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영 D·1 ‘60일, 지정생존자’ 원작엔 없는 결말 어떻게 그릴까
대한민국 정치의 심장부 국회의사당이 폭탄 테러로 한순간에 무너졌다. 대통령부터 국무총리, 주요 국무위원들 모두가 사망했고,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혼돈에 빠졌다. tvN 월화드라마 ‘60일, 지정생존자’(극본 김태희, 연출 유종선)의 지난 7주는 이 전대미문의 위기 속에서 그래도 “대한민국은 여전히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모두가 고군분투한 시간이었다. ‘60일, 지정생존자’는 그 시간을 겪어낸 인물들과 이를 함께 지켜본 시청자들이 함께 성장한 이야기였다.
박무진(지진희)은 극에서 가장 큰 변화와 성장을 이룬 인물이다. 어느 날 갑자기 대통령 권한대행이 됐고, 첫날부터 한반도 전쟁 위기를 막아야 했던 박무진. 떨리는 다리를 붙잡고 데프콘 4호로 격하를 지시했던 그는 어느새 이관묵(최재성) 전 합참의장 앞에서 국군통수권자로서 군을 집결해 쿠데타를 제압하겠다고 압박할 수 있는 결단력을 갖췄다. 게다가 권력의지가 자신과는 거리가 멀다고 말하던 그는 이제 나라를 위하는 마음과 책임감을 가지고 자신을 지지하는 사람들을 위해 “처음으로 대통령 선거에서 이기고 싶어졌습니다”라고 말하는 대선 후보가 됐다. 그 과정에서 장준하(박훈) 소령과 김준오(이하율) 요원 등의 희생에 뼈아프게 리더의 무게를 깨달았고, 총격 테러로 죽을 고비를 넘기는 등의 시련을 겪었지만, 무너지지 않고 더욱 단단해진 박무진. ‘좋은 리더’가 돼준 그에게 시청자들이 무한 지지를 보내는 이유다.
박무진을 좋은 리더로 만든 일등 공신인 청와대 비서진들 역시 그와 함께 성장했다. 처음엔 “정치경력이라곤 고작 6개월에 그것도 미세먼지 수치나 세던 사람이 뭘 할 수 있겠어요”라며 박무진을 못미더워했던 그들. 하지만 혼란을 수습하고 국정을 정상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그리고 박무진이 ‘이기는 리더’로 나아갈 수 있도록 물심양면 그를 도왔다. 이에 정치 베테랑들의 숱한 공세 속에서도 원칙과 신념을 지키며 자신만의 정치를 펼쳐나가게 된 박무진. ‘좋은 사람’이라 “승산 있는 대선주자가 되지 못할 겁니다”라고 말했던 그들도 어느새 박무진의 방식을 신뢰하게 됐고, 새로운 희망을 갖게 됐다. ‘좋은 사람이 이기는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말이다.
국정원 대테러 요원 한나경(강한나)은 청와대 밖에서 테러의 배후를 끝까지 추적했다. 그녀의 집념 때문에 목숨의 위협도 여러 번 받았고, 약혼자를 눈앞에서 잃는 슬픔도 겪었지만, “이 나라가 그렇게 엉망은 아니란 걸 확인하고 싶어”라며 끈을 놓지 않았다. “헌신은 요원의 미덕이 아니라 의무”라던 신념을 온몸으로 보여준 국정원 요원 한나경을 만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그리고 지난 7주간 “도망치지 않고, 변명하지도 않고” 견뎌낸 이들의 고난과 성장을 지켜봐왔던 시청자들이 있다. 이들의 기쁨과 슬픔에 함께 울고 웃으며 박무진이라는 새로운 리더를 발견했고, ‘좋은 사람이 이길 수 있는 세상’을 꿈꿨으며, “대한민국은 당신에게 어떤 나랍니까”라는 질문을 고민해보기도 했다. 국회의사당 폭탄 테러라는 가상의 상황이었지만, 권력의 의미와 현실 정치를 되돌아보는 기회가 된 것. 이처럼 모두가 함께 성장한 지난 7주간의 여정, 단 2회만의 방영분을 남겨 두고 어떤 결말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무엇보다 원작과 다른 한국적인 정서를 녹인 만큼 그 결말 포인트가 어떤 내용을 담을지 이목이 쏠린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