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석의 팁인] FA 제도의 전반적인 재검토는 왜 필요한가

입력 2019-05-21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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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규. 사진제공|KBL

남자프로농구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이 20일 어느 정도 마무리됐다. 2018~2019시즌 종료 후 역대 최다인 56명의 선수가 FA 자격을 얻었다. 이 중 27명이 원 소속 구단에 잔류했다. 시장에 뛰어든 21명 중 10명은 새로운 팀을 찾았다. 나머지 11명은 원 소속 구단과의 재협상에 돌입한다. 이번 FA 시장에서는 파열음도 발생했다. 창원 LG는 협상이 결렬된 김종규에 대해 사전 접촉이 의심되는 정황이 포착되자 KBL에 심의를 요청했다. KBL은 재정위원회를 열어 ‘증거 불충분’으로 선수의 손을 들어줬다. 결국 김종규는 FA 권리를 행사했고, 역대 최고 연봉으로 원주 DB 유니폼을 입었다.

김종규의 FA 권리 행사 과정과 이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를 떠나 KBL FA 제도 전반에 걸친 재검토가 반드시 필요하다. 현 FA 제도는 취지에 어긋날 정도로 원 소속 구단이 기득권을 많이 갖는다. 원 소속 구단과의 1차 협상 기간도 약 2주간으로 너무 길다. 그렇다보니 사인&트레이드도 빈번했다. 원 소속 구단과의 1차 협상을 폐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FA는 말 그대로 프리 에이전트다. 선수는 자유로운 몸으로 내가 뛰고 싶은 구단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하는데 현 제도는 이래저래 제약이 너무 많다.

또한 각 구단은 FA 선수 영입을 위해 암암리에 사전 접촉을 해왔다. 이를 공개적으로 시인하는 구단은 없다. 하지만 어느 정도 인지는 하고 있다. 증거를 제대로 잡을 수가 없을 뿐이다. 다수의 구단 관계자들은 “원 소속 구단 협상 기간에 FA 선수와 대화해 보면 ‘이 선수는 이미 다른 구단으로부터 오퍼를 받거나 접촉을 했다‘는 판단이 설 때가 있다”고 말한다. 협상을 해보면 어느 정도 파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원 소속 구단과의 1차 협상 자체가 의미를 상실했다는 걸 단적으로 보여준다.

FA 제도는 철저하게 선수들의 권리를 찾아주는 쪽으로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 그게 취지에 맞다. 일부에서는 FA 제도 변경 자체가 시장의 혼탁함을 다시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예전처럼 과다 경쟁으로 선수의 몸값에 거품이 생기는 등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걱정이다. 그런데 시장을 혼탁하게 만드는 주체는 선수가 아니라 구단이다. 스스로 공정한 경쟁을 하지 않으면서 문제만 지적하는 건 자가당착이다.

KBL은 현재 FA를 포함해 각종 제도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에 돌입했다. 각종 제도에 관한 검토 작업을 할 때 각 구단들의 입김은 반드시 배제되어야 한다. 구단들은 겉으로는 아닌 것처럼 하지만 각 제도에 관한 논의를 할 때 구단의 유·불리를 따지고, 이를 적극 반영하려 한다. 구단이 제시한 의견이 좋은 방향이라면 받아들이지 않을 이유가 없지만 업무의 편리성이나 기득권 유지를 위한 방안이라면 분명하게 선을 그어야 한다. 특히 일부 구단이 주도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적인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이사회의 개편 방안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최용석 스포츠부 차장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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