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가오슝] 차가운 격전지? 동갑내기 오태곤·문상철의 뜨거운 1루 경쟁

입력 2019-11-20 16:51: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오태곤(왼쪽), 문상철. 스포츠동아DB

1루수는 전통적으로 수비보다 공격력을 요구받는 포지션이었다. 현대야구에서 1루 수비의 중요성이 높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초점은 타격 쪽에 더 맞춰져있다. 이승엽, 장종훈, 김기태(이상 은퇴) 등 KBO리그 역사에 발자취를 남긴 1루수 가운데 거포들이 즐비한 이유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KT 위즈의 사정은 달랐다. 2019시즌 KT 1루 포지션의 wRC+(조정득점생산)는 70.8이었다. wRC+는 리그 평균의 공격 생산력을 100으로 상정하는 기록이다. 1루 포지션은 리그 전체 평균보다 높아야 본전인데, KT는 오히려 30% 가까이 손해를 본 셈이다.

자연히 사령탑의 고민도 깊었다. 이강철 KT 감독은 ‘괴물’ 강백호와 외국인 외야수 멜 로하스 주니어의 1루수 전향 가능성을 검토했다. 하지만 로하스의 1루 수비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강백호는 아직 선수 본인의 외야 성공 욕심이 강하다. 이 감독은 이들에게 불편함을 강요하기보단 기존 자원들의 성장에 기대를 걸기로 했다. 대만 가오슝 마무리캠프에서 보인 모습이 괜찮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선택이다. 주인공은 1991년생 동갑내기 오태곤과 문상철이다.

오태곤은 2019시즌 123경기에 출장해 타율 0.250, 6홈런, 35타점을 기록했다. 지난해 생애 첫 두 자릿수 홈런(12개)을 기록하며 기대를 모았으나 2019년은 벽을 넘지 못했다. 상무 야구단을 전역하고 본격적인 복귀 시즌을 치른 문상철도 33경기 타율 0.200, 2홈런, 7타점에 그쳤다. 2019년 KT의 1루 파괴력이 떨어진 것도 이들의 성장세가 기대에 못 미쳤던 영향이 크다.

사실 매년 겨울마다 팬들을 설레게 했던 이들이지만 올해는 깊이가 조금 다르다. 오태곤과 문상철 모두 이번 마무리캠프를 ‘실패의 기회’로 삼았다. 문상철은 타격으로 본인의 방향성을 명확히 설정하고자 했다. 다리를 들며 레그킥을 하기도, 다시 다리를 내리기도 해봤다. 이 폼 저 폼으로 부딪혀보며 자신에게 맞는 옷을 마침내 찾았다. 오태곤의 접근법은 반대였다. 타격에 관해서는 자신만의 것을 확실히 확립하고자 했다. 그간 자신의 폼에 의심이 많았고 이리저리 고치기 바빴는데, 이번 캠프에서는 우직하게 자신의 것을 고집했고 정착시켰다.

접근법은 다르지만 목표는 주전 1루수다. 동갑내기 친구간 선의의 경쟁이 진행 중인 셈이다. 오태곤은 “누가 주전 1루수가 되든 멋지게, 후회 없는 모습으로 팀에 기여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문상철 역시 “각자의 장점을 어필하면 감독님과 코치님이 주전을 결정하실 것이다. 누가 됐든 자신의 것을 온전히 보여줘 팀이 강해지는 데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고 다짐했다.

가오슝(대만)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