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PS 좋은 기억 아냐” 한화 필승맨 박상원, 디테일을 말하다

입력 2018-12-21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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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박상원. 스포츠동아DB

한화 이글스는 2018시즌을 통해 불펜이 강한 팀이라는 이미지를 심었다. 계투진 평균자책점 1위(4.28)의 성적만으로 달라진 위상을 확인할 수 있다. 정규시즌 3위(77승67패)로 11년만의 가을야구에 진출할 수 있었던 것도 강해진 불펜 덕분이었다.

그 중심에 2년차 필승계투요원 박상원(24)이 있었다. 10개 구단 투수 가운데 세 번째로 많은 69게임에 구원등판해 4승2패9홀드, 평균자책점 2.10(60이닝 14자책점)의 성적을 거뒀다. 2.10의 평균자책점은 30경기 이상 마운드에 오른 투수를 통틀어 가장 좋은 기록이다. 최고구속 150㎞의 빠른 공과 포크볼, 슬라이더 등의 조합을 앞세워 상대 타자를 돌려세웠다. 애초 약점으로 지적됐던 제구 불안도 사라졌다. 삼진(62개)은 볼넷(21개)보다 3배 가까이(2.95배) 많았다.

모든 게 좋았던 것은 아니다. 한화가 11년만에 오른 가을야구 무대인 넥센 히어로즈와 준플레이오프(준PO·1승3패) 3경기에서 1이닝 동안 4안타(1홈런) 3실점(평균자책점 27.00)으로 부진했다. 스스로도 큰 아쉬움을 남긴 한판이었다. 준PO 4차전 패배로 시즌을 마무리한 뒤 눈물을 쏟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박상원은 20일, “가을야구가 솔직히 좋은 기억은 아닌 것 같다”고 말하면서도 “그때의 부진이 마음을 다잡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알을 깨는 아픔을 통해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인터뷰 내내 그는 ‘디테일’을 유독 강조했다. 입단 2년차답지 않은 어른스러움도 묻어났다.


-의미가 큰 한해였다. 2018시즌을 돌아본다면.

“정규시즌은 내가 설정했던 목표 이상으로 잘 마무리돼서 정말 좋았다. 생각보다 좋은 성적이 나왔고, 무엇보다 팀 성적이 좋았기에 굉장히 뿌듯했다. 순위보다는 가을야구 진출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는 게 목표였는데 뜻대로 됐다. 아쉬웠던 부분은 디테일이다. 여전히 세밀한 부분에서 부족함을 느꼈다. 준PO 때도 그랬고, 정규시즌 중에도 반드시 잡아야 할 경기에서 좋지 않은 모습을 보였는데, 디테일을 더 보완해야 한다.”


-디테일을 언급했다. 구체적인 설명을 부탁한다.

“상대 타자와 반드시 승부해야 할 때도 무조건 스트라이크존에 던지는 게 아니다. 포수가 원하는 곳에 정확하게 던져야 한다. 나도 팀의 전략에 맞는 세밀함을 더 보여줬어야 한다. 예를 들면 특정 코스를 공략해 승부하는 것이다. 일본 미야자키 마무리캠프 때도 구종에 관계없이 포수가 원하는 코스에 던지는 연습을 했다. 경기 중에 내 뜻대로 던질 때도 있지만, 벤치에서 사인이 나오면 따라가야 한다. 정리하자면, 내 뜻대로 던질 줄은 알지만, 팀이 원하는 피칭을 못 한 것이다. 가장 크게 돌아봐야 할 점이다.”

한화 박상원. 스포츠동아DB


-마무리캠프에서 가장 중점을 두고 훈련한 부분은?

“커맨드다. 지금까지는 타자와 힘으로 승부를 했다. 2019시즌에는 상대 타자들도 나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타석에 들어서지 않겠나. 타자의 약점을 꾸준히 공략하려면 역시 디테일이 중요하다. 송은범, 정우람 선배를 보면 승부해야 할 때 승부하고, 피해야 할 때 유인하는 게 정말 멋있어 보이더라. 나는 그저 승부하기에 급급했다.”


-마무리 캠프 당시 웨이트트레이닝의 강도가 굉장히 세 보였다.

“힘들긴 했지만, 서로 잘하려다 보니 즐거웠다. 그만큼 열심히 했다. 힘들어도 모든 게 내게 도움이 되는 것이다.”


-2018시즌을 통해 젊은 선수들의 동기부여도 커졌다.

“나 뿐만 아니라 젊은 선수들 모두 새로운 시작이다. 나도 아직 안심할 단계가 아니다. 1년 잘한 것 뿐이다. 디테일을 더 다듬어야 1군에서 오랫동안 살아남을 수 있다. 신인들을 비롯한 새로운 선수들이 오면 또 경쟁해야 한다. 경쟁은 끝이 없다. 덕분에 나도 동기부여가 커진다. 젊은 선수들이 1군에 올라오려고 하면, 나는 그 자리를 지켜야 한다. 젊은 선수들끼리 경쟁하다 보니 어떻게든 치고 올라오려고 욕심내는 모습이 보인다. 나도 지금처럼 이렇게 있으면 안 되겠다 싶더라. 그때마다 베테랑 선배님들께 많은 도움을 받았다. ‘우리가 있으니 편안하게 던지라’는 작은 말 한 마디가 큰 도움이 됐다. 2019년 스프링캠프 합류를 위해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풀타임 첫해에 모두가 꿈꾸는 가을야구 무대에도 나갔다.

“솔직히 말하겠다. 좋은 기억은 아닌 것 같다. 마지막에 가을야구가 아쉽게 끝났다. 나 때문에 팀이 진 경기도 있고, 따라가는 상황에 실점해서 놓친 게임도 있다. 그래서 오히려 2019시즌을 준비하는데 자극을 받는 것 같다. 편안하게 올 시즌이 끝났으면 나도 모르게 방심할 수 있을 텐데, 다시 마음을 다잡게 된다. 물론 2019시즌에도 준PO 때처럼 얻어맞지 말라는 법은 없다. 충격을 받았다기 보다는 ‘스스로 부족한 선수구나’라고 느꼈다. 아직 안주할 때가 아니다.”


-준PO 4차전이 끝나고 라커룸에서 눈물을 쏟았다.

“감독님, 선배들과 미팅 때도 눈물을 참았는데, 짐 정리하다 보니 (눈물이) 쏟아지더라. 더 오랫동안 가을야구를 했어야 후회도 남지 않고 홀가분했을 텐데 말이다. 나는 처음이었지만, 10년 만에 가을잔치에 나간 선수들도 있다. 모두가 하나로 뭉치자는 마음이 컸는데, 그때 정작 팀에 보탬이 못 돼서 스스로에게 화가 났다.”

한화 박상원. 스포츠동아DB


-박상원이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투수란.

“공격적으로 승부해서 타자를 잡아낼 수 있는 투수다. 마무리투수들을 보면 정말 굉장하다고 느낀다. 어린 시절부터 마무리투수는 마지막에 점수를 주지 않고 막아내는, 1이닝을 임팩트 있게 던지는 투수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직접 뛰어보니 그 부담감, 압박감이 엄청나더라. 선발투수도 선발투수지만 마무리투수들의 부담감, 특히 마지막 순간을 혼자 이겨내야 한다는 게 대단하다. 마지막까지 혼자 견뎌내야 한다. 그래서 내가 마무리투수를 목표로 정한 것이다. 마무리는 팀의 승리를 위해 끝까지 마운드를 지켜야 한다. 그런 모습이 끌렸다. 시작만큼 마무리가 좋아야 한다.”


-비시즌을 어떻게 보낼 계획인가.


“틈틈이 트레이닝센터에 나가 개인운동을 해야 한다. 2018시즌을 잘 버틸 수 있었던 이유가 트레이닝센터에서 몸을 잘 만들어서다. 12월에는 몸을 만들고, 1월부터 차근차근 캠프를 준비하겠다.”


-2019시즌 시작 전까지 목표가 있다면.

“제구력을 향상하는 것이다. 힘을 빼고 원하는 코스에 던지겠다는 게 아니다. 온 힘을 다해서 던졌을 때의 제구력을 키우고 싶다. 실투를 최소화해야 한다. 나 같은 유형은 많으면 20~30구를 짧게 던지는 투수인데, 1구를 던지더라도 최대한 강하게 던져야 한다. 그것도 디테일의 일부다. 파워를 유지하면서 세밀함을 더하고 싶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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