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길의 스포츠에세이] K리그 MVP, 그들은 누구인가

입력 2019-11-05 1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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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김보경-전북 문선민-대구 세징야(왼쪽부터).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스포츠동아DB

수확의 계절이다. 들녘뿐 아니라 그라운드도 마찬가지다. 쉼 없이 달리며 흘린 땀의 보상이 기다린다. 이제 팀당 2경기만 남겨둔 프로축구 K리그1은 울산 현대(승점 78)와 전북 현대(승점 75)의 우승 경쟁이 치열하다. 정상 다툼만큼이나 최우수선수(MVP) 경쟁도 뜨겁다. 소속팀 에이스로서 큰 역할을 해온 김보경(울산·13골8도움)과 문선민(전북·10골10도움), 세징야(대구FC·13골9도움)가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다.

아무래도 우승팀 후보가 유리하다. 정상에 오르는데 기여한 공로를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역대 사례를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준우승팀 선수도 꽤 된다. 또 기량이 출중하다면 외국인 선수에게도 문은 활짝 열려 있다. 기자단 투표로 결정되던 MVP는 지난해부터 미디어(40%)와 감독(30%), 주장(30%)이 일정한 비중으로 투표에 참여한다.

1983년 K리그 출범 이후 지난해까지 모두 36번의 MVP가 탄생한 가운데 초대 주인공은 박성화(할렐루야)다. 당시 할렐루야는 우승팀이다. 이후 1998년 고종수(수원 삼성)가 수상할 때까지 매번 우승팀에서 MVP가 나오면서 전통처럼 굳어졌다. 대한축구협회 홍명보 전무이사도 포항 소속이던 1992년 팀 우승과 함께 MVP를 차지했다.

이런 콘크리트 전통을 깬 건 안정환(부산 대우)이다. 비우승팀(준우승) 선수가 차지한 첫 번째 MVP이다. 이런 케이스는 지난해까지 모두 5차례 나왔다.

수원과 부산 대우(현 부산 아이파크)의 우승 경쟁이 치열했던 1999년엔 챔피언결정전을 통해 수원이 정상에 올랐다. 당연히 MVP도 수원 선수로 기울었다. 하지만 유력했던 샤샤가 챔프전 2차전에서 손으로 골을 만든 이른바 ‘신의손’ 사건이 터지면서 분위기는 급변했다. 게다가 공격 포인트 1위(21개) 안정환의 활약에 대한 평가가 높아지면서 처음으로 이변이 일어났다.

2010년의 김은중도 인상적이었다. 우승컵은 FC서울이 가져갔지만 MVP는 제주 김은중의 몫이었다. 주장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한 것은 물론이고 공격 포인트(23개)도 공동 1위를 차지했을 만큼 돋보였다.

국내 최장신 공격수 김신욱의 2013시즌도 화려했다. 정규리그 마지막 날 순위가 바뀌는 파란 속에 포항이 정상에 올랐지만 그 해 가장 뛰어난 선수는 누가 뭐래도 울산 김신욱이었다. 높이의 진가를 발휘한 그는 시즌 내내 울산의 상승세를 이끌며 크게 주목 받았다.

정조국은 2016년 ‘제2의 전성기’가 어떤 것인지를 잘 보여준 케이스다. 전북의 승점 감점으로 서울이 행운을 안았지만 선수 개인의 활약은 20골을 넣어 득점왕에 오른 광주 정조국을 따라갈 수 없었다. 이전 3명의 비우승팀 MVP는 모두 준우승팀이었지만 당시 광주는 8위였다는 점에서 더욱 화제가 됐다.

2018년은 말컹의 해였다. 2위 경남의 돌풍이 뜨거웠던 가운데 말컹의 활약은 독보적이었다.

말컹은 1,2부 리그에서 모두 MVP를 차지한 최초의 선수였다. 또 준우승팀 MVP 중 최초의
외국인 선수이기도 하다.

말컹을 포함해 외국인이 MVP를 받은 건 모두 4차례다.

2004년 수원의 브라질 출신 나드손이 외국인 최초의 MVP다. 2007년엔 역시 브라질 출신 따바레즈(포항)가 영광을 안았고, 몬테네그로 출신 데얀(서울)은 2012년 3번째 외국인 수상자로 이름을 올렸다.

역대 MVP 중 복수의 수상자는 2명이었다. 가장 많은 수상은 4차례의 이동국이다. 포항을 통해 프로에 데뷔한 그는 전북 이적 이후인 2009년을 비롯해 2011년, 2014년, 2015년 MVP에 선정됐다. 성남의 전성기를 이끈 신태용은 1995년과 2001년 2번 수상했다.

이제 K리그는 37번째 MVP 수상자를 기다린다. 지난해 수상자 말컹은 2부리그 출신을 의심하던 사람들에게 제대로 보여주기 위해 이를 악물었다고 했다. 또 3번의 부상을 딛고 일어서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그런 불굴의 의지가 높은 평가를 받았다. 투표라는 게 기록도 중요하지만 그런 강렬한 인상도 크게 영향을 미친다. 얼마 남지 않은 시즌인 만큼 MVP를 원하는 선수들 모두 좋은 마무리하시길 바란다.

최현길 전문기자·체육학 박사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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