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기생충’ 박명훈 “봉준호 사단 합류? 기대NO, 아내에게도 스포 안 해”

입력 2019-06-13 17: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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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인터뷰] ‘기생충’ 박명훈 “봉준호 사단 합류? 기대NO, 아내에게도 스포 안 해”

봉준호 감독의 히든카드, 배우 박명훈이 영화 ‘기생충’을 ‘기적’이라고 표현했다. 2001년께부터 뮤지컬, 연극 무대 그리고 독립영화계에서 활동한 박명훈은 ‘기생충’을 통해 첫 상업영화에 도전했고, 그 작품이 무려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는 영광까지 누리게 됐다.

“저에게 정말 큰 의미를 지니는 작품이죠. 이런 위대한 작품에 출연해 뜻 깊어요. ‘기생충’은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기적입니다. 상업영화 데뷔작인데 작품이 칸에서 수상까지 했잖아요. 이게 무슨 복인가 싶죠. 어안이 벙벙해요. 배우들과 함께 칸에 갔었지만 역할 특징상 숨어있어야했어요. 하지만 아쉽진 않았고 오히려 짜릿했었죠.”


박명훈은 “봉준호 감독을 처음 만났을 때 인증샷만 100장정도 찍은 것 같다”며 “근세라는 역할에 대해 처음 들었을 때 실감나지 않았다. ‘과연 내가 캐스팅이 될까?’ ‘과연 내가 해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며 “시나리오를 읽고 소름이 돋아서 카페에서 바로 일어나지 못했었다”고 봉준호 감독과 ‘기생충’을 처음 만났을 때를 추억했다.

“개봉 전에 기대감이 엄청났었어요. 개봉 후에도 대부분의 관객들이 좋은 반응을 보여서 기뻤죠. 솔직히 잠을 설칠 정도로 설렜었어요. (봉준호 감독 사단에 들어간 것인가?) 모든 배우들의 꿈이죠. 봉 감독님의 다음 작품에 출연하지 않더라도 전혀 섭섭하지 않습니다. 저의 놀라운 꿈을 이루게 해줘서 감사할 뿐이에요. -허공을 보며- 진심이에요. (웃음) 사람 인연이라는 게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전혀 기대하지 않고 있습니다.”


박명훈의 존재를 비밀에 둘수록 ‘기생충’의 스릴감은 높아진다. 그가 분한 근세는 영화를 쫄깃하게 만드는 주요한 인물이었고, 철저히 비밀을 유지한 덕에 관객들은 영화를 온전히 즐길 수 있었다. 박명훈은 ‘기생충’에 캐스팅되자마자 SNS 활동을 중단했고, 아내에게도 스포를 하지 않았다.

“가족들은 정말 좋아하죠. 아내에게도 스포 안 했어요. 아마 아내는 제가 집에 오래 안 들어오니까 ‘뭔가를 찍긴 하는구나’ 했을 거예요. 저의 아버지는 영화광이세요. 젊었을 때 배우를 꿈꾸기도 했었죠. 어쩌면 저는 지금 아버지의 꿈을 대신 이뤄드리고 있는 것인지도 몰라요. 또 배우를 하겠다고 했을 때 가장 응원해주신 분이기도 하고요. 당연히 ‘기생충’ 캐스팅 소식을 듣고 정말 좋아하셨죠. 봉준호 감독님은 폐암 투병 중인 저의 아버지를 위해서 개봉 전에 먼저 영화를 보여드리자고 제안해주셨어요. 인간에 대한 배려 디테일에 리스펙(RESPECT)하게 됐습니다.”

박명훈은 “당연히 대본 리딩 현장에는 갔었다. 배우들끼리는 딱 한 번 대본 연습을 했었다”며 “상황 때문에 인물이 기이해진 것이지, 캐릭터 자체는 평범한 소시민이다”라고 근세 역할에 대한 애정을 나타냈다.

“근세 역할을 위해 체중을 7kg 정도 감량했었어요. 지금은 헤어스타일도 바뀌고, 다시 7kg 이상 살이 쪄서 돌아다녀도 사람들이 못 알아보더라고요. 가끔 눈 때문에 알아보는 분들이 있긴 해요. 제 매력 포인트가 큰 눈이거든요. (웃음) 방송인 유정현, 찰나의 장동건, 코미디언 황제성 등을 닮았나요? 눈 때문에 그렇게 보이나봐요. 저희 아버지도 눈이 큽니다.”

근세처럼 현실에 안주한 점이 비슷하다. 그는 “결혼을 기점으로 독립영화에 출연하기 시작했다. 어쩌면 공연을 오래한 이유가 현실에 안주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라고 설명했다.

“아마 근세도 안주할 생각은 없었을 거예요. 저는 세상에 나가는 것을 두려워했었어요. 공연계 스타는 아니지만 그래도 쉼 없이 무대에 서는 사람인데, 다른 분야로 가면 꾸준히 무대에 설 수 없게 될까봐, 그 부분이 두려웠던 것이죠. 하지만 현실적으로 결혼을 하면서 활동 폭을 넓히기로 했어요.”

이어 “근세와 달리, 사업 경험은 없다. 행정학을 전공했는데, 전역하고 복학하는 대신 바로 대학로에서 연극을 했다. 길거리에 포스터를 붙이면서 데뷔했다, 연극, 뮤지컬만 17년을 했다”며 “금전적으로는 힘들지만 새로운 경험, 하고 싶은 것을 하니까 괜찮았다. 우리 집이 부자도 아니었고, 반지하에서도 살아본 적이 있어서 ‘기생충’에서의 삶이 어색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저 자체가 계획적인 사람은 아니에요. 연기자는 계획을 잡는다고 해서 원하는 작품을 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하지만 계획을 잡고 움직일 수 있는 배우가 될 때까지 노력할 뿐이죠. 돈을 좇거나 부자였다면 느슨하게 일했을 텐데, 꿈을 좇다보니 ‘기생충’이라는 영화에도 출연하는 일이 생긴 것 같아요. 지금까지 ‘기생충’을 5번 봤거든요. 극장에서 10번 이상 보려고요.(웃음)”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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