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 축구대표팀 벤투 감독.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나름의 속사정은 있었다. 대표팀 버스 기사가 경기장으로 오는 길을 헤맨 탓에 선수들의 경기장 도착이 늦었다. 선수들이 제대로 몸을 풀고 경기에 출전하기엔 시간이 촉박했다. 그 이유인지 대표팀은 전반에 사우디아라비아에게 완전히 밀렸다. 볼 점유율에서 앞서지 못했고, 패스미스도 잦았다. 그렇다 보니 공격 작업의 효율성이 많이 떨어졌다.
여기서 눈여겨볼 대목은 선수들이 중동 잔디에 전혀 적응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날 경기장 잔디는 거의 물기가 없어 보였다. 그렇다보니 선수들이 평소의 감각대로 패스를 해도 볼의 스피드가 떨어져 정확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공간을 활용하는 패스가 수비수에게 번번이 막히고, 정확하게 전달돼도 수비수를 따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던 원인이었다.
후반 들어 선수들이 그라운드 컨디션에서 적응했고, 몸 상태도 한결 살아나면서 벤투호는 사우디를 상대로 높은 볼 점유율을 바탕으로 좋은 내용의 경기를 펼칠 수 있었다. 마무리 슈팅의 확정도가 아쉬웠지만 여러 차례 위협적인 공격 작업을 펼쳐내는 데는 성공했다.
6일 개막하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본선에서도 그라운드 사정이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AFC 규정에 따라 경기 시작 이전에 그라운드에 충분히 물을 뿌릴 수도 있지만 현지 기후가 워낙 건조하기 때문에 물기가 빠르게 사라질 수 있다. 대표팀이 아시안컵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그라운드 조건에서 대한 적응력도 갖춰야 한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