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옛날 사람①] 김성은 “‘미달이’ 아는 초등학생 만나면 신기해”

입력 2019-05-10 06:57: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 시트콤 ‘순풍산부인과’ 주역 김성은이 본 옛날 콘텐츠

순풍산부인과 역주행 작품의 힘
시트콤 르네상스 경험 운 좋았죠
연기로 21년 전 사랑 보답할래요

‘응답하라! 옛날 사람!’ 최근 ‘유물 콘텐츠’의 인기가 뜨겁다. 1990년대 말 인기를 모은 추억의 프로그램이 ‘유물’의 이름으로 온라인상에서 다시 호출되고 있다. 20여 년의 시간이 흐른 뒤 ‘스낵 콘텐츠’(5∼15분 분량의 짧은 콘텐츠)의 대표주자로까지 떠올랐다. 1998년 첫 방송한 SBS ‘순풍산부인과’의 요약본은 유튜브에서 100만 조회수를 거뜬히 돌파했다. 연기자 김영철은 KBS 1TV ‘태조왕건’ 종영 17년 만에 “누가 기침 소리를 내었어”라는 극중 궁예의 명대사가 다시 회자되면서 화장품 CF모델로까지 나섰다. 시청자들은 이를 입맛에 맞게 패러디해 공유하기도 한다. 각 방송사는 이 같은 흐름을 놓칠 새라 앞 다퉈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다.

“21년 전 ‘미달이’로 이렇게 다시 주목받을 날이 올 줄이야….”

연기자 김성은(28)은 21년째 ‘미달이’로 불린다. 만 8살이었던 1998년 SBS 시트콤 ‘순풍산부인과’의 사고뭉치 박미달 캐릭터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런 그에게 최근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새로운 팬덤이 생겨나고, 방영 당시 세상에 없었던 초등학생들까지 자신을 “미달이”라 부른다. 그 스스로도 “신기한 일”이라 말할 정도다. 최근 온라인에 불어 닥친 ‘유물 콘텐츠’ 열풍 덕분이다. 김성은은 “‘역주행’의 아이콘이 된 것만 같아 기쁘다”며 함박웃음을 짓는다.

1일 서울시 종로구 두레홀에서 연극 ‘보잉보잉’ 준비에 한창인 김성은을 만났다.


● “‘순풍산부인과’ 같은 시트콤 또 없죠?”

김성은은 ‘순풍산부인과’가 다시 인기를 끌면서 지난달 KBS 2TV 예능프로그램 ‘해피투게더4’에 출연했다. 최근에는 SBS 공식 유튜브 채널인 SBS NOW 생중계로 팬들을 만났다.

“오랜만에 출연했는데 실시간 검색어 순위 1위에 올라 감격했다. 생중계에 나선 것도 ‘미달이 보고 싶다’는 시청자 요청 덕분이었다. ‘순풍산부인과’가 재조명 받는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웃음) 덕분에 시트콤을 복습 중이다. 신기한 건 과거 애시청자는 물론 새롭게 시트콤에 빠진 10∼20세대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는 거다. 나보다 명장면을 더 잘 꿰고 있더라, 하하하!”

자신의 소녀시절이 고스란히 담긴 시트콤이 새삼 회자되는 것은 그에게도 “영광스러운 일”이다. 그는 “작품의 힘”이라 자부한다. 김병욱 PD의 연출력, 작가들의 ‘무한’ 아이디어가 아니었다면 ‘순풍산부인과’는 “시대를 뛰어넘는 레전드”가 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지금 봐도 촌스럽지 않다. 무엇보다 요즘 사람들에게서도 공감을 얻는 가족과 직장 이야기다. 과하지 않는 코믹함으로 선을 지킨 편집이 요즘 기준으로도 세련됐다. 이런 정통 시트콤이 한동안 없어 더 주목받는 것 같다. 가족들이 함께 모여 밥 먹으며 TV 보는 시대가 아니라서 시트콤이 더 이상 제작되지 않고 있다. 이제 ‘순풍산부인과’를 뛰어넘는 시트콤은 나오기 힘들지 않을까?”

8살 때처럼 ‘순풍산부인과’는 그에게 여전히 “세상을 향한 통로”다. 김성은은 “시청자들이 하이라이트를 편집하고 공유하는 과정에서 다시 내 존재를 알리고 있다”며 고마워했다.

“사춘기 시절에는 영악한 미달이 캐릭터 때문에 내가 더 나아가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사람들 기억 속에 사랑스러운 존재로 남았다는 걸 알고 마음을 바꿨다. 이를 ‘낙인’이라 생각하며 아파했던 과거를 치유 받는 기분이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 “직장생활, 연기 꿈은 포기 안 했다”

김성은은 ‘순풍산부인과’ 이후 꾸준히 연기자의 길을 걸었다. 하지만 과정은 결코 쉽지만은 않았다.

“20대에 들어서면서 ‘시기가 아직 아니다’는 생각도 했다. 맡을 만한 배역이 거의 없었던 탓이다. 일단 할 수 있는 걸 하자 싶어 취업 준비를 했다. 자기소개서 작성과 면접을 반복하다 2016년 한 외국대학 입시전문 학원에 채용됐다. 시장조사부터 원생 상담까지 도맡았다. ‘일당백’으로 열심히 일했다.”

그래도 연기의 꿈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의 열정을 눈여겨 본 학원 대표가 “유튜브 채널이라도 운영해보라”고 조언했다. 그 길로 2017년 유튜버로 변신해 시청자와 소통하고 있다. 2018년 10월부터는 연극 ‘보잉보잉’으로 활약 중이다.

“어떤 일이든 대충하는 걸 제일 싫어한다. 연기는 더욱 그렇다. 같은 에피소드로 연기하는 연극무대여서 매너리즘을 가장 경계한다. ‘어? 미달이였네?’라며 ‘연기 잘 한다’고 박수 쳐주는 관객들에게 최고의 공연을 보여주고 싶다. 그것만이 어릴 적 내가 받은 사랑을 되돌려드리는 길이라 생각한다.”


● “추억의 ‘미달이’, 잘 지켜 갈래요”


“평생 연기하고 싶다”는 그에게는 남모르게 키워온 꿈이 하나 더 있다. 바로 “후배 양성”이다. 오래도록 ‘미달이’를 궁금해 한 시청자들을 위해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싶다는 포부도 남겼다.

“운 좋게 시트콤의 르네상스를 보내면서 이름 석 자를 알릴 수 있었다.(웃음) 욕심 갖지 않고 내 에너지로 대중에게 웃음을 드리고 싶다. 언젠가는 연기자를 꿈꾸는 친구들을 가르치는 회사를 차리고 싶다.”

앞으로도 나태해지지 않겠다는 그는 “시청자에게 추억과 웃음을 안긴 미달이를 지금의 김성은이 잘 지켜가겠다”고 덧붙였다.

● 김성은

▲1991년 7월23일생 ▲1996년 광고모델 데뷔 ▲1998년 SBS ‘순풍산부인과’ 박미달 역·연기대상 아역상 ▲1999년 SBS ‘카이스트’ ▲2000년 MBC ‘세 친구’ ▲2001년 SBS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2013년 tvN ‘감자별2013QR3’ ▲2017년 유튜브 채널 ‘라라쇼’ 개설, 유튜버 활동 ▲2019년 연극 ‘보잉보잉’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