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채윤, 6타차 뒤집고 생애 첫 ‘메이저 퀸’ 등극

입력 2019-09-01 17: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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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채윤. 사진제공|KLPGA

박채윤. 사진제공|KLPGA

‘골프의 계절’ 가을이 왔음을 알린 주인공은 박채윤(24·삼천리)이었다. 생애 첫 메이저 퀸 등극과 대상 포인트 1위 탈환이라는 겹경사를 맞으며 하반기 뜨거운 레이스를 예고했다.

박채윤은 1일 강원도 춘천시 제이드팰리스 골프클럽(파72·6737야드)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한화클래식(총상금 14억 원·우승상금 3억5000만 원) 최종라운드에서 합계 5언더파 283타로 정상을 밟았다.

생각지도 않은 터라 더욱 감격적인 우승이었다. 박채윤은 3라운드를 마친 시점에 8언더파 단독선두 넬리 코다(21·미국)에게 6타 뒤진 2언더파 공동 6위였다. 본인 스스로 “우승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생각으로 경기를 했다”고 말할 정도였다.

그러나 최종라운드에서 홀로 빛난 이는 박채윤이었다. 긴 러프와 어려운 핀 위치가 설정된 코스 안에서 상위권 선수들이 오버파로 자멸할 때 혼자 3타를 줄이면서 차츰 우승과 가까워졌다. 2번 홀(파4)에서 첫 버디를 잡은 뒤 4번 홀(파5)에서 어프로치샷이 컵으로 빨려 들어가며 1타를 추가로 줄였다. 7번 홀(파3)에서 보기를 기록했지만 파4 9번 홀 버디로 앞선 실수를 곧바로 만회했다.

비슷한 시각 선두권을 차지하던 경쟁자들은 보기가 연달아 나오며 순위가 내려앉기 시작했다. 코다는 1번 홀(파5)과 6번 홀(파4)에서 보기와 더블보기를 기록했고, 공동 2위 김효주(24)와 김소이(25), 이가영(20) 역시 전반 나란히 타수를 잃었다.

이어 코다가 파3 13번 홀에서 다시 보기를 기록하면서 박채윤은 공동선두가 됐고, 16번 홀(파4)에서 3m 버디 퍼트를 성공시켜 단독선두로 올라선 뒤 리드를 끝까지 지켰다.

박채윤은 올 시즌 출전한 20개 대회에서 12차례나 톱10에 진입하는 꾸준함을 보여주고 있다. ‘거북이’라는 별명처럼 묵묵히 자기 길을 걸어가면서 어느새 주요 기록 상단을 자신의 이름으로 장식해나가고 있다.

우선 박채윤은 이번 우승으로 대상 포인트 단독선두(374점)가 됐다. 6월 비씨카드·한경 레이디스컵 이후 조정민(25)에게 내줬던 자리를 되찾았다. 또한 KLPGA 투어 정규대회 가운데 가장 많은 우승상금인 3억5000만 원을 품고 부문 2위(약 6억4836만 원)로 올라섰다.

박채윤은 “두 번째 우승을 메이저대회에서 하게 돼 정말 기쁘다. 아직 현실인지 아닌지 구분이 잘 가지 않는다”며 웃고는 숨은 속사정을 털어놓았다. “사실 최근 들어 목 상태가 좋지 않았다. 한의원에서 침도 맞아봤지만 임팩트 때 통증은 사라지지가 않더라. 그래서 이번 대회에도 마음을 비우고 왔는데 덜컥 우승까지 하게 됐다. 참 운이 좋았다. 이제 메이저대회에서 우승을 한 만큼 남은 하반기는 즐거운 마음으로 임하고 싶다.”

춘천|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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