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할 타율 눈앞 이정후 “저는 더 뻔뻔해졌습니다”

입력 2019-05-09 17: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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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이정후. 스포츠동아DB

키움 이정후. 스포츠동아DB

키움 히어로즈 이정후(21)는 또 한번 알을 깨고 나왔다. 이제는 날개를 활짝 펴고, 자유롭게 비상하는 일만 남았다.
어느덧 3할 타율의 고지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지난겨울 왼쪽 어깨 수술을 받은 뒤 2019시즌을 출발하면서 뜻하지 않게 타격 슬럼프와 씨름했지만, 재빨리 이정후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8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홈경기서는 리드오프로 나서 3타수 2안타 2득점 2볼넷으로 타율을 0.297까지 끌어올렸다. 6·8회엔 각 좌익수, 우익수로 연달아 호수비를 선보이며 입단 동기 이승호의 생애 첫 완봉 승을 앞장서 도왔다.

그럼에도 이정후는 여전히 속 시원한 미소를 짓지 못한다. 매 시즌 커리어하이를 새로 써내려가면서 스스로에게 거는 기대치도 함께 높아지는 까닭이다. 그는 “팀이 내게 원하는 것이 있을 거다. 나 역시 스스로에게 설정한 기대치가 있다. 타율 3할에 출루율도 4할은 되어야 한다”며 갈증을 호소했다. 한편으론 “조금씩 살아나고 있는 것이 고무적이지만, 아직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빨리 만족할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의미 없는 고난은 없다. 자신의 야구 인생에서 유례없는 부침을 겪었지만, 이정후는 이 또한 배움의 시간으로 삼았다.

그는 “야구가 쉽지 만은 않다는 것을 느꼈다. 이렇게 시즌을 시작한 것이 처음이었다”라며 “시즌은 길고 좋을 때도, 안 좋을 때도 있다. 올해는 안 좋은 것이 먼저 찾아왔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다”고 돌아봤다. 이어 “내년에 비슷한 상황이 찾아오면 어떻게 빨리 페이스를 되찾을 수 있는지도 알게 됐다. 좋은 경험이었다”고 털어놨다.

시즌을 거듭할수록 성숙해진다. 스스로 느끼기에도 그렇다. 이정후는 “프로에 와서 멘탈이 좋아졌다”며 “어렸을 때는 항상 아빠와 비교당하는 것이 스트레스이자 부담이었는데, 프로에 와서는 그런 것들이 많이 없어졌다”고 했다. 이제는 자신을 ‘이종범의 아들’로 여기든 이종범 LG 퓨처스 총괄·타격코치를 ‘이정후의 아버지’라고 부르든 전혀 개의치 않는다. 오히려 “나로 인해 아버지의 이름이 한 번 더 불리는 거라 좋다”며 웃어 보이는 여유까지 생겼다. 이어 “이젠 나를 믿는다. 더 이상 눈치 보지 않고, 뻔뻔해지기도 했다. 그런 부분들이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고 웃었다.

젊은 선수들을 중심으로 성적과 성장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내는 키움이다. 이정후 역시 키움과의 만남을 천운으로 여긴다. 그는 “장정석 감독님께서 계속해 기회를 주시고, 키워주신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다. 야구를 잘해서 보답해야 한다”며 “선배들께서도 후배들이 눈치 보지 않고 야구에만 집중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주셔서 어린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키움에 왔기 때문에 국가대표, 올스타전 출전, 3할 타율 달성, 전 경기 출장, 100안타 등 스스로 세워둔 목표를 많이 이룰 수 있었다. 앞으로는 이를 꾸준히 지키는 선수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고척 | 서다영 기자 seody306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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