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특급 마무리로 가는 길, 고우석은 “팀 승리”를 말한다

입력 2019-06-18 14: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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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고우석. 스포츠동아DB

승리의 상징이 됐다. LG 트윈스의 뒷문을 지키는 고우석(21)이 간절히 바라온 일이다.

올 시즌 단 2패로 출발했지만, 정찬헌의 허리 부상 공백 때 마무리 보직을 꿰차면서 13세이브(리그 5위)를 올리는 ‘대반전’을 쓰고 있다. 무실점 투구의 횟수를 늘려가며 시즌 평균자책점은 1.98을 기록 중인데, 덕분에 기분 좋은 5승까지 저절로 따랐다. 스스로도 “시즌 출반이 불안했다. 하지만 타자들이 내 공을 못 치는 모습을 보면서 처음엔 의아했다가 같은 경험이 쌓이고, 자신감이 생겼을 때쯤 마무리 투수로서 기회를 받았다”고 돌아봤다. 필승조 핵심 요원인 신예 정우영(1.85)과 리그 유일 2점대 구원 투수 평균자책점(2.82)을 이끄는 고우석은 이제 진정한 ‘승리 요정’이다.

철저히 장점을 살리는 전략을 썼다. 최일언 투수 코치의 지도 아래 약점으로 꼽혔던 제구보다는 구위에 초점을 맞췄다. 고우석은 “타자들을 상대할 때 스트라이크존 구석구석에 공을 찔러 넣는 게 아니라 쉬운 코스로 던져도 맞춰 잡을 수 있는 공을 만드는 연습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불안할 때도 마인드 컨트롤을 하면서 가운데를 보고 ‘정말 강하게 던져서 잡아보자’고 생각하며 던졌는데, 그게 잘 먹혔다”며 “자신감이 생기니 자연스럽게 제구도 안정됐다”고 강조했다.

타자와의 수 싸움에서도 확실히 유리해졌다. 직구(74%)와 슬라이더(24%)를 주로 구사하지만, 평균 구속이 150㎞에 이르는 묵직한 직구에 변화구 제구 능력까지 두루 향상돼 고우석을 마주하는 타자들의 머릿속은 한결 복잡해졌다. 그 역시 “투수가 공을 두개만 던지더라도 타자 입장에선 두 가지 생각을 하고 들어오는 것과 편하게 하나만 생각하고 들어오는 것이 확실히 다르다”고 했다. “또 불리한 카운트에 몰리지 않다보니 타자들로선 생각할 것들이 많아져 내 공에 대한 대처가 늦어지지 않나 생각한다”고 밝힌 그는 “내게 정말 큰 도움이 된다”고 털어놨다.

시즌 초 자신과 맺은 약속을 잘 지키고 있다. 어떤 상황에서든 ‘내 공을 던지자’는 것이다. 참으로 단순하고도 기본적인 것이라 수많은 투수들이 최우선의 각오로 꼽지만, 실행으로 옮기기 위해선 상당한 용기가 뒷받침되어야 하는 일이다. 고우석은 “매 경기 마음가짐을 똑같이 하려고 한다. ‘오늘은 무조건 막아야 해’라는 생각보다는 ‘맞더라도 내 공을 던지고 오자’는 생각을 계속 되뇌인다”고 했다. 이어 “계속 잘 던지면서도 위기는 있었다. 그때마다 나와의 다짐을 계속 떠올리다보니 습관이 됐다”며 “이제는 주자가 나가더라도 저절로 ‘내 공을 던져야지’ 하는 생각이 든다”고 강조했다.

역대 LG의 ‘뒷문’을 거쳐 간 까마득한 선배들도 고우석의 활약을 뿌듯한 미소로 지켜보고 있다. 특히 고우석은 2018년 9월 잠실구장에서 열린 봉중근의 은퇴식 행사 때 대성통곡을 해 특별한 기억을 남겼다. 이후 KBS 해설위원으로 잠실을 오가는 봉 위원은 고우석을 마주칠 때마다 “요즘 경기 잘 보고 있다. 오늘 경기에 꼭 나왔으면 좋겠다”며 격려를 해주곤 한다. 이에 고우석도 “은퇴식 이후로 봉중근 선배님이 나를 좀 더 따뜻한 눈빛으로 바라봐 주시는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며 “이상훈 위원님도 칭찬을 많이 해주신다”고 웃었다.

팬들에게서도 엄청난 지지를 받는다. 애칭도 셀 수 없이 많다. 팀 승리로 향하는 마지막 이닝을 깔끔하게 지운다는 의미에서 얻은 ‘고우개(고우석+지우개)’라는 별명은 기본이다. 묵직한 공과 특유의 미동 없는 표정이 닮아 오승환(콜로라도 로키스)과도 자주 비교가 되는데, 둘의 이름을 합쳐 ‘고승환’이라고도 불린다. 자신의 별명을 모두 알고 있는 고우석도 “웬만한 별명은 다 팬들의 애정이 섞인 것이다. 한 가지를 고를 수 없을 만큼 모두 좋다”며 기뻐했다.

성원에 힘입어 생애 첫 올스타전 출전도 유력하다. KBO가 17일 발표한 2019 올스타전 1차 중간집계에서는 나눔 올스타 마무리 투수 부문에서 19만6810표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2위 정우람(한화 이글스·12만2419)을 크게 앞선다. 압도적인 득표수 차이에 대한 소식을 전해 듣고 두 눈이 커졌던 고우석은 “작년, 올 시즌 초반 까지만 해도 올스타전 출전은 전혀 생각도 못했다”며 “올스타 출전 선수로 언급이 되고, 표도 많이 받고 있다는 점이 정말 놀랍다”고 감탄했다. 이어 “아직 올스타전에 가보지 못했는데, 어떤 분위기일지 정말 궁금하다”며 기대 어린 미소를 지었다.

여기서 만족하기에는 다소 이르다. 스스로도 “앞으로도 지금처럼 꾸준하게 잘해야 어느 정도 성과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자칫 들뜰 수 있는 마음을 억누른다. “내가 등판하는 상황에 대부분 세이브 기록이 걸려 있지만, 세이브를 늘리는 것보다 팀 승리를 하나씩 더 쌓는 데 더욱 깊은 의미를 두고 있다”고 말하는 고우석은 날로 성숙해져간다.

서다영 기자 seody306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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