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잔 페테르센.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수잔 페테르센(38·노르웨이)의 끔찍했던 악몽은 4년이 흐르고서야 치유됐다. 여론의 질타를 받았던 바로 그 대회에서 정반대의 환호를 받으며 프로 인생의 화려한 마침표를 찍었다.
지금으로부터 4년 전인 2015 솔하임컵(2년마다 열리는 미국팀과 유럽팀의 여자골프 대항전)은 페테르센에게 잊지 못할 악몽으로 남았다. 매치플레이에서 홀아웃을 대신하는 ‘컨시드 논란’이 발단이었다. 대회 마지막 날 포볼 경기 17번 홀. 미국팀 앨리슨 리(24·미국)의 버디 퍼트가 홀 40㎝ 앞에서 멈춰 섰다. 이때 유럽팀 페테르센과 찰리 헐(23·잉글랜드)은 그린을 빠져나갔고, 앨리슨 리는 둘로부터 컨시드를 받았다고 생각해 공을 집어 들었다.
여기서부터 논란이 시작됐다. 페테르센이 “컨시드를 준 적이 없다”고 이의를 제기했고, 앨리슨 리는 규칙대로 파가 아닌 보기로 이 홀을 마쳤다. 후폭풍은 거셌다. 앨리슨 리가 눈물로 억울함을 호소하면서 페테르센은 비신사적인 플레이를 했다는 거센 비난을 받았다.
유럽팀은 당시 대회 역전패 이후 2017년 대회에서도 패해 역대전적에서 5승10패로 밀렸다. 영국 스코틀랜드 PGA 센터너리 코스(파72·6434야드)에서 13일(한국시간) 개막한 2019 솔하임컵 역시 전반적인 예상은 미국팀의 우세였다. 그러나 유럽팀은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고 통산 6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주인공은 4년 전 ‘역적’ 페테르센이었다.
대회 마지막 날인 16일, 유럽팀과 미국팀이 13.5점 동점으로 맞선 가운데 페테르센과 마리나 알렉스(29·미국)가 마지막 싱글 매치플레이를 벌였다. 17번 홀까지 승부를 보지 못한 둘은 18번 홀에서 나란히 2m 거리의 버디 찬스를 맞았다. 먼저 퍼터를 잡은 알렉스의 공은 홀을 빗겨나간 반면, 페테르센의 퍼트는 컵으로 빨려 들어가면서 유럽팀의 우승이 결정됐다.
끝내기 퍼트 직후 폴짝폴짝 뛰며 기뻐한 38살 베테랑은 우승 기자회견에서 깜짝 은퇴를 선언했다. 2003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로 데뷔해 메이저 2승을 포함해 통산 15승을 올린 페테르센은 “오늘은 프로 선수로서 정말 완벽한 마무리라고 할 수 있다. 이보다 더 훌륭하게 끝낼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은퇴를 공식화했다.
2017년 결혼 후 지난해 아이를 낳으며 출전 횟수를 줄인 페테르센은 동료들의 힘찬 응원과 함께 정든 필드를 떠났다. 두 눈시울이 붉어지며 “완전히 끝났다”고 이야기하는 순간, 곁을 지키던 동료들이 목청껏 환호하며 페테르센의 또 다른 장밋빛 인생을 기원했다.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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