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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는 1993년부터 신인선수 교육을 진행해왔다. 2002년에는 선동열 당시 KBO 홍보위원, 2004년에는 프로복싱 세계챔피언 홍수환이 강사로 나서는 등 신인들이 갖춰야 할 프로선수로서의 마인드 함양에 힘썼다. 2017년에는 과거 승부조작 사실이 적발돼 KBO 영구제명을 받았던 박현준이 강단에 섰다. 눈앞의 작은 이익을 좇아 모든 것을 잃은 자신의 사례를 힘주어 얘기하는 것 신인들에게는 자체가 강력한 메시지였다.
하지만 지난해부터는 신인 오리엔테이션이 해명의 장으로 변질됐다. 2017시즌을 앞두고 진행된 행사에서는 안우진(키움 히어로즈)이 도마에 올랐다. 안우진은 휘문고 재학시절 후배에게 야구배트를 이용해 폭력을 휘둘렀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로부터 3년간 자격정지 중징계를 받았고, 구단의 자체 징계가 예정된 상황이었다. 그러나 안우진은 2017 신인 오리엔테이션 현장에서 “지나간 일을 잊고 감수하려고 한다. 앞으로 야구를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해자가 할 말로는 적당하지 않다는 지적이 뒤따랐다. 키움이 50경기 출장징계를 내렸음에도 여론은 식지 않았다.
올해는 이학주(삼성 라이온즈)가 배턴을 이어받았다. 이학주는 2019시즌 2차 1라운드로 삼성의 지명을 받았다. 하지만 지명 전인 2017년 서울에서 음주운전 적발 사실이 2018년 말 전해졌다. 이학주는 당시 “크게 후회한다”고 밝혔다. 10일 대전에서 열린 신인 오리엔테이션에서도 “음주운전 때 삼성에 호쾌하지 않은 소식을 드렸다. 그걸 통해 많이 배웠다. 앞으로 야구인생이 중요할 것 같다”고 사과했다. 여론은 잦아들지 않았지만 이를 떠나 신인들의 패기 넘치는 행사에 쏠려야 할 초점이 분산됐다.
물론 안우진과 이학주의 과오는 모두 프로 입단 전의 일이다. KBO는 물론 구단들도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구단의 역할은 적법한 징계와 재발방지 약속, 그리고 인터뷰의 미숙함을 꼬집고 방법을 알려주는 정도뿐이다. 그렇다고 이들이 신인 오리엔테이션에 나서지 않아야 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프로의 역할에 대해 더욱 배워야 마땅하다.
어쩌면 프로에 입단하지도 않은 이들이 범죄에 연루됐다는 것이 한국야구계에 오히려 더 뼈아픈 일이다. 10일 신인 오리엔테이션 강사로 나선 정민철 위원은 “야구를 10년 넘게, 20년을 하려면 인격이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팬 서비스를 강조한 것은 물론 욕설까지 자제하라고 당부했다. 이들 중 일부의 발걸음은 20년 뒤까지 이어질 수 있다. 첫 단추가 중요하다. ‘프로’의 의미를, ‘초심’의 의미를 이들이 되새길 때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