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갑내기 닮은꼴’ SK 박종훈·KT 오태곤, 서로에게 건넨 격려

입력 2018-12-27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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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와이번스 박종훈(왼쪽)과 KT 위즈 오태곤은 1991년생 동갑내기다. 팀도 포지션도 다르지만, 묘하게 닮은 외모로 인해 
어려서부터 남다른 친분을 쌓았다. 같은 길을 걷는 동반자이면서도 때로는 서로에게 동기부여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둘이다. 스포츠동아DB

SK 와이번스 박종훈(왼쪽)과 KT 위즈 오태곤은 1991년생 동갑내기다. 팀도 포지션도 다르지만, 묘하게 닮은 외모로 인해 어려서부터 남다른 친분을 쌓았다. 같은 길을 걷는 동반자이면서도 때로는 서로에게 동기부여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둘이다. 스포츠동아DB

“네가 있어 든든하다!”

1991년생은 유달리 야구계에서 힘을 쓰지 못했다. ‘에드먼턴 키즈’로 대변되는 1990년생 선수들은 어느덧 리그를 대표하고 있다. 안치홍(KIA 타이거즈), 박건우, 허경민, 정수빈(이상 두산 베어스), 김상수(삼성 라이온즈) 등이 그 주인공이다. ‘92년생 배터리’ 유강남·임찬규(이상 LG 트윈스)와 1993년생 박민우(NC 다이노스), 구자욱(삼성), 한현희(넥센 히어로즈) 등 캐릭터가 뚜렷한 이들도 많지 않았다. 1991년생들이 야구계의 ‘골짜기 세대’로 불려왔던 이유다.

다소 성장세가 더뎠지만 최근 들어 리그에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는 이들이 점차 늘고 있다. 14승을 올리며 한국시리즈 우승에 기여한 ‘잠수함 투수’ 박종훈(SK 와이번스)과 2017년 트레이드 후 연달아 풀타임 시즌을 소화한 오태곤(KT 위즈)가 ‘1991년생 대표주자’들이다.

이들은 2010년 데뷔했을 때부터 미완의 대기로 평가받았고, 각각 제구력 난조와 수비 불안으로 1군에 뿌리내리지 못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공교롭게도 지난해부터 조금씩 가능성을 선보이고 있다는 점까지 비슷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닮은 곳은 외모다. 프로필상 신장마저 186㎝로 동일하다. 이들의 동반 인터뷰를 지켜보던 임찬규가 “정말 닮은 것 같다”고 혀를 내두를 정도다. 골짜기 세대로 불리던 1991년생들의 희망으로 떠오른 박종훈과 오태곤이 서로에게 보내는 격려를 대화 형식으로 풀었다.


● 닮은꼴, 서로를 평가하다

-인터뷰 기획 의도는 ‘닮은꼴 동갑내기 선수’다. 동의하는지?


오태곤(이하 오) : “솔직히 잘 모르겠다(웃음). SK와 경기할 때마다 (박)종훈이와 닮았다는 얘기를 듣긴 했는데…. 크게 와 닿지는 않았다. 누가 더 나은지는 얘기하지 않겠다.”

박종훈(이하 박) : “입단했을 때부터 묘한 느낌이 있었다. 내가 결혼 선배니까 (오)태곤이가 더 잘 생긴 걸로 하겠다(웃음).”


-지난해까지 박종훈은 오태곤에게 타율 0.333(21타수 7안타)로 고전했다. 하지만 올해 6타석 5타수 무안타로 꽁꽁 묶었다.

박 : “그랬나? 난 이상하게 태곤이에게 맞은 기억밖에 없다. 유독 쩔쩔맸던 느낌이 강해서 올해 그렇게 상대 성적이 좋았는지도 몰랐다.”

오 : “그만큼 종훈이가 좋아진 것이다. 이제 14승에다 한국시리즈 우승반지까지 있는 투수 아닌가. 함부로 말할 수 있는 선수가 아니다.”


-마주보고는 쉽지 않겠지만, 서로를 평가한다면?


박 : “외모를 평가해야 하나(웃음)?. 태곤이는 가진 것이 정말 많은 선수다. ‘5툴 플레이어’라는 말이 정말 잘 어울린다.”

오 : “종훈이의 공은 아무리 봐도 적응이 안 된다. 지난해까지 기록이 좋다는 것도 몰랐다. 땅에서 공이 날아오는데 제대로 치기가 쉽지 않다.”

SK 박종훈(왼쪽)-KT 오태곤. 스포츠동아DB

SK 박종훈(왼쪽)-KT 오태곤. 스포츠동아DB


● 몇 없는 동갑내기가 주는 자극

-2018년을 돌아보면 어떤 느낌인가?


오 : “아쉬움이 남지만, 이제 여기에 매몰되지 않을 생각이다. 입단했을 때부터 예민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괜찮은 성적을 낸 날에도 못한 부분만을 찾으면서 자책했다. 그러다보니 자신감도 많이 떨어졌다. 이제는 좋은 쪽만 보려고 한다. 내년에는 자책 대신 자신감을 갖고 도전할 생각이다.”

박 : “우승까지 하면서 행복한 1년을 보냈다. 2016시즌 종료 후 결혼을 했는데 이후 성적이 점점 좋아지고 있다. 빈 말이 아니라 아내 덕분이라고 생각한다(웃음). 태곤이도 올 겨울에 결혼을 했으니 내년부터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 같다. ‘분유 버프’는 무시 못 한다.”

오 : “몇몇 형들이 ‘결혼하기 직전 해 성적이 커리어하이다’라고 말해서 걱정했는데, 종훈이 얘기를 들으니 위안이 된다(웃음).”


-외모는 물론이고 무게 잡지 않는 성격까지 비슷한 것 같다. 서로에게 격려의 한 마디를 남겨 달라.

박 : “또래 선수들은 많지만 동갑인 선수가 리그 전체를 놓고 봐도 적다. 물론 좋은 선후배들이 많지만 동갑내기에게만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있다. 나도, 태곤이도 그렇고 조금씩 1991년생들이 자리를 잡아가는 것 같아서 그 점이 참 든든하다. 태곤이가 자신감을 더 가진다는 말이 인상 깊다. 내년에는 그 자신감이 현실이 됐으면 좋겠다.”

오 : “솔직히 올해 종훈이를 보면서 정말 부러웠다. 태극마크를 달아 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도 출전했고,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차지했다. 그렇게 멋있어 보일 수 없었다. 마냥 부러워만 하지 않겠다. 많은 자극을 받았다. 나 역시 KT가 정상에 설 수 있도록 스스로를 더욱 채찍질하겠다.”

● 박종훈은?


▲ 생년월일=1991년 8월 13일 ▲ 출신학교=군산중~군산상고 ▲ 프로입단=2010년 SK 2라운드(전체 9순위) ▲ 2018년 성적=30경기 14승8패, 평균자책점 4.18


● 오태곤은?


▲ 생년월일=1991년 11월 18일 ▲ 출신학교=신월중~청원고 ▲ 프로입단=2010년 롯데 3라운드(전체 22순위) ▲ 2018년 성적=128경기 타율 0.254, 12홈런, 39타점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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