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키즈’가 묻고 강백호가 답하다…#효도 #PS 공약 #ML 꿈

입력 2019-09-20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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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강백호는 ‘베이징 키즈’의 중심이다. 지난해에는 고졸신인 홈런 관련 각종 기록을 갈아 치운 데 이어 올해는 안타제조기로 콘택트에 눈을 뜬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한마디로 압축하면 ‘야구천재’다운 활약이다. 스포츠동아DB

KT 강백호는 ‘베이징 키즈’의 중심이다. 지난해에는 고졸신인 홈런 관련 각종 기록을 갈아 치운 데 이어 올해는 안타제조기로 콘택트에 눈을 뜬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한마디로 압축하면 ‘야구천재’다운 활약이다. 스포츠동아DB

‘베이징 키즈’. 2008베이징 올림픽 야구 금메달 이후 전국적으로 ‘야구붐’이 일었다. 이 무렵 야구를 시작한 이들은 훌쩍 자라 2018시즌 전후로 프로에 입단했다. 실력은 물론 당찬 패기까지 갖춘 이들은 향후 10년 이상 한국야구의 대들보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다.

프로 2년차 강백호(20·KT 위즈)는 그 중심이다. 지난해 개막전 첫 타석 홈런을 시작으로 29개의 아치를 그리며 ‘신드롬’을 일으켰다. 고졸신인 홈런 관련 각종 기록을 갈아치운 그는 올해 콘택트에 눈을 떴다. 타율 0.342로 18일까지 이 부문 2위에 랭크됐다. 진화하고 있는 ‘야구천재’ 강백호다.

스포츠동아는 또 다른 베이징 키즈들에게 강백호를 향한 질문을 받았다. 야구에 대한 깊이 있는 질문부터 사적인 부분을 건드려 강백호를 당혹시킨 내용도 있었다. 여기에 소속팀 KT 선배들과 KBO리그 최고의 입담꾼도 질문 공세에 가세했다. 선수가 묻고 선수가 답한 솔직문답. 그라운드 안팎의 강백호는 이런 선수다.


● 그라운드 안, 야구천재 강백호


-경기 전 “선배님, 중학교(이수중) 후배니까 잘 부탁드려요”라고 말할 때 보면 그렇게 살가울 수가 없다. 그런데 타석에서는 내 공이 수박처럼 크게 보이나? (두산 베어스 유희관)


-스윙이 큰데 콘택트 능력까지 갖췄다. 투수 입장에서는 압박감이 상당한데, 비결이 뭔가? 그래놓고 나에게 “살살해 달라”는 건 무슨 의미인가. (키움 히어로즈 이승호)

“스윙은 야구를 처음 했을 때부터 큰 편이었다. 콘택트에는 자신이 있다. 카운트별로 다르게 승부하려고 하는데, 선배들이 좋게 봐주신 것 같아 기분이 좋고 감사드린다.”

# 강백호는 유희관에게 타율 0.417(12타수 5안타), 3타점으로 강했지만 이승호 상대로 타율 0.182(11타수 2안타)로 고전했다. 그는 “팀은 다르지만 전부 야구 선배들이다. 가깝게, 예의 바르게 행동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KT 강백호.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KT 강백호.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아무래도 수비는 여전히 불안한 것 같다. 그럴 거면 지명타자로 고정하는 게 낫지 않을지? (LG 트윈스 정우영. 강백호의 서울고 1년 후배이자 동갑내기)

“기록을 찾아봤으면 좋겠다. 수비 나갈 때 타율이 지명타자 출장 때보다 높다. 우익수는 야구인생에 처음 하고 있지만 부담이 있는 건 아니다. 무난하게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좋은 쪽으로 눈에 띄지 않지만, 나쁜 쪽으로도 마찬가지 아닌가?”


# 실제로 강백호는 외야수비에 나선 300타석에서 타율 0.350, 10홈런, 43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978을 기록했다. 지명타자로 나선 180타석 타율 0.329, 3홈런, 19타점, OPS 0.862에 비해 생산력이 훨씬 높다. 이강철 감독도 강백호의 수비력에 큰 흠을 잡지 않는다.


-야구천재라는 별명이 멋지면서도 잘 어울린다. 진짜 야구천재라면 스위치히터에 도전할 생각은 없나? (롯데 자이언츠 서준원)

“다른 별명이 욕심나지 않을 정도로 야구천재라는 별명이 좋다. 하지만 게으른 천재가 되고 싶지는 않다. 성실함도 갖춘 선수로 평가받고 싶다. 그리고 스위치히터 도전은…(웃음). 기사에 실을 만한 질문만 했으면 좋겠다. 나도 (서)준원이에게 묻고 싶다. 왜 내 타석 때마다 구속이 빨라지는지 궁금하다. 대기타석에서 분명히 140㎞대 중반의 공을 봤는데, 내 타석에는 150㎞ 밑으로 떨어지지 않는다.”


# 강백호는 1년 후배 서준원에게 타율 0.750, 1홈런으로 ‘극강’이었다. 서준원은 입단 전부터 ‘꼭 잡고 싶은 선배’로 강백호를 꼽았지만 아직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


-고교 시절까지 투수로도 이름을 알렸다. 마운드에 다시 서고 싶은 욕심은 없는지? (KIA 타이거즈 김기훈)

“감독님이 지시하신다면 언제든지 가능하다. 실전등판은 지난해 올스타전, 불펜피칭까지 포함해도 올 스프링캠프가 마지막이다. 지난해 올스타전 때 1년 만에 던졌음에도 구속이 150㎞를 찍었다. 지금도 140㎞대는 가능하지 않을까?”

KT 강백호. 스포츠동아DB

KT 강백호. 스포츠동아DB


-큰 체구에 비해 속도가 빠른 비결이 뭔가? (KT 김민)


-주루에 대한 관심이 어느 정도 있는지 궁금하다. 목표치가 있다면? (KT 한혁수 작전·주루코치)

“(김)민이는 본인이 느려서 이런 질문을 한 건가?(웃음) 주루는 딱 평균인 것 같다. 프로 입단 후 살이 빠지면서 속도가 조금 더 붙긴 했다. 한혁수 코치님이 스프링캠프 때부터 준비를 많이 해주셨다. ‘도루를 무서워하지 말라’는 조언 덕에 자신감을 얻었다. 해마다 두 자릿수 도루는 기록해야 하지 않을까.”


# 강백호는 입단 첫해인 지난해 3도루·5실패를 기록했지만 올해는 18일까지 9도루·4실패로 한결 나아졌다.


● 그라운드 밖, 만 20세 청년 강백호


-아버지가 치킨집을 운영하는 걸로 알고 있다. 치킨은 한 번에 몇 마리까지 먹을 수 있나? (한화 이글스 정은원)

“어릴 때 질리도록 먹어서 요즘은 즐기지 않는다. 한 번 먹을 때 한 마리 정도만 먹는다. 고기를 즐겨 먹는 편이다. 보통 혼자 1㎏ 정도는 먹는 것 같다. 거기에 밥과 냉면도 후식으로 먹는다.”


-옆에서 지켜봐도 효심이 지극하다. 앞으로 연봉이 더 오를 텐데, 부모님께 어떤 선물을 더 해드리고 싶은지? (키움 이정후)

“(이)정후 형도 아버지(이종범 LG 육성총괄)께 선물을 자주 하는지 궁금하다(웃음). 지난 시즌 끝나고 어머니 차를 바꿔드렸다. 올 시즌 종료 후에는 아버지 차를 바꿔드릴 생각이다.”

강백호의 뜻에 따라 어머니 정연주 씨가 인수해 운영 중인 수원KT위즈파크 인근의 한 카페. 강백호의 유니폼이 걸려 있다. 스포츠동아DB

강백호의 뜻에 따라 어머니 정연주 씨가 인수해 운영 중인 수원KT위즈파크 인근의 한 카페. 강백호의 유니폼이 걸려 있다. 스포츠동아DB


# 강백호는 입단 계약금(4억5000만 원)으로 야구장 인근 카페를 매입, 어머니께 선물했다. 지금도 그 카페는 KT 팬들의 명소로 꼽힌다. 이정후는 “나보다 동생이지만 그런 모습이 정말 멋있다”며 이 질문을 던졌다.


-결혼은 몇 살 때 할 건가? (롯데 한동희)

“왜 내 친구들의 질문 수준이 다 이런 건가(웃음). 아마 (한)동희 본인이 빨리 결혼하고 싶어서 이런 질문을 한 게 아닐까. 좋은 사람을 만난다면 빨리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막연하게나마 25세? 늦어도 20대일 때는 하고 싶다.”


-나처럼 머리카락을 길러볼 생각은 없나? (KT 이대은)

“(진지하게) 생각이 있다. 기회가 된다면 한 번쯤은 길러보고 싶다. (이)대은이 형처럼 어깨까지 내려오는 건 부담스럽겠지만, 목선까지는 괜찮지 않을까?” (만화 <슬램덩크> 주인공 강백호 때문에 항상 붉은색 머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다음 올스타전 때 베스트12에 뽑힌다면 빨갛게 염색을 하겠다.”

KT 강백호. 스포츠동아DB

KT 강백호. 스포츠동아DB


-프리에이전트(FA) 때 희망하는 금액이 있다면? (KT 심우준)

“이제 2년차다. 이 질문이 말이 되나?(웃음) 몇 년이 남았는데…, 노코멘트 하겠다.” (해외진출에 대한 욕심은 없나?) “역시 2년차기 때문에 조심스럽다. 하지만 미국 메이저리그처럼 큰 무대에 대한 욕심은 선수라면 당연하지 않을까. 기회가 된다면 해보고 싶긴 하다. 물론 지금 당장 KBO리그에서 훨씬 더 좋은 활약을 펼치는 게 먼저다.”

KT는 18일까지 NC 다이노스와 4경기차 6위에 머물고 있다. 가을야구 진출을 위해서는 대역전극이 필요한 상황. 이쯤에서 기자는 강백호에게 포스트시즌 공약을 부탁했다. 강백호는 “시즌 후 팬 페스티벌 때 노래를 부르겠다. 팬들에게 신청을 받아 원하는 곡을 부르겠다. 랩이면 랩, 댄스면 댄스. 자신 있다”면서도 “단, 여장은 안 된다. 입단을 앞둔 팬 페스티벌 때 여장을 했는데, 그 사진이 아직도 인터넷에 돌아다닌다”고 씁쓸해했다. 과연 강백호는 팬들의 신청곡을 받을 수 있을까.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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