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포수’의 가치가 드러나는 계절이 돌아왔다

입력 2019-05-08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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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이지영(왼쪽)-박동원. 스포츠동아DB

그라운드의 야전사령관으로 불리는 포수는 체력소모가 가장 큰 포지션이다. 정신적인 피로감 또한 상당하다.

5일까지 35경기에서 KIA투수들은 총 5573개의 공을 던졌다. 1군 마운드에 투입된 투수는 총 20명이었다. 그러나 포수는 단 2명이었다. 한승택과 김민식 두 명이서 5573개의 공을 잡은 셈이다. 두 포수는 치열한 고민 속 5573번 사인을 냈고 주자를 살피고 블로킹을 하고 도루저지를 위해 2루, 3루로 공을 던지고 까다로운 내야 타구가 나오면 1루로 뛰어 백업도 해야 했다. 야구장에 ‘투수는 왕족, 외야수는 귀족, 내야수는 평민, 포수는 노예’라는 말이 있는 이유다.

여름은 특히 포수에게 괴로운 계절이다. 무거운 프로텍터와 마스크를 쓰고 쪼그려 앉아 하루에도 100번 넘게 앉았다 일어났다 해야 한다. 한여름에는 한 경기를 끝내면 체중이 3~4㎏ 줄기도 한다.

계절의 여왕으로 불리는 5월이 시작됐다. 이제 각 팀 전력에서 제 2포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높아지는 시기다. 두산 베어스 김태형 감독은 “포수가 체력적으로 힘들면 자기도 모르게 순간적인 판단이 느려질 수 있고 실수도 할 수 있다. 날씨가 따뜻해질수록 체력관리를 더 세심히 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그렇지만 순위싸움이 치열해 질수록 첫 번째 포수에게 계속 눈길이 갈 수 밖에 없다”고 고백했다.

김태형 감독은 2017시즌 중반까지 양의지(NC 다이노스)와 박세혁, 최재훈(한화 이글스)을 동시에 보유했었다. 지금시점에서 보면 3팀의 주전 포수가 모두 베어스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포수 체력안배에 큰 고민이 없었다. 올해는 박세혁이 37경기 중 35경기에 출전했다. 이흥련과 장승현이 뒤를 받치고 있지만 9이닝 전체 휴식을 보장한 경기가 2경기뿐이다. 그만큼 백업 포수에 대한 고민이 엿보인다.

키움 히어로즈는 10개 팀 중 유일하게 두 번째 포수에 대한 고민이 없다. 이지영과 박동원이 역할을 나눠 안방을 지키고 있다. 장정석 감독은 투수와 포수의 짝을 나누는 전담포수로 두 포수의 역량을 최대한 이끌어내고 있다. 포수왕국만 할 수 있는 효율적인 기용이다.

NC는 정범모와 함께 외국인 타자 크리스티안 베탄코트가 포수 체력안배에 역할을 할 수 있다. LG 트윈스도 유강남 뒤에 베테랑 정상호가 있다.

그러나 포수가 가장 큰 아킬레스건인 롯데 자이언츠는 여름이 다가올수록 더 힘겨운 경기가 많아 질 수 있다. 삼성 라이온즈 역시 백업 포수에 고민이 있다. 강민호가 주 1·2회 지명타자를 맡으며 체력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일 수 있지만 김민수 등 젊은 포수진의 성장에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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