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두꽃’ 버릴 배우 하나 없다… 숨막히는 연기열전 60분

입력 2019-06-01 08: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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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두꽃’ 스토리도, 배우들의 명연기도 그야말로 휘몰아쳤다.

SBS 금토드라마 ‘녹두꽃’(극본 정현민/연출 신경수 김승호)이 중반부를 향해 맹렬히 달려가고 있다. 이에 맞게 스토리 역시 안방극장을 집어삼킬 정도로 불이 붙은 상황. 물론 이 불 붙은 스토리를 더욱 강렬하게 완성시켜주는 것은 ‘녹두꽃’을 가득 채우는 배우들의 명품 열연이다. 5월 31일 방송된 ‘녹두꽃’ 21~22회는 이 같은 배우들의 연기열전이 펼쳐진 회차였다.

이날 방송은 크게 두 줄기의 스토리로 구성됐다. 하나는 농민군과 토벌대로 마주한 백이강(조정석 분)-백이현(윤시윤 분) 이복형제의 잔혹한 운명이고, 또 다른 하나는 외세로부터 조선을 지키기 위해 녹두장군 전봉준(최무성 분)이 전라도 관찰사에게 제안한 전주화약이다. 이 두 개의 스토리가 절묘하게 맞물리며 극적 몰입도를 끌어 올렸다.

이 과정에서 배우들의 명품 연기가 시청자 숨통을 틀어쥐었다. 먼저 백이강, 백이현 형제의 재회 장면이 처절했다. 송자인(한예리 분)과 함께 전봉준의 화약 제안 서신을 들고 경군을 찾은 백이강은 이방이 된 동생 백이현 걱정에 안절부절 못했다. 그러던 중 백이현의 막사에서 피에 젖은 천 조각을 발견했다. 앞서 번개(병헌 분)가 손에 쥐고 있던 도채비의 것과 유사한 천. 백이강은 동생 백이현이 도채비일까 불안감에 휩싸였다.

이 불안은 현실이었다. 백이강은 동학농민군에 총을 쏘고 도주하던 백이현과 마주했다. 난투극 끝에 백이강은 돌로 백이현의 손을 내리 찍고자 했다. 백이현의 마음 속 도채비(도깨비)를 죽이려 한 것. 하지만 포기했다. 동생을 너무도 아끼기에, 자신을 보는 동생의 눈빛이 너무도 처절했기에.

잔혹한 운명의 형제가 재회했다. 처절할 수밖에 없는 장면. 조정석, 윤시윤 두 배우는 눈빛, 표정, 흔들리는 목소리, 절규 등을 통해 각 캐릭터의 감정을 100% 담아냈다. 숨막히는 집중력과 온몸의 에너지를 쏟아낸 듯한 두 배우의 열연과 호흡은 형제의 운명을 더 강하고 가슴 아프게 만들었다.

전봉준의 전주 화약 제안 역시 뭉클한 울림을 선사했다. 외세 일본을 조선 땅에서 몰아내기 위해 전봉준이 폐정개혁안을 들고 경군에게 화약을 제안한 것. 더 싸워야 한다는 일부 동학농민군 무리의 원성. 자신을 믿는다는 또 다른 농민군들. 깊은 고뇌 끝에 전봉준은 화약을 결심했다. 그가 화약에 대한 답변으로 전주성에서 불꽃을 쏘아 올릴 때, 고부 봉기를 시작으로 그 동안 동학농민군이 걸어온 길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났다. 전봉준은 눈물을 쏟을 수밖에 없었다.

배우 최무성은 겉으로 강렬하게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도, 민초들의 열망을 온몸으로 품어낸 녹두장군 전봉준의 책임감과 고뇌를 고스란히 보여줬다.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직접 전봉준에게 거래를 제안하고, 사자로 나선 송자인의 강단과 담대함을 표현한 한예리의 존재감도 막강했다. 이외에도 박혁권(백가 역), 최원영(황석주 역) 등. ‘녹두꽃’ 모든 배우들은 더할 나위 없는 열연을 펼쳤다.

역사적 사실과 허구의 서사가 맞물리며 휘몰아치는 스토리에 빠진 60분이었다. 이 스토리를 시각적으로, 감정적으로 더 강렬하게 구현한 것이 배우들의 입이 쩍 벌어지는 열연이었다. 스토리에 빠지고, 배우 연기에 반한 60분. ‘녹두꽃’이 왜 특별한 드라마인지 다시 한 번 입증됐다.

한편 이날 방송 말미 전주 화약에 반대하는 홍계훈(윤서현 분)이 백이현에게, 전봉준을 저격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과연 백이현이 전봉준을 저격할 것인지, 전주화약의 결과는 어떻게 될 것인지 공개될 SBS 금토드라마 ‘녹두꽃’ 23~24회는 오늘(1일) 토요일 밤 10시 방송된다.

동아닷컴 조성운 기자 madduxl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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