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리뷰] ‘나빌레라’, 꿈을 포기하기에는 눈부신 당신의 날들을 위하여

입력 2019-05-08 16: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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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만 가득한 과거와 불안하기만 한 미래 때문에 지금을 망치지 마세요. 오늘을 살아가세요. 눈이 부시게. 당신은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

며칠 전, 배우 김혜자가 제55회 백상예술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그가 출연했던 JTBC ‘눈이 부시게’의 대사를 다시 읊으며 소감을 전했고 듣는 모든 이들에게서 눈물을 자아내게 했다.

그리고 며칠 뒤, ‘나빌레라’(제작 서울예술단‧연출 서재형)가 공연되고 있는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배우 진선규(심덕출 역)가 “늙었다는 거, 겨우 그거 하나뿐인데”, “모든 날이 아깝다, 모든 날이 새롭다”, “꿈이니까 힘든 거야”, “더 높이 날아오르기 위해 숨죽이는 시간이 필요한 거야” 등 대사를 할 때마다 관객들은 가방에서 티슈를 꺼내기 바빴다. ‘나빌레라’가 갖고 있는 가장 큰 힘, 공감대가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나빌레라’는 일흔을 앞둔 ‘심덕출’이 자신이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다는 것을 알고 어릴 적 자신의 꿈이었던 ‘발레’를 시작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가족들의 반대에도 발레단에 찾아간 그는 발레리노 꿈을 포기하려는 청년 ‘이채록’을 만나게 된다. 슬럼프에 빠지고 눈앞에 닥친 막막한 현실에 ‘꿈’은 환상인 것 같은 이채록은 너무 늦은 나이에 발레를 하겠다고 나선 심덕출이 한심해보이지만 그의 진심을 알고 마음을 열게 되고 자신이 이루고 싶은 꿈을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앞서 말했듯, 이 극의 가장 큰 힘은 공감이다. 관객들은 어떠한 캐릭터에 이입을 해도 공감을 할 수 있다. 남은 날들이 너무 많이 남아 막막한 청년과 남은 시간이 적어 안타까운 노인, 심지어 아버지의 건강이 걱정돼 그의 꿈을 막는 큰 아들조차에게도 말이다. 또한 한 때는 뭔가를 꿈꿨던, 그리고 지금 무언가를 꿈꾸고 있는 이들을 위한 이야기이기도 해 단순히 ‘발레 하는 노인’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들의 이야기’에 포커스를 맞춘 제작진의 의미 있는 의도가 엿보인다.

또한 청년과 노인, 어떻게 보면 대조적으로 보이는 이 인물들이 우정을 쌓아가는 모습과 하나의 꿈을 위해 달려가는 모습은 관전포인트다. 1막에서는 심덕출이 “넌 재능이 있어”라며 이채록에게 꿈을 포기하지 말라는 격려를 한다면, 2막에서는 기억을 잃어가는 심덕출의 꿈을 지켜주기 위해 “머리는 기억 못하지만 몸은 동작을 기억한다”라며 함께 무대에 올라간다. 세대를 넘은 우정과 꿈을 포기하지 않고 달려가는 이들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특히 심덕출이 어렸을 적 발레리노를 꿈꾸게 했던 러시아 꼬마 발레리나가 무대 위에 등장하는데 “나와 함께 하자”고 했던 그 소녀와 70세 심덕출이 함께 춤추는 모습은 감동을 자아낸다.


이미 ‘신과 함께-저승편’으로 웹툰을 창작가무극으로 만들었던 적이 있는 서울예술단의 노련함이 돋보인다. 1년이 넘게 연재된 원작 웹툰을 2시간 15분으로 표현했지만 각 인물의 성격,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그대로 무대 위로 올려 원작의 감동을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전했다. 이 극에서 가장 중요한 소재인 발레도 빼놓을 수 없다. 유희웅 안무가에 의해서 탄생한 발레 안무는 클래식한 발레와 뮤지컬적인 요소가 더해져 대중성을 더했다. 또한 따뜻한 메시지를 담은 가사와 피아노, 현악기, 그리고 기타 사운드 등의 연주가 더해져 극의 감동을 더했다.

영화 ‘범죄도시’로 대중들에게 이름을 알리고 ‘극한직업’으로 ‘천만배우’라는 수식어를 갖게 된 배우 진선규는 ‘심덕출’을 완벽히 소화해냈다. ‘나빌레라’에 유독 애착을 보이며 발레 연습에 매진했던 그는 아마추어 발레리노의 모습을 완벽히 관객에게 전달했고 솔로 넘버들을 깔끔하게 소화해 눈길을 끌었다. 신입 단원 강상준 역시 반항적인 청춘의 모습부터 꿈에 대한 열정을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는 순수함까지 표현하며 젊은 세대의 공감을 자아냈다. 12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에서.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서울예술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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