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결산-MBC②] 친구야, 다시 만나서 좋긴 한데 조금 지루하다

입력 2018-12-18 09: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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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MBC를 관통하는 단 하나의 키워드가 있다면 ‘정상화’일 것이다. 김재철-안광한 사장으로 이어지는 고리를 끊어버린 오랜 파업이 끝나고 MBC는 ‘다시 만나도 좋은 친구’라는 키워드를 내걸고 정상화 작업에 돌입했다.

이런 기조는 MBC 드라마에도 여지 없이 적용됐다. MBC 드라마가 자극을 덜어내고 착한 드라마를 만드는데 주력한 것. 덕분에 배우들의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만들어진 메시지가 차곡차곡 전달됐지만 시청자들에게까지 도달하는데는 실패했다. 시청률 면에서 좋지 않은 성적표를 받아들었다는 뜻이다.


올해 MBC 드라마에서 ‘흥행’으로 분류할 만한 작품은 ‘검법남녀’와 ‘내 뒤에 테리우스’ 정도다.

‘검법남녀’는 당초 계획된 것과 달리 로맨스 요소를 덜어내고 장르물로 탄생했다. 정재영과 정유미가 만난 이 작품은 소위 전작의 지원을 전혀 받지 못한 상태서 시작했다. 단막극 ‘미치겠다 너땜에’는 논외치더라도 우도환, 박수영이 주연을 맡은 ‘위대한 유혹자’가 참패를 거두면서 ‘검법남녀’에 대한 기대치도 매우 낮아진 상태였던 것,

이에 ‘검법남녀’ 첫 회는 닐슨 전국 기준 4.5%, 수도권 기준 4.7%라는 다소 낮은 수치로 시작했다. 그러나 탄탄한 스토리와 배우들의 호연은 물론 독특한 캐릭터들이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으면서 꾸준한 성장세를 기록했다.

결국 ‘검법남녀’는 극 중반에는 6~7%대의 시청률을 유지했으며 종영 때는 닐슨 전국 9.6%, 수도권 10.3%의 시청률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이같은 고무적인 성과에 ‘검법남녀’는 시즌2로의 복귀를 약속 받았다.

또한 후반기에 방송된 ‘내 뒤에 테리우스’ 역시 멜로 요소를 최대한 줄인채 캐릭터의 성장에 집중하며 사랑을 받았다. 소지섭과 정인선의 만남으로 지상파 3사 작품 중 가장 최약체로 평가 받았으나 첫 회부터 6%대의 시청률로 시작해 끝날 무렵엔 9~10%대를 꾸준히 유지했다. 올해 MBC 중 최고 흥행작으로 불러도 좋은 성적을 거둔 것.

그러나 이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MBC 드라마는 아직 웃을 수 없다. 현재 ‘붉은 달 푸른 해’의 호평, ‘나쁜형사’의 안착은 고무적이지만 지난 한 해를 돌이켜보면 없던 패배 DNA가 생겨날 판이다.


올해 MBC 드라마의 첫 포문을 연 ‘위대한 유혹자’를 시작으로 ‘손 꼭 잡고 지는 석양을 바라보자’, ‘이리와 안아줘’, ‘시간’ 등이 좋지 않은 성적을 거뒀다. 특히 ‘위대한 유혹자’, ‘이리와 안아줘’, ‘시간’ 등은 청춘 스타들을 대거 기용한 작품임에도 관심을 받지 못했다는 것이 뼈 아프다.


여기에 MBC 주말드라마 ‘부잣집 아들’도 긴 회차에도 불구, 꾸준히 대중의 관심에 밀려났다. ‘왔다! 장보리’ 등으로 주말 시간대를 평정했던 과거를 생각하면 안타까운 수준이다.

이에 대해 한 방송 관계자는 “드라마란 PD와 작가가 오래 전부터 만나 회의를 하고 캐스팅 작업을 하는 등 기초공사가 매우 중요한 분야”라며 “지난해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MBC 드라마는 2018년 농사를 지을 씨앗을 제대로 뿌리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또한 다른 관계자 역시 “올해 아시안게임, 월드컵 등 스포츠 행사가 많아 결방이 잦은 것도 MBC 드라마 부진의 원인 중 하나”라면서도 “지나치게 온순해진 MBC 드라마가 시청자를 끌어들이지 못하는 것이다. 막장이 아닌채로 높은 퀄리티를 유지하고 여기에 더해 시청자들에게 재미까지 줄 수 있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사진│MBC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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