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건강 잡은 ‘건면’…새로운 스테디셀러 될까

입력 2019-02-14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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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화된 시장에서 고전하던 라면업계가 새로운 돌파구로 밀가루 반죽을 찐 뒤 기름에 튀기지 않고 바람에 말린 ‘건면’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농심이 자사의 간판 상품에 건면을 전격 도입해 화제가 된 ‘신라면 건면’. 사진제공|농심

■ 정체된 라면 업계, 미래 경쟁력 키포인트는 ‘건면’

간판상품 결합한 농심 ‘신라면 건면’
웰빙 트렌드에 맞춘 저칼로리 눈길
건면시장 6000억 원대로 성장 기대


“포화상태의 국내 시장 돌파구는 건면!”

국내 라면시장은 지난 3년 간 제자리걸음이다. 다양한 가정간편식의 등장, 빠르게 변하는 먹거리 트렌드,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소비자 니즈 속에서 라면은 시장 확장에 고전하고 있다. 지속적인 신제품 개발로 맞서야 하지만, 대부분 반짝 인기를 얻었다가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지 못하고 사라진다.

국내 시장 점유율 1위(54%)인 농심의 영업이익률이 요즘 4%대에 머물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농심은 오뚜기(24%)를 비롯해 삼양(12.9%), 팔도(9.1%) 등 경쟁업체들의 거센 추격도 받고 있다. 시장 정체와 후발업체의 도전, 녹록치 않은 상황에서 농심이 최근 꺼낸 반전 카드가 ‘신라면 건면’이다.


● 건면 시장 1100억→6000억 성장 기대

건면은 밀가루 반죽을 찐 뒤 기름에 튀기지 않고 바람에 말린 면을 말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기존 라면은 기름에 튀기는 유탕면이다. 유탕면은 보관성이 뛰어나고 튀기는 과정에서 지방이 함유되어 끓였을 때 스프 국물과 면발이 잘 어우러진다. 이에 비해 건면은 튀기지 않아 지방이 없고 칼로리가 낮다. 건강과 다이어트를 중요시하는 여성 소비자들이나 소화가 잘 되지 않아 라면을 멀리하던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상품이다.

지난해 기준 국내 라면 시장의 규모는 2조475억 원대다. 그 중 건면은 5%인 1100억 원대다. 하지만 라면시장 규모가 6조 원에 달하는 이웃 일본에서는 건면의 시장점유율이 약 30%인 1조8000억 원대에 달한다.

라면업계는 한국에서도 건면이 시장 트렌드를 주도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기존 라면이 만족시키지 못했던 저칼로리 건강식 수요를 건면이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건면의 국내 점유율이 일본 수준인 30%까지만 높아져도 시장규모가 6000억 원대로 커진다.

오뚜기 ‘컵누들’. 사진제공|오뚜기


● 부동의 1위 신라면과 웰빙 건면의 만남

미래의 건면 트렌드를 주도할 기대주는 최근 등장한 신라면 건면이다. 국내 시장 부동의 1위인 신라면과 웰빙 트렌드의 대표 건면의 결합이다. 농심의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역할은 물론이고 유탕면 일변도의 시장에서 소비자에게 새로운 선택의 기회를 주는 상징적인 상품이다. 농심은 웰빙 열풍으로 건면 수요가 늘 것으로 예측해 2007년부터 건면 전용생산시설인 부산 녹산공장에서 다양한 제품을 생산해 왔다.

농심 외에 다른 업체들도 건면에 주목하고 있다. 2011년 ‘자연은 맛있다 꽃게짬뽕’으로 건면 시장에 뛰어든 풀무원도 2016년 육개장칼국수를 출시, ‘생면식감’을 내세우며 시장공략에 나서고 있다. 오뚜기와 삼양식품도 일찌감치 건면 제품을 준비해 왔다. 오뚜기는 2004년 컵누들 제품으로 경쟁에 참여했고, 삼양식품은 2005년 바지락칼국수에 이어 2017년 파듬뿍육개장을 출시하는 등 건면제품을 계속 선보이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 어떤 건면 제품도 유탕면인 농심 신라면이나 오뚜기 진라면처럼 시장을 주도하는 대세로 자리 잡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번에 간판상품에 과감하게 건면을 도입한 농심의 승부수가 시장에서 통한다면 예상보다 빠르게 건면이 유탕면의 맞수로 자리 잡을 가능성도 높다.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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