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발리볼] 봄 배구는 미들블로커의 전쟁, 중앙에서 승패가 갈린다

입력 2019-03-26 10: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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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박기원 감독. 스포츠동아DB

“좋은 윙 공격수가 있는 팀은 리그에서 재미있는 경기를 할 수 있지만 우승은 못한다. 좋은 미들블로커가 없으면 불안해진다.”

누구보다 국제배구의 흐름에 해박한 대한항공 박기원 감독이 24일 현대캐피탈과의 챔피언결정전 2차전을 앞두고 털어놓은 얘기였다. 그는 “다른 리그를 보더라도 우승이 많은 팀은 리그에서 가장 좋은 미들블로커를 데리고 있다. 미들블로커는 결정적일 때 필요한 역할을 해준다. 마무리를 하는 선수다. 스피드배구에서는 더욱 미들블로커의 역할이 크다”고 덧붙였다.

이전까지 V리그의 우승은 세터가 좋은 팀 혹은 외국인선수의 역할인 주공격수의 능력에서 결정된다는 것이 상식이었다. 그 것을 잘 보여준 팀이 삼성화재였다. 안정적인 연결을 하는 세터와 토종선수들의 정확한 2단 연결로 외국인선수의 공격력을 극대화시켜서 우승공식을 만들어냈다.

이 신화를 가장 먼저 깬 사람이 전 OK저축은행 김세진 감독이었다. 세계적인 미들블로커 시몬을 영입해 강한 서브공략에 이은 블로킹과 시몬의 역량을 극대화 시킨 공격패턴을 앞세워 2시즌 연속 챔피언결정전 우승도 엮어냈다.

세계배구의 흐름과 떨어져 높이와 파워만을 외치던 우리 배구도 차츰 스피드배구에 발을 맞춰가고 있다. 공교롭게도 2018~2018시즌 도드람 V리그 챔피언결정전은 미들블로커의 역량에서 승패가 갈리고 있다.

남자부 현대캐피탈이 인천 원정에서 대한항공을 이긴 원동력은 중앙에서의 우위였다. 1차전 13-7, 2차전 16-10으로 블로킹득점에서 앞섰다. 득점과 공격점유율도 차이가 났다. 1차전에서 대한항공의 미들블로커 김규민~진상헌~진성태는 16득점~16%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현대캐피탈은 최민호~신영석이 18득점~17% 점유율로 비슷하게 균형을 맞췄다.

하지만 2차전에서는 7득점~10%의 대한항공에 비해 17득점~17% 점유율의 현대캐피탈이 중앙에서 더 활발하게 움직였다. 대한항공 미들블로커들은 경기 도중 전력분석원에게 상대의 공격패턴과 코스 등을 물어보며 잘 풀리지 않는 문제의 해답을 찾아보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

25일 벌어진 도로공사-흥국생명의 김천 3차전도 흥국생명 미들블로커 김나희의 등장으로 도로공사에 유리하던 흐름이 사라져버렸다.

도로공사는 1,2차전동안 19~17득점 20%~26%의 공격점유율로 중앙을 중심으로 하는 배구를 했다. 블로킹도 8-6, 7-4로 앞섰다. 흥국생명은 1,2차전에서 김세영~이주아가 합작 9득점 했고 점유율도 13%~19%에 그쳤다.

하지만 김나희가 신인 이주아를 대신해 선발 출전한 3차전은 달랐다. 공격득점 17-19로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블로킹은 11-6으로 더 앞섰다. 점유율도 16%-18%로 비슷비슷했다. 김나희의 빠른 움직임 덕분에 공격패턴이 다양해자 조송화의 연결이 전보다 훨씬 편해졌다. 김나희가 9개의 유효블로킹으로 상대의 공격을 버텨주자 도로공사의 장점이 크게 드러나지 않았다.

중앙 싸움에서 뒤지 않은 흥국생명은 5세트에 이재영에게 공격을 몰아주는 선택과 집중으로 승리를 따냈다. 1라운드 김천 원정에서 도로공사에 먼저 2세트를 내줬지만 3세트 중반부터 김나희를 투입해 경기의 흐름을 바꾸고 3-2 역전승리를 따냈던 당시를 기억하던 박미희 감독의 용병술이 빛난 3차전이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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