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강민호.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좋은 포수’를 가늠하는 기준은 여러 가지다.
도루저지율과 실책 등의 수치 외에도 투수 리드와 같은 무형의 가치도 존재한다. 그 중에서도 블로킹은 포수의 기본기를 평가하는 요소라 의미가 크다. 투수가 던진 공을 최대한 안정적으로 받아내며 불필요한 진루를 억제하는 것이다. 투수와 신뢰관계를 형성하는 데도 블로킹은 매우 중요한 요소로 손꼽힌다. 일본프로야구(NPB) 명포수 출신 사토자키 도모야가 1003경기에서 기록한 포일이 19개에 불과한 것을 두고 “내 자리에서 포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한 것도 포수의 책임감과 블로킹의 중요성을 보여준 한 단면이다.
포수의 블로킹 능력을 평가하는 지표 중 하나가 ‘Pass/9((폭투+포일)×9÷소화 이닝수)’이다. 이 수치가 낮으면 낮을수록 탁월한 블로킹 능력을 앞세워 불필요한 진루를 막아냈다는 의미다. 10일 현재 최저 Pass/9을 기록 중인 포수는 삼성 라이온즈 강민호(34)다. 435이닝 동안 13개의 폭투와 2개의 포일을 기록해 Pass/9이 0.310이다.
두 차례 포일은 옥에 티다. 그러나 0.310의 Pass/9은 그 자체만으로 가치를 인정받기에 충분하다. 투수 입장에선 포수가 공을 빠트릴 걱정 없이 자신 있게 투구할 수 있다. 주자를 3루에 두고 포크볼과 종슬라이더 등의 낙폭이 큰 변화구를 구사하는 데도 포수의 블로킹 능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작지 않다. 강민호는 지난해에도 0.367로 10개구단 포수 가운데 가장 낮은 Pass/9(857.2이닝 31폭투·4포일)을 기록했다.
이는 강해진 마운드와도 궤를 같이한다. 2019시즌을 앞둔 삼성의 최대 아킬레스건은 심창민의 국군체육부대(상무) 입대로 공백이 발생한 계투진이었다. 김한수 삼성 감독의 걱정도 늘 불펜을 향했다. 그러나 올 시즌 현재 삼성의 계투진 평균자책점은 3.80으로 10개구단 중 세 번째로 좋다. 최지광(21)~이승현(28)~임현준(31) 등 그간 잠재력을 보여주지 못했던 투수들이 이른바 ‘불펜 3대장’으로 자리 잡은 비결 가운데 하나도 강민호의 존재다. 올 시즌 1차지명으로 삼성에 입단한 신인 원태인(19)도 “강민호 선배께서 좋은 투구를 할 수 있도록 많이 도와주신다. 젊은 투수들을 좋아하셔서 많이 챙겨주신다”고 고마움을 숨기지 않았다.
강민호의 타격 성적은 58경기 타율 0.237(190타수45안타), 9홈런, 27타점이다. 기대치를 다소 밑도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안방에서 보여주는 존재감은 상당하다. 본인이 마스크를 쓴 경기에서 투수들의 평균자책점도 3.81로 10개구단 포수 중 네 번째로 좋다. 삼성이 4년 총액 80억 원의 거액을 투자해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을 맺은 이유를 증명하고도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