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래원 “‘도시어부’로 5박6일 낚시 강행군…회 뜨는 실력 늘었죠”

입력 2019-06-10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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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래원은 19일 개봉작 ‘롱 리브 더 킹:목포영웅’을 촬영하며 “자연스럽게 연기할 수 있는, 제작진과 함께 목적지를 정하는 유연한 현장이었다”고 높은 만족감을 드러냈다. 자신감은 개봉을 보름이나 앞두고 4일 일찌감치 열린 시사회를 통해서도 드러났다. 사진제공|메가박스(주)플러스엠

■ 19일 개봉 영화 ‘롱 리브 더 킹’ 주연 김래원

조폭영화 아닌 남자의 순정 이야기
인기 웹툰 영화화…고민 없이 출연
집 아니면 낚시…나의 유일한 취미
내 색깔 지우고 악역 도전하고 싶다

배우 김래원(38)의 요즘 심리상태를 날씨에 비유하자면 ‘쾌청’ 그 자체다. 웃음은 늘었고,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놓는 데도 주저함이 없었다. 역시 배우는 출연한 영화의 완성도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모양이다. 주연 영화 ‘롱 리브 더 킹:목포영웅’(롱 리브 더 킹, 제작 필름몬스터)을 관객 앞에 내놓는 김래원을 19일 개봉에 앞서 7일 오후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김래원을 비롯한 출연진과 제작진은 개봉을 보름이나 앞두고 4일 시사회를 열었다. 자신감을 드러낸 셈이다. 개봉 전 시사회 등을 통해 입소문을 퍼트리겠다는 전략도 읽힌다. 기대를 감추지 않기는 김래원도 마찬가지다. “영화를 촬영하는 중간중간 연출자 강윤성 감독님에게 ‘다음 작품도 함께 하고 싶다’고 말했다”는 그는 “그 말에 이 영화와 감독님을 향한 내 마음이 전부 담겨 있다”고 했다.

● “영화는 동화 같은 이야기”

어떤 사람으로부터 받은 영향으로 삶이 송두리째 바뀌는 일이 과연 가능할까. ‘롱 리브 더 킹’은 바로 그런 이야기다.

극의 무대는 전라남도 목포. 오랜 상가를 허는 재건축 바람이 한창이다. 거대조직의 보스 장세출(김래원)은 상가 철거 시위 현장에서 우연히 인권변호사 강소현(원진아)과 강렬한 첫 만남을 갖는다. 이를 계기로 “좋은 사람”이 되고자 결심한 장세출은 드라마틱한 사건을 겪으면서 국회의원 선거에까지 출마한다.

얼핏 철지난 ‘조폭’ 이야기처럼 비칠 수도 있는 영화를 관통하는 정서는 사실 ‘우직한 남자의 순정(純情)’이다. 김래원 역시 “시나리오를 읽고 멜로를 느꼈다”고 했다.

“감독님은 동화 같은 이야기라고 강조했어요. 처음엔 저도 장세출이 매력적인지 잘 몰랐습니다. 아시다시피 제가 평소에 진지하고 생각이 많잖아요.(웃음) 그러다보니 제가 속한 그룹까지도 매사 진지해져요. 영화에서도 그렇죠. 세출과 그 조직원들이 너무 진지하니까 오히려 순수해보이잖아요. 기존 ‘조폭’과는 다르죠.”

김래원은 ‘롱 리브 더 킹’ 출연 제안에 망설임이 없었다고 돌이켰다. 누적 조회수 1억 뷰가 넘는 인기 웹툰을 영화화한다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던 터였고, 앞서 ‘범죄도시’를 통해 “모든 캐릭터와 그 배우들까지 돋보이게 만든 강윤성 감독”에게 거는 기대도 컸던 덕분이다.

“예컨대 액션장면을 찍는다면, 감독님은 방법을 세밀하게 설명하는 대신 ‘래원아, 날아야 하는데 어느 방향으로 가고 싶어?’라고 먼저 물어요. 그러면 제가 답하죠. 그렇게 제 방식대로 자연스럽게 연기할 수 있었어요. 막내 스태프에게까지 물으면서 모두의 의견을 듣죠. 누가 맞고, 틀리고, 그건 중요치 않아요. 우리의 목적지를 함께 정하는, 유연한 현장이었어요.”

덕분에 김래원은 영화에서 ‘훨훨’ 날았다. 최근에도 영화 ‘프리즌’, 드라마 ‘닥터스’ 등을 통해 저력을 확인시켰지만 이번 영화에서 그는 지금까지 다양한 장르와 작품을 통해 쌓은 실력을 한 번에 쏟아낸다. 아직 관객 평가가 남아 있지만, 새로운 대표작 하나를 얻었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다.

영화 ‘롱 리브 더 킹’ 속 김래원(오른쪽).


● “자만해질까봐 낚시 시작”

김래원은 중학생 때 연기를 시작했다. 연기 경력 20년이 훌쩍 넘는다. 20대 초반에 소위 ‘청춘스타’의 반열에 올랐고, 덕분에 로맨틱 코미디나 멜로드라마에서도 승승장구했다. 그 무렵 낚시를 시작했다. 젊은 스타가 뜻밖에 ‘은둔의 취미’를 택한 이유는 바로 그 ‘인기’를 의식해서이다.

“드라마 ‘옥탑방 고양이’로 한창 주목받을 때가 15년 전인데, 22살이었어요. 어릴 때죠. 사람이다보니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것 같았어요. 주변 환경에 흔들리기 싫더라고요. 그래서 낚시를 시작한 거예요. 관심을 피해서 바다로 낚시를 갔어요. 어차피 (인기가)지나고 나면 공허함이 찾아올 테니까요.”

그렇게 시작한 낚시는 지금 김래원을 대표하는 키워드가 됐다. 낚시 이야기가 나왔으니, 좀 더 물었다. 그는 최근 일본에서 5박6일 일정으로 채널A의 ‘나만 믿고 따라와 도시어부’ 촬영을 진행했다. 강행군이었는지 혀를 내두른 그는 “촬영 내내 잡은 온갖 물고기를 전부 직접 회를 뜨다 보니까 실력이 늘어서 돌아왔다”며 웃었다.

“촬영이 없을 때 제 생활은 단순해요. 낚시하려고 바다에 가고요. 서울에 있다면, 일주일이 뻔해요. 하루는 조카 보려고 본가에 가고, 그 외엔 배달음식 먹으면서 집에 있어요. 하하! 물론 이런 삶을 개선하려는 의지는 충분히 있습니다. 너무 고립돼 있는 것 같아요.”

무심한 듯 진지한, 그러면서도 자신의 길을 걷는 김래원의 매력은 ‘롱 리브 더 킹’ 속 장세출을 통해서도 그대로 살아난다. 특히 극중 노래방에서 김동률의 노래 ‘사랑한다는 말’을 부르는 모습은 여성관객의 ‘심쿵 유발’이 확실시되는 장면이다.

“못 불러도 된다고 해서 연습 없이 불렀어요. 사실 제 등판이 다 했죠, 뭐.(웃음) 지금껏 뭘 의도한 적은 없는 것 같아요. 늘 똑같이, 차분하게 해왔어요. 다만 지금 제 앞에 놓인 숙제가 있다면 ‘백지상태’이고 싶은 거죠. 제 색깔을 다 지우고 싶어요.”

김래원의 다음 영화는 공효진과 함께 한 로맨틱 코미디 ‘가장 보통의 연애’이다. 이미 촬영을 마쳤고 올해 가을 개봉을 준비하고 있다. 다시 “백지상태”가 된 지금, 그는 어떤 인물로 그 빈 공간을 채우고 싶을까.

“악역이요. 차분하고 조근 조근해 보이는 인물인데, 마음에 ‘악’이 있는 캐릭터를 제 얼굴로 표현하면 어떨지 궁금해요.”

● 김래원

▲ 1981년 3월19일생
▲ 1997 년 MBC 드라마 ‘나’로 데뷔
▲ 2000 년 영화 ‘청춘’·청룡영화상 신인상
▲ 2003년 드라마 ‘옥탑방 고양이’·연기대상 최우수상
▲ 2004년 영화 ‘어린신부’·대종상 신인상
▲ 2006년 영화 ‘해바라기’ 이후 ‘인사동 스캔들’ ‘강남 1970’ 등
▲ 2016년 SBS 드라마 ‘닥터스’
▲ 2019년 영화 ‘가장 보통의 연애’ 개봉 예정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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