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9년 주니어 세계쇼트트랙선수권대회 종합우승을 차지했던 쇼트트랙 차세대 스타 엄천호는 9년이 지난 지금, 스피드스케이팅 매스스타트의 황제가 됐다. 16일(한국시간) 네덜란드 헤렌벤에서 열린 ISU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4차 대회 매스스타트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사진제공|스포츠토토
그러나 영광의 시간은 길지 않았다. 뜻하지 않은 부상으로 무려 8차례나 발목 수술을 받았다. 폭발적인 순간스피드가 필요한 쇼트트랙에서 발목 부상은 치명적이었다. 은퇴까지 고민했지만, 빙판을 떠날 수는 없었다.
2년 전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했다. 기존에도 쇼트트랙 선수가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한 사례가 있지만, 성공을 담보하진 않았다. 그래서 엄천호는 누구보다 독하게 매달렸다. 쇼트트랙 선수 시절 성공했던 경험도 도움이 됐다. 특히 짧은 트랙을 활용하는 매스스타트는 엄천호에게 딱 맞는 종목이었다.
16일(한국시간) 네덜란드 헤이렌베인에서 열린 ISU 월드컵 4차대회 매스스타트 결승은 엄천호가 지금까지 갈고 닦은 기량을 모두 뽐낸 한판이었다. 8분11초220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1차대회 동메달, 2차대회 은메달에 이어 매스스타트 종목이 열린 올 시즌 세 차례 WC에서 모두 입상에 성공했고, 월드컵랭킹에서도 475점을 획득, 바트 스윙스(벨기에·430점)를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2018평창올림픽 매스스타트에 나섰던 정재원(17·동북고)이 8분11초350으로 나란히 골인(2위)해 기쁨은 두 배였다.
엄천호와 정재원에 이어 3위로 골인한 스윙스는 ISU와 인터뷰를 통해 한국 선수들의 질주에 경의를 표했다. “한국 선수들은 쇼트트랙 경험이 풍부하다. 짧은 트랙에서 어떻게 속도를 내며 스케이트를 타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며 “인코스로 추월하는 기술도 정말 뛰어나다”고 밝혔다.
쇼트트랙 스타를 꿈꾸던 소년이 매스스타트의 황제로 비상할 준비를 마쳤다. ‘트랜스포머’ 엄천호의 질주는 이제 시작이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