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양현종(왼쪽)과 SK 김광현은 1988년생 동갑내기 좌완으로 KOB리그를 대표하는 최고의 에이스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최근 각각 3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따내는 등 불볕더위 여름을 더욱 뜨겁게 달구고 있다. 사진|스포츠코리아·스포츠동아DB
무엇보다 후반기 시작과 더불어 찾아온 혹서기에도 순조롭게 승수를 쌓는 모습이 돋보인다. 찌는 듯한 무더위보다 이들의 질주가 더 뜨겁다는 말이 딱 맞다.
둘은 나란히 후반기 3경기에 선발등판해 모두 퀄리티스타트(QS·선발투수 6이닝 3자책점 이하)를 기록하며 3전승을 따냈다. 후반기 세 차례 선발등판에서 모두 승리를 따낸 국내 투수는 김광현과 양현종 둘뿐이다. 이 기간 평균자책점도 압도적이다. 김광현이 1.23(22이닝 3자책점), 양현종이 0.41(22이닝 1자책점)이다. 압도적인 투구는 저득점으로도 승리를 가능케 한다. 순조롭게 승수를 쌓아나간 덕분에 둘은 11일 현재 통산 133승으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김광현은 소속팀 SK가 일찌감치 선두로 치고 나간 덕분에 심리적인 부담이 그만큼 줄었다. 실제로 SK의 선두 질주에 김광현의 공을 빼놓을 수 없다. 올 시즌 23경기에서 18차례 QS 포함 14승3패, 평균자책점 2.44(144이닝 39자책점)를 기록 중이다. 삼진(138개)/볼넷(29개) 비율(4.76)도 이상적이다. 5이닝 이전 조기강판은 단 한 차례도 없었고, 총 21경기에서 3자책점 이하로 상대 타선을 틀어막았다. 에이스의 덕목 가운데 하나인 꾸준함에 있어선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국내 투수뿐만 아니라 ‘투수 4관왕’에 도전하는 조쉬 린드블럼(두산 베어스)과 견주기에도 손색이 없다. 엄청난 무더위에도 그 페이스는 좀처럼 꺾일 줄 모른다. 2013시즌부터 6년 연속(부상 이탈 2017년 제외) 두 자릿수 승리와 2010시즌(17승) 이후 9년만의 15승도 눈앞에 두고 있다.
양현종은 초반의 엄청난 부진을 딛고 일어선 부분이 돋보인다. 5월 이후만 놓고 보면 양현종의 페이스는 KBO리그 전체에서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4월까지 6경기에서 승리 없이 5패, 평균자책점 8.01(30.1이닝 27자책점)으로 부진이 길어지자 일각에선 2011~2012시즌(2년간 8승11패·평균자책점 5.86)의 내림세를 되풀이하는 게 아니냐는 시선도 있었다. 그러나 5월 이후 17경기에서 13승3패, 평균자책점 1.26(114이닝 16자책점)의 ‘언터처블’ 급 투구를 펼치며 에이스의 자격을 증명했다. 2014시즌부터 6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 20승을 거둔 2017시즌 이후 2년만의 15승 도전도 순조롭다.
동갑내기 좌완 에이스의 여름 질주를 지켜보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 무더위를 이겨내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정규시즌 조기 우승 확정을 노리는 SK, 5강 진출의 꿈을 이어가려는 KIA의 팀 사정과 맞물려 있어 더욱 그렇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