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베이스볼] 물수제비만 봐도 아팠던 국가대표의 미래

입력 2019-01-14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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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다이노스 장현식은 2017시즌 종료 후 열린 ‘APBC 2017’ 일본전에서 선발등판, 5이닝 비자책 1실점으로 호투했다. 한동안 실종됐던 한국야구의 우완 에이스가 등장하는 듯했다. 하지만 지난해 부상으로 단 26.2이닝만 소화하는데 그쳤다. 마음고생을 털어낸 장현식은 올 시즌 재도약을 노리고 있다. 스포츠동아DB

2017년 겨울, 한국야구는 일본야구의 심장 도쿄돔에서 큰 희망을 발견했다. 11월 16일 도쿄돔에서 열린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2017’ 일본과의 개막전에 선발 등판한 장현식(NC 다이노스)은 당시 만 22세 젊은 투수였다. 시속 150㎞의 빠르고 묵직한 포심 패스트볼과 함께 종으로 떨어지는 좋은 각도를 가진 슬라이더를 함께 던지며 5이닝 동안 1실점(비자책)으로 일본 타선을 압도했다.

한국야구 대표팀은 윤석민(KIA 타이거즈) 이후 대형 우완 선발투수가 등장하지 않고 있다. 대신 봉중근(KBSN 해설위원), 류현진(LA 다저스), 김광현(SK 와이번스), 양현종(KIA)까지 좌완 선발들이 기둥 역할을 해왔다.

국제무대를 호령할 새로운 우완 정통파 투수는 대표팀의 큰 숙제였고 2017년 장현식은 든든한 희망으로 떠올랐다.

선동열 전 국가대표 감독은 “담력이 좋다. 특히 슬라이드 스텝이 굉장히 빠르다. 일본은 빠르고 영리한 주자가 많다. 장현식은 우완 투수지만 이 부분에서 굉장한 강점을 가지고 있다”고 기대했다.

한국야구 대표팀은 전통적으로 국제대회에서 일본을 만나면 좌완 선발을 선호했다. 우완 투수는 퀵모션에 자주 약점을 노출했고 일본 주자는 내야를 휘저었다. 장현식의 빠른 슬라이드 스텝은 그래서 더 빛나보였다. 이미 군복무까지 마친 스물둘 투수의 미래는 화려해 보였다.

그러나 시련과 아픔은 꼭 찬란하게 빛나는 순간 그림자에 숨어있다. 2018년 장현식은 1군에서 단 26.2이닝만 던졌다. 2017년 134이닝을 소화하며 삼진 120개 볼넷 66개를 기록하고 9승을 올렸던 대표팀의 희망은 한 순간에 잊혀졌다.

스프링캠프부터 팔이 아팠다. 팔꿈치 통증은 더 커졌고 결국 정상적으로 캠프를 마치지 못했다. 처음 진단한 의료진은 큰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다. 스스로 더 괴로웠던 이유다. 결국 오른쪽 팔꿈치에서 2개의 작은 뼛조각이 발견됐다. 수술이 아닌 보강 및 재활 운동을 선택했고, 급한 마음에 서둘러 복귀했다가 더 큰 시련과 마주해야 했다.

최근 만난 장현식은 “야구공을 처음 잡은 이후 처음으로 팔이 아팠다. TV로 야구를 보는 것조차 괴로웠다”며 “아이들이 물가에서 물수제비를 뜨는 모습을 우연히 봤는데 그 순간 팔이 아팠다”고 털어놨다.

NC 장현식. 스포츠동아DB


모든 야구 선수들은 큰 희망을 품고 새 시즌을 시작한다. 팔꿈치 통증을 떨쳐낸 장현식의 마음도 같다. 가장 중요한 것은 뼛조각 2개를 머릿속에서 완전히 지워야 한다는 숙제다. 한번 부상을 당한 투수가 그 과거의 아픔을 의식하는 순간 투구 밸런스는 엉망이 된다.

다행히 훌륭한 정답을 팀 선배 이재학이 선물했다. “너처럼 빠른 공, 그리고 좋은 변화구가 있는 투수는 많지 않다. 뭘 고민하고 있나. 씩씩하게 던져라. 걱정과 신중함은 나처럼 공이 느린 투수의 몫이다.”

장현식은 조심스럽게 다시 희망을 말했다. “다시 도쿄돔 마운드에 꼭 서고 싶다. 그 순간을 잊지 못한다. 꼭 다시 그곳에서 공을 던지겠다.” 올해 겨울 열리는 프리미어12와 내년 개최되는 올림픽 야구의 무대는 모두 도쿄돔이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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