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발리볼] 현대건설은 어떻게 갑자기 강팀이 됐나

입력 2019-01-31 08: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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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견(왼쪽)-고유민. 스포츠동아DB·사진제공 | 현대건설배구단

현대건설은 4라운드 후반부터 갑자기 강팀이 됐다. 최근 4승1패다.

공교롭게도 이 시기에 봄배구 진출에 안간힘을 쓰던 도로공사에 2번의 뼈아픈 패배를 안겼다. 2일 4라운드에서 루키 정지윤이 3세트의 승패를 결정하는 블로킹을 성공시키는 등 13득점을 기록하며 세트스코어 3-1로 이겼다. 30일 5라운드 김천 원정에서는 정지윤이 19득점으로 이번 시즌 신인선수 가운데 최다득점을 기록하는 덕분에 세트스코어 3-2로 이겼다. 양효진과 정지윤이 중앙에서 무려 39득점을 합작했고 외국인선수 마야가 범실은 12개로 많았지만 29득점으로 필요한 때마다 큰 공격을 성공시켜줬다.


● 팀의 구세주 김연견과 고유민의 등장

시즌 초반과 전혀 다른 팀이 된 현대건설에서 가장 달라진 것은 리시브와 수비다. 연패 때는 상대의 강한 서브에 견뎌내지 못했다. 불안정한 리시브 탓에 세터 이다영이 코트 여기저기를 뛰어다니며 힘들게 공을 올려야 했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30일 도로공사전 승리도 리시브효율 50%를 기록해준 황민경~고유민~김연견의 든든한 뒷받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문정원~임명옥 2명의 리시버로 버티는 도로공사의 리시브효율(44.79%)보다 앞섰다.

수비도 마찬가지다. 디그가 훨씬 많아졌다. 이날도 95개의 디그로 도로공사(97개)와 대등한 경쟁을 했다. 받는 것이 탄탄해진 현대건설은 요즘 쉽게 점수를 내주지 않는다. 어려운 공격을 받아낸 뒤 마야의 파괴력 넘치는 공격으로 반격해 점수를 낸다. 안정적인 리시브와 수비라인을 완성한 덕분에 리베로 김연견의 역량도 새롭게 평가받고 있다. “이렇게 좋은 선수인지 몰랐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또 하나 정말 몰라서 미안했던 선수가 고유민이다. 올해 6년차 FA자격을 얻는 고유민은 그동안 숨겨왔던 수비재능을 마음껏 뽐내며 새로운 스타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그는 2013~2014년 신인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4순위로 현대건설 유니폼을 입었다. 당시 사령탑이던 고 황현주 감독이 제2 리베로 자원으로 보고 뽑았다. 그만큼 고교시절부터 수비를 잘했다.

아쉽게도 기회는 쉽게 오지 않았다. 수준이 다른 프로선수들의 서브를 받기 위해서는 몇 년간의 시간이 필요했다. 황현주 감독이 팀을 떠난 이후 현대건설은 공격옵션을 먼저 생각했다.

공격력이 약한 고유민에게 기회는 드물게 왔다. 경험이 없다보니 어렵게 잡은 기회를 놓치기도 했지만 늦게 피어난 꽃이 더 아름답듯 이제 자신의 향기를 뿜어내고 있다.

현대건설 황연주. 스포츠동아DB


● 황연주의 희생이 만든 승리

현대건설은 베테랑 황연주가 누구도 따라가지 못할 수많은 기록을 만들다보니 오른쪽 한 자리는 그의 몫이라는 생각이 오랫동안 심어졌다. 그 바람에 자유계약이나 트라이아웃을 통해 선발할 때도 리시브가 가능한 외국인선수를 먼저 고려했다. 양철호 감독 시절 아제르바이젠 대표선수 폴리나 라히모바라는 세계적인 공격수를 영입하고서도 그의 위치를 놓고 고민할 정도였다.

트라이아웃제도 이후 현대건설이 지명했던 외국인선수는 하통~엘리자베스~베키 등 리시브가 가능한 윙스파이커였다. 그래서 더욱 토종 윙스파이커의 공격력이 필요했다. 이번 시즌 시작도 그랬지만 베키가 중도에 물러나가면서 영입할 선수가 없자 어쩔 수 없이 OPP 포지션의 마야를 선택했다.

폴리가 뛰었던 2014~2015시즌과 마찬가지로 황연주와 외국인선수의 공존을 모색해온 결과는 실패였다. 수비안정 없는 공격의 극대화는 사상누각이라는 것을 시즌 초반에 확인했다. 이도희 감독은 마침내 생각을 바꿨다. 공격에서 손해를 보더라도 수비의 안정화가 더 중요하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 과정에서 마야가 원래의 포지션인 오른쪽의 OPP로 가고 황연주가 벤치멤버가 되는 희생이 뒤따랐다. 팀으로서도 이도희 감독으로서도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그 판단 이후 현대건설은 끈끈한 팀이 됐다.

2명의 수비 잘하는 선수들이 버텨주자 황민경의 공격가담도 성공률도 차츰 늘고 있다. 30일 도로공사전에서 13%의 공격점유율과 10득점을 기록해준 덕분에 팀의 균형이 완벽하게 잡혔다. 자신에게 연결되는 공이 편안하고 선택할 공격옵션이 많아지자 세터 이다영의 역량도 빛난다. 한때 대한민국 배구선수 가운데 가장 많은 비난을 받았지만 지금은 악성 댓글이 사라졌다.

이도희 감독은 “다영이가 업그레이드되면서 팀이 좋아졌다. 세터는 선택이 중요한데 힘든 시기를 스스로 이겨내고 이제는 선택을 할줄 안다”고 했다.

봄배구 진출을 노리는 팀에게 지금의 현대건설은 가장 두려운 상대다.

김천 ㅣ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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