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승 대신 쿠어스필드 악몽 날린 류현진, 이제 사이영상은 현실이다

입력 2019-08-01 16: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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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류현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쿠어스필드.

1일(한국시간) 콜로라도 로키스와 원정경기에 등판하기 전까지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2·LA 다저스)을 가장 괴롭힌 다섯 글자다.

경기가 열린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 쿠어스필드는 ‘투수들의 무덤’으로 불린다. 해발고도가 높은 까닭에 공기밀도와 습도가 낮아 타구가 다른 구장에 비해 더 멀리 뻗어나간다. 게다가 외야 좌·우중간이 깊어 2루타 이상의 장타에도 신경 써야 한다. 투수들 입장에선 피하고 싶은 장소다. 류현진에게도 쿠어스필드는 악몽과 같은 곳이었다. 지난 5차례 등판에서 1승4패, 평균자책점 9.15(20.2이닝 21자책점)의 성적을 남겼고, 직전 두 차례 등판에서만 무려 6개의 홈런을 얻어맞았다. 쿠어스필드는 내셔널리그(NL) 사이영상을 노리는 류현진 입장에선 어떻게든 넘어서야 할 벽이었다.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류현진은 1일 경기에서 6이닝 동안(80구) 3안타 1볼넷 1삼진 무실점의 호투를 펼쳤다. 12승 도전은 다음 기회로 미뤘지만, 팀의 5-1 승리를 이끌며 평균자책점을 1.66까지 끌어내렸다. 최근 5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QS·선발투수 6이닝 3자책점 이하) 행진을 이어갔고, 본인이 등판한 21경기에서 팀 성적도 16승5패(승률 0.762)가 됐다. 에이스의 가치를 유감없이 뽐내고 있음을 의미한다.

쿠어스필드에 딱 맞는 투구패턴이 돋보였다. 기존의 러셀 마틴, 오스틴 반스가 아닌 신인 포수 윌 스미스와 호흡은 완벽에 가까웠다. 패스트볼의 비중을 줄이는 대신 컷 패스트볼(커터·27개)과 체인지업(23개)의 비중을 높였는데 탁월한 제구력을 앞세워 장타의 위험을 줄였다. 류현진이 잡아낸 18개의 아웃카운트 가운데 외야를 향한 타구는 4개가 전부였다. 3회 2사 2루에선 찰리 블랙몬에게 우전 안타를 허용했지만, 우익수 코디 벨린저의 정확한 홈송구로 실점을 막았다. 포심패스트볼(포심)과 커브(이상 11개), 투심패스트볼(투심·8개)도 상대 타자의 허를 찌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6회 블랙몬을 헛스윙 삼진 처리한 포심은 시속 92마일(약 148㎞)까지 나왔다. 23타수14안타(타율 0.609), 4홈런, 10타점을 기록하며 천적으로 꼽히던 놀란 아레나도를 3타수 무안타로 봉쇄한 것도 수확이었다.

사이영상 경쟁에서도 한층 더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손꼽히는 맥스 슈어저가 10일짜리 부상자명단(IL)에 올라 있고, NL 평균자책점 부문 2위 마이크 소로카(애틀랜타 브레이브스·2.37)와 격차도 크게 벌렸다. 잠재적 경쟁자인 잭 그레인키는 아메리칸리그(AL)의 휴스턴 애스트로스로 트레이드됐다. 쿠어스필드에서 펼친 호투와 동시에 여러 호재가 겹친 상황이다. 류현진은 “마운드에서 한 이닝씩 잘 막겠다는 생각만 했고, 신중하게 투구한 덕분에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했고, 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도 “류현진은 항상 믿음을 주는 투수”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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