성광

개그 놓고 인생 공부…철이 들었죠
지금처럼 2년만 더 잘 버티고 싶어
늦어도 서른엔 결혼할 줄 알았는데…


개그맨 박성광(37)은 현재 ‘예능인’으로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2007년 KBS 22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하고 10년간 몸담았던 KBS 2TV ‘개그콘서트’에서 나왔다. 그에게 있어 ‘개그콘서트’는 안정적인 ‘직장’일 수도 있지만 안주하는 자신의 모습이 싫어 더 큰 ‘세상’에 뛰어들기로 했다. “두려움과 걱정” 속에 “모험과 도전”을 선택한 지 2년이 흘렀고, 최근 MBC ‘전지적 참견 시점’을 통해 차츰 안정을 찾고 있다. 그러나 그는 만족하지 않는다. 간절한 마음으로 “지금처럼 2년만 더 잘 버티고 싶다”고 했다.


● “다시 신인의 마음으로 배우는 중”

박성광은 요즘 ‘개그’와 ‘예능’의 차이를 절감하고 있다. “같은 창작이지만 전혀 다른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개그콘서트’에 출연할 때만 해도 “선후배와의 아이디어 회의, 수요일 녹화, 일요일 방송”의 패턴으로 일주일을 보냈다. 철저하게 짜여진 대본을 토대로 녹화 당일 “10분” 안에 모든 걸 쏟아내면 됐다. 하지만 예능프로그램은 어디서부터 어떻게 준비해야할지 도통 감이 잡히지 않았다.

“최근 예능프로그램은 대본이 없기 때문에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예측할 수 없다. 흐름을 잘 타야 한다. 또 상황에 따라 바로바로 한마디씩 거드는 순발력이 필수이다. ‘다음에 말해야지’ 생각하는 순간, 말할 차례는 끝난다. 하하! ‘개그콘서트’ 때처럼 코너 하나만 하는 게 아니어서 녹화시간도 길다. 힘 분배가 중요하다.”

개그맨 박성광. 사진제공|SM C&C


박성광의 예능프로그램 적응은 ‘현재진행형’이다. “신인의 마음으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있다. 그는 “이제 막 자리를 잡아가고 있지만 배울 게 많다”며 “‘전지적 참견 시점’ 이후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예능프로그램에 임해야 할지 신중히 고민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그의 고민이 깊은 이유는 대중에 비쳐지는 자신의 이미지 때문이다.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 박성광은 그동안 방송에서 드러냈던 분위기와 달리 차분하고 조용하다. 특히 ‘개그콘서트’에서 줄곧 보였던 ‘악쓰는 행동’은 찾아보기 어렵다. ‘초보 예능인’인 그에게 실제와 방송 속 모습의 격차를 줄이고 균형을 유지하는 게 가장 큰 숙제이다.

“제가 평소 어떤 표정과 말투로 이야기하고, 어떻게 걷고, 앉아 있는지 몰랐다. TV가 나에겐 마치 거울 같더라. 또 방송을 보면서 제가 이렇게 말수가 적은지 처음 깨달았다. 하하! 저의 새로운 모습이 저도 낯선데 시청자의 체감은 분명 더 클 것 같다.”

어떻게 극복하는지도 과제다. 고민 끝에 박성광은 “낯가리는 성격”, “선배를 대할 때 갖는 울렁증”을 극복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사실도 깨달았다고 했다.

“혼란스럽고 걱정이 크지만 제 실제 모습을 앞으로 어떻게 활용할지 선배들의 도움을 받으며 배우고 있다. 아빠처럼 한마디씩 던지는 (이)수근이 형, 엄마처럼 끊임없이 잔소리하는 (정)형돈이 형. 또 (김)영철이 형과 (송)은이 누나는 저에게 선배이지만 인생코치와도 같은 존재이다.”


● “나이 먹어서인지 철든 것 같아”

박성광은 2016년 2월 “개그를 놓은” 이후부터 지금까지의 시간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1년 동안 “일이 별로 없어” 직접 영화도 찍었다. 여행하면서 시간도 보냈다. 덕분에 자신과 마주하는 기회도 많아졌다. 그런 과정 끝에 2017년 예능 ‘밤도깨비’ 출연을 계기로 지금의 활동에 물꼬를 텄다.

그는 “아마 (출연 기회를)기다리는 기간이 1년 이상 걸렸다면 은퇴하지 않았을까”라며 웃었다. 괜한 농담이 아니다. 그만큼 굳게 마음먹고 결단을 내렸어도 도전할 기회를 잡고 이에 따른 성과가 맛보기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나도 길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10년간 쳇바퀴 돌듯 생활하다보니 저를 돌아볼 시간이 없었던 것 같다. 1년간 쉬면서 나에 대해 생각했고 자연스럽게 주변에 시선이 가더라. 사람들과 지내는 방법도 다시 공부했다. 그러면서 철이 든 거 같다.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하하!”

개그맨 박성광. 사진제공|SM C&C


한 단계 고비를 넘긴 덕분일까. 한결 유연해진 모습이다. 박성광은 “슬럼프가 오더라도 예전처럼 자신을 채찍질하고 구석으로 몰아세우지 않는다”고도 했다. 방송에도 몇 번 나온 반려견 광복이도 그에게 ‘힐링’을 안겨주는 소중한 짝꿍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좋은 건 사랑의 힘이지 않을까.

박성광은 “혼자 틈틈이 사랑하면서 설레다가 (마음을)접는다”며 짝사랑을 고백한다.

“꾸준히 사랑하고 있다. 혼자서. 하하! 스물다섯 살 때는 늦어도 서른 살에는 결혼할 줄 알았다. 시기적으로 늦었다고 할 수 있지만 나이 때문에 결혼하고 싶지는 않다.”


● 박성광


▲ 1981년 8월15일생
▲ 2007년 KBS 22기 공채 개그맨 데뷔
▲ 2008년 KBS 연예대상 코미디부문 남자신인상
▲ 2007∼2016년 KBS 2TV ‘개그콘서트’ 출연
▲ 2011년 뮤지컬 ‘막돼먹은 영애씨’ 출연
▲ 2017년 독립영화 ‘슬프지 않아서 슬픈’ 연출
▲ 2018년 MBC ‘전지적 참견 시점’, E채널 ‘스타 야유회 놀벤져스’ 출연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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