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을 글로벌 선두 기업으로
한국 국격 높이는 민간외교관 역할
8일 별세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평생을 ‘수송보국’(輸送報國) 일념 하나로 살아온 한국 항공산업의 영원한 선구자였다. 조 회장은 1949년 3월 8일 인천광역시에서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의 첫째로 태어났다. 대한항공에는 1974년 입사해 1992년 대한항공 사장, 1999년 대한항공 회장, 2003년 한진그룹 회장에 올랐다.
조 회장은 재직기간 중 대한민국 국적 항공사인 대한항공을 글로벌 항공산업의 선두 기업으로 키웠다. 항공동맹체 스카이팀(SkyTeam) 창설을 주도하고 세계 항공사들이 경영 위기로 움츠릴 때는 선제적 투자로 맞섰다. 항공업계가 대형항공사(FSC)와 저비용항공사(LCC) 경쟁의 패러다임으로 바뀌는 변화를 미리 내다보고, 2008년 7월 진에어를 창립했다.
이런 노력의 결과 창립50주년을 맞은 대한항공은 보유 항공기 166대, 국제선 취항 43개국 111개 도시인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국제선 여객은 1969년 창립 때 보다 154배 늘었으며 화물 수송량은 538배 성장했다. 매출액과 자산도 각각 3500배, 4280배 증가했다.
조 회장은 시스템 경영론을 늘 강조했다. 최고 경영자는 시스템을 잘 만들고 모든 사람들이 역량을 잘 발휘하게 조율하는 오케스트라 지휘자와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송업에서는 절대 안전이 필수적 요소이고 고객과의 접점이 이루어지는 곳이 바로 현장임을 강조했다. 아울러 항공사의 생명은 서비스라며 고객중심 경영에 중점을 뒀다.
항공산업 외에 다양한 부문에서 민간외교관으로 국격을 높이는 데도 힘을 쏟았다. 한불최고경영자클럽 회장을 맡아 2004년 프랑스 정부로부터 레지옹 도뇌르 코망되르 훈장, 2015년 최고 권위의 레지옹 도뇌르 그랑도피시에를 수훈했다. 몽골로부터는 2005년 외국인에게 수훈하는 최고 훈장인 ‘북극성’ 훈장을 받았다. 이외에 우리나라의 국격을 높이기 위해 프랑스 루브르, 러시아 에르미타주, 영국 대영박물관 등 세계 3대 박물관에 한국어 안내 서비스를 시작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이명희(전 일우재단 이사장·70)씨를 비롯해 아들 조원태(대한항공 사장·44)씨, 딸 조현아(전 대한항공 부사장·45), 조현민(전 대한항공 전무·36)씨 등 1남 2녀와 손자 5명이 있다.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