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에서 ‘빚투’까지…정의를 위한 아우성

입력 2018-12-26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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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연예계는 다사다난했다. 올해도 각종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았지만 사회적으로도 일으킨 반향도 만만치 않았다. ‘미투’ 운동부터 연예인 병역특례 제도 개선, 부모의 채무와 연대 책임의 문제점, 사건 재수사 등 ‘바로잡고자’ 하는 대중들의 움직임이 거세면서 연예계도 변화의 중심에 서게 됐다. 사진은 ‘미투’ 가해자로 지목된 배우 조재현. 동아닷컴DB

■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본 ‘연예계 10대 뉴스’

‘미투부터 청소년 연예인 표준 전속계약서 개선까지.’문재인 정부가 지난해 8월17일 청와대 인터넷 홈페이지에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을 개설했다. 국민청원 게시판은 정치개혁, 외교·통일·국방, 일자리, 문화·예술·체육·언론 등 국정 현안과 관련한 17개 각 분야의 정책 제안과 민원 등 국민들의 직접적인 목소리를 담아내고 있다. 1건의 내용을 30일 동안 게재해 20만 명 이상 국민들이 추천한 청원에 대해서는 해당 사안 관련 정부 각 부처 및 청와대 관계자가 답하도록 하고 있다. 그 속에서 연예계 및 연예인과 관련한 다양한 청원과 제안도 줄을 이었다. 올해 연예계 안팎에서 벌어진 각종 사건사고와 논란이 거기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20만 명 이상 국민들의 추천을 받은 일부 청원 내용은 정부와 관계당국의 후속 조치와 개선 약속으로 이어지기도 했다.이는 ‘정의와 공정성’에 대한 국민적 시선과 바람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통해 되돌아본 2018년 연예계의 모습은 현재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또렷하게 보여주는 또 다른 유력한 창이 되고 있다.


① ‘미투(Me Too)’의 들불

할리우드에서 점화한 ‘미투’ 운동의 불꽃이 올해 한국 연예계 안팎으로 번졌다. 국민청원 게시판을 통해 진화할 수 없는, 진화해서는 안 되는 거센 들불이 되었다. 연극연출가 이윤택을 비롯해 영화 ‘빈집’의 김기덕 감독, 배우 조재현 등이 여성 성폭력 혐의로 처벌해 달라는 청원의 대상이 됐다. 이윤택 연출가는 결국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김 감독과 조재현은 피해자임을 주장하는 이들과 소송 중이기도 하다. 이들 말고도 적지 않은 연예인과 관계자들이 성폭력 논란 속에 현장을 떠나거나 피해자와 대중에게 사과하며 성폭력이 범죄임을 각인시켰다.

래퍼 마이크로닷. 동아닷컴DB


② 부모 채무와 연예인의 책임

11월 래퍼 마이크로닷부터 가수 비와 티파니, 연기자 차예련과 한고은, 조여정, 개그우먼 김영희 등 연예인들이 부모의 미해결 채무로 논란에 휘말렸다. 일부의 이름이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랐다. 채무 해결을 원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상속받지 않는 한 이들이 부모의 빚을 갚을 법적 의무는 없지만, 연예인의 도의적 책임에 대한 비난도 컸다. ‘미투’에 빚댄 ‘빚투’라는 과도한 신조어까지 등장하며 이른바 ‘연좌제’를 둘러싼 갑론을박도 이어졌다. 일부 연예인은 이로 인해 자신들의 가슴 아픈 가정사를 고백하며 부모의 채무 해결을 약속하기도 했다.

그룹 방탄소년단. 스포츠동아DB


③ ‘방탄’의 병역특례 가능성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야구 대표팀의 일부 선수가 우승에 따른 병역특례 제도 적용을 받게 되면서 논란이 이어졌다. 병역법 규정상 올림픽(3위)과 아시안게임(1위), 국내외 예술경연대회(1∼2위)에서 입상한 ‘예술·체육요원’의 범위에 ‘빌보드 차트 1위’에 오른 그룹 방탄소년단 등 연예인도 포함시켜야 한다는 것이었다. 스포츠동아가 9월3일자 ‘이정연의 꼬리물기’ 칼럼을 통해 관련 내용을 처음 다룬 뒤 논란은 가열됐다. 최근 병역특례 예술·체육요원 중 절반 이상이 의무사항인 봉사활동 실적을 허위로 꾸민 것으로 드러나 여론이 더욱 악화했다.

걸그룹 카라 출신 구하라. 동아닷컴DB


④ 정의를 찾는 움직임들

그룹 카라 출신 구하라와 전 남자친구 A씨 사이 갈등은 ‘리벤지 포르노’ 처벌 청원으로 이어졌다. A씨가 구하라에게 보냈다는 영상과 사진을 경찰이 확보하면서 처벌을 요구하는 글이 올랐다. 연기자 견미리는 남편이 주가조작 혐의를 받으면서 ‘방송 퇴출’ 청원의 대상이 됐다. 박해미는 남편인 뮤지컬 연출자 황민이 음주운전 교통사고를 내면서 역시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여론에 맞닥뜨렸다. 의료사고 피해자임을 주장하며 억울함을 호소한 한예슬 지지 청원도 잇따랐다. 이들과 관련한 청원은 사회적 ‘정의’에 대한 국민적 열망을 재확인시켰다.

빅뱅 지드래곤. 동아닷컴DB


⑤ 연예인 특혜논란

연예인이란 이유로 남과 다른 대우를 받는 이들을 향한 날선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차별대우를 지켜볼 수 없다는 움직임이 적극적인 문제 제기로 이어졌다. 복무 중인 빅뱅의 지드래곤은 6월 경기 양주 국군병원 1인실 입원 특혜 의혹에 휘말렸다. 씨엔블루의 정용화도 마찬가지. 면접시험 없이 일반대학원 박사 과정에 합격한 혐의다. 조사 끝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병역과 입시 문제는 공정성과 관련해 국민적 정서가 늘 민감하게 반응한다. 연예인이 연루된 논란과 사건이 자주 발생하면서 이들의 바라보는 여론은 여전히 싸늘하다.

故 배우 장자연. 사진제공|KBS


⑥ 의혹의 사건 재수사 촉구

끝나도 끝난 게 아니다. 의혹과 의문점을 남긴 사건에 대한 재수사를 촉구하는 여론이 어느 때보다 강하게 일었다. 의견 표출의 장으로서 국민청원은 역할을 다 했다. 2009년 3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장자연이 얽힌 성 접대 논란은 5월 재조사가 시작돼 새로운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슈에 불을 지핀 건 3월 ‘장자연의 한 맺힌 죽음을 밝혀 달라’는 국민청원이 순식간에 20만명의 동의를 얻으면서다. 이런 분위기 속에 연예계 대표 미스터리로 꼽히는 고 김성재 사망 사건에 대한 재조사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더 이스트라이트 전 멤버 이석철. 동아닷컴DB


⑦ 청소년 연예인에게 인격권을

기획사 관계자들이 10대 보이밴드 더 이스트라이트 멤버들을 상습적으로 폭행했다는 주장의 파장은 컸다. 멤버 이석철(18)이 2015년부터 2년간 소속사 미디어라인엔터테인먼트 프로듀서로부터 야구방망이와 철제 마이크 등으로 맞았다고 폭로하면서 논란이 됐다. 경찰 수사 끝에 결국 해당 프로듀서가 구속됐고,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 개정도 추진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청소년 인격권 보장’ 조항을 두어 기획사 등이 청소년에게 폭행, 강요, 협박 또는 모욕을 금지하는 원칙이 담긴 청소년 대중문화예술인을 위한 표전계약서를 내년 1월까지 만들 예정이다.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사진제공|SBS


⑧ 예능이 쏘아 올린 이슈

예능프로그램의 역할은 웃음 제공이 전부가 아니었다. 대중도 웃고 떠들며 끝내지 않았다. 웃으면서도 바로 잡아야 할 건 ‘매의 눈’으로 짚고 넘어갔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비위생적인 식당이 나오자 대중은 전국의 음식점을 상대로 한 대대적 위생 점검 필요성을 피력했다. ‘전지적 참견 시점’이 온 국민을 슬픔에 잠기게 했던 세월호 참사를 웃음의 소재로 사용한 것에 대해서는 프로그램 폐지 운동을 벌이며 제작진을 매섭게 질책했다. 예능프로그램의 내용이 사회적 이슈와 맞닿으면 대중의 눈은 더욱 날카로워진다. 웃고만 마는 시대가 아니다.

SBS 드라마 ‘황후의 품격’. 사진제공|SBS


⑨ 52시간…제작 환경 바꿔!

방송가라는 일터는 시간에 맞춰 움직이기 어렵다. 계획대로 진행되면 다행이지만 천재지변을 포함해 언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상할 수 없다. 장시간 대기는 물론이고 밤샘은 예삿일이다. 8월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의 한 스태프가 과로에 더위까지 겹쳐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2016년 ‘혼술남녀’ 스태프는 과중 업무로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황후의 품격’ 스태프는 SBS와 제작사를 노동시간이 과하다며 고발했다. 주 52시간 근무제가 내년 3월까지 계도 기간을 거쳐 정착될 경우 방송 제작환경은 지금보다 더 나아질까. 52시간으로는 프로그램 제작이 불가능하다는 방송사와 제작사의 고민도 깊다.

가수 닐로. 사진제공|리메즈엔터테인먼트


⑩ 닐로·숀 음원사재기 논란

가요계 상반기 최대 화두였다. 닐로의 ‘지나오다’와 숀의 ‘웨이 백 홈’ 등이 차트에서 역주행하자 음원 사재기 의혹에 이어 순위 조작 의혹까지 불거졌다. 의혹을 받던 해당 가수들도 결백을 주장하며 직접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등 논란에 정면 대응했지만 현재까지 뚜렷한 결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각종 음원사이트들은 새벽시간대 차트 비공개 등 대책을 내놨지만, 대중은 차트 운영의 투명성에 여전히 의문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내년부터 국내 음원 사이트 모니터링을 추진하는 등 ‘공정한 음원 유통환경 조성 지원’ 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정리|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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