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 이강인(가운데)이 10일(한국시간) 폴란드 카토비체국제공항에서 에콰도르와의 ‘2019 국제축구연맹 U-20월드컵’ 4강전이 열리는 루블린으로 이동하기 위해 전세기에 오르며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이번 대회를 통해 한국축구의 차세대 에이스로 급부상한 이강인은 대표팀 필승 공식의 핵심이다.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정정용 감독이 이끄는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이 36년 전 대선배들이 이뤘던 위업을 넘어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간다. 18세와 19세, 20세로 이뤄진 한국축구의 청춘들은 12일 오전 3시30분(한국시간) 폴란드 루블린 스타디움에서 에콰도르와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월드컵’ 4강전을 치른다. 사상 첫 결승행이 걸려있는 운명의 단판이다.
● 승리 방정식
우승까지 단 두 걸음을 남겨둔 정정용호가 내세울 비장의 무기는 조별리그와 16강, 8강을 통해 검증된 ‘승리 방정식’이다. 한국축구의 차세대 에이스로 우뚝 선 이강인(18·발렌시아)이 중원을 휘저으면 오세훈(20·아산 무궁화)과 조영욱(20·FC서울)이 적진에서 일격을 가한다는 공식이 잘 맞아떨어지고 있다.
핵심은 이번 대회 5경기에서 모두 선발출장해 4강행을 견인한 이강인이다. 2선 중앙과 오른쪽 윙어, 전방 공격수 등 경기마다 위치는 조금씩 달랐지만, 넓은 시야와 섬세한 발재간, 깔끔한 침투 패스를 통해 오세훈과 조영욱의 공격을 도왔다.
이들의 호흡이 잘 드러난 장면은 세네갈과 8강전이다. 2-2로 맞선 연장 전반 6분 오세훈의 패스를 받은 이강인이 상대 수비 사이를 가르며 뛰어가던 조영욱에게 침투 패스를 안겼다. 이어 조영욱은 주저하지 않고 공을 오른발로 차 넣으면서 그림 같은 골을 완성시켰다.
● 돌풍의 에콰도르
이러한 장면이 더욱 필요한 이유는 4강전 상대 에콰도르가 만만치 않은 조직력을 보유했기 때문이다. 경기를 치르면 치를수록 공수 안정감이 배가되고 있다는 평가다.
에콰도르는 중원을 책임지는 조르단 레사발라를 비롯해 곤살로 플라타, 호세 시푸엔테스 등 테크닉이 뛰어난 공격 자원들을 여럿 보유하고 있다. 브라질이나 아르헨티나 등 다른 남미 국가의 선수들보다는 개인 기량이 떨어진다는 시선도 있지만, 16강 우르과이전(3-1) 완승과 8강 미국전(2-1) 승리 모두 이들의 공이 컸다.
또한 에콰도르는 이번 대회 5경기에서 단 한 차례도 2점 이상을 내준 적이 없을 만큼 수비진 역시 쉽게 무너지지 않는 장점이 있다. 쉽지 않은 경기가 예상되는 이유다.
● 새로운 역사
정정용호가 4강에서 에콰도르를 꺾는다면 한국축구는 또 하나의 전환점을 맞이할 수 있다. 1983년 대회(당시 세계청소년선수권)에서 박종환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브라질과의 사상 첫 4강에서 1-2로 지면서 위대했던 여정을 마무리했다. 이제 36년이 지난 지금, 후배들이 미완의 대업인 사상 첫 결승 진출을 완성하겠다는 각오로 에콰도르와 맞붙는다.
FIFA가 주관하는 남자축구 국가대항전 최고 성적도 새로 쓸 수 있다. 한국은 1983세계청소년선수권과 2002한일월드컵에서 4강을 밟았지만 모두 3·4위전에서 패했다. 이번 대회 결승만 올라가더라도 두 기록을 동시에 깨트릴 수 있다.
대한민국 남자축구의 새 역사 그리고 아시아 국가 최초의 U-20월드컵 우승이라는 고지를 향해 달려가는 정정용호. 이제 운명의 날이 밝았다.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