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원망스러운 메시, 반복된 아르헨티나 무관의 징크스

입력 2019-07-03 1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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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오넬 메시(오른쪽).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하늘은 모든 걸 허락하지는 않는다. ‘신의 경지’에 다다랐다는 평가를 받는 세계 최고의 축구선수 중 하나로 손꼽히지만 대표팀 유니폼을 입을 때면 한없이 초라해진다. ‘아르헨티나 특급’ 리오넬 메시(32·FC바르셀로나)의 이야기다.

메시가 또 눈물을 흘렸다. 메시가 속한 아르헨티나는 3일(한국시간) 브라질 벨루오리존치 미네이랑 스타디움에서 열린 브라질과 2019 코파 아메리카(남미축구선수권) 4강에서 0-2 패배를 당해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후반 추가시간 4분까지 흐르고 종료 휘슬이 울리자 TV 중계 화면은 환호하는 브라질 선수들 사이에서 입술을 꾹 깨문 채 분을 참는 듯한 메시를 여러 차례 비쳐줬다.

0-2 스코어는 아르헨티나에게 억울했다. 경기력은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홈 어드밴티지를 등에 업은 브라질은 침착하게 기회를 살렸고, 아르헨티나는 그렇지 못했다. 브라질은 전반 18분 피루미누의 도움을 받은 가브리엘 제수스의 골로 앞섰고, 후반 26분 제수스의 패스를 피르미누가 쐐기 골로 연결해 승기를 잡았다.

모든 게 최악의 흐름이었다. 골대 불운으로 고개를 떨군 두 차례 결정적인 기회가 안타까웠다. 전방에서 고군분투한 메시가 전반 30분 띄운 프리킥을 세르히오 아구에로가 헤딩으로 연결했지만 골대를 맞혔고, 후반 12분 브라질 문전 왼쪽에서 날린 날카로운 킥이 또다시 골대를 맞고 나왔다. 후반 21분 직접 프리킥은 정확히 상대 골문으로 향했으나 방향을 읽은 브라질 골키퍼 알리송이 정확하게 캐치했다.

레알 마드리드와 함께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를 양분해온 바르셀로나에서는 수많은 타이틀을 거머쥐었던 메시는 유독 대표팀에서는 작아졌다. 2005년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과 23세 이하(U-23) 대표팀 일원으로 출격한 2008베이징올림픽에서 정상에 선 그는 A대표팀에 합류하면 힘을 쓰지 못했다.

특히 정상을 목전에 두고 고개를 떨궈야 한 기억이 많다. 단 한 개의 타이틀이 없다. 4회 출격한 코파 아메리카에서 세 차례(2007, 2015, 2016) 준우승에 그쳤고, 역시 4차례 나선 월드컵(2006년 독일, 2010년 남아공, 2014년 브라질, 2018년 러시아)에서도 빈손이다. 5년 전 브라질 대회에서 결승에 올랐으나 역시 준우승에 머물렀다.

이날 브라질과 운명의 승부를 앞두고 아르헨티나의 동료들과 스칼로니 감독은 “메시를 위해서라도 우승하자”고 결의를 다졌지만 오랜 징크스를 깨지 못했다. 오히려 아르헨티나에선 ‘신’이 아닌 지극히 평범한 스트라이커로 내려오는 메시의 모습만 다시 확인했을 뿐이다.

지구촌의 시선은 다시 메시로 향한다. 3년 전 코파 아메리카를 마치고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가 번복한 그이기에 향후 거취는 초미의 관심사다. 메시는 칠레와 2016 코파 아메리카 결승에서 득점 없이 비긴 뒤 이어진 승부차기에서 뼈아픈 실축을 범했다. 이후 “대표팀을 떠나겠다“고 밝혀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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