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레벌 에스컬레이터부터 딩딩트램까지’, 홍콩 겨울 시간여행

입력 2019-11-22 16:33: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홍콩의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대표적인 블록인 올드타운 센트럴의 모습. 옛스런 건물과 사당이 있고 멀리 현대식 고층 아파트가 보이는 동네다. 홍콩|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 홍콩 겨울여행, 올드타운 센트럴·완차이·웡척항·삼수이포

-올드타운 센트럴,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 시간여행
-완차이, 홍콩 근현대 역사 고스란히 남아있는 지역
-웡척항, 평범한 항구 동네서 트렌디한 핫스팟 변신
-삼수이포, 뉴트로 감성의 진수 맛볼 ‘홍콩 힙지로’

늘 후더분한 날씨를 떠올리지만, 홍콩에도 겨울은 있다. 다만 우리네 겨울처럼 매서운 칼바람과 콧끝이 찡한 추위는 아니다. 그들에게는 제법 쌀쌀하다지만, 우리 기준으로는 가을 날씨 정도다. 12월과 1월 평균 기온이 대략 12~17도, 최저기온도 10도 안팎이다. 무더위와 습기 때문에 홍콩여행을 꺼리던 사람들에게는 돌아다니기 좋은 시기다. 특히 5월부터 10월까지는 한 블록 걸어가는 것도 부담스럽던 도심투어가 오히려 이 시기가 날씨 크게 신경쓰지 않고 한국을 돌아다니듯 다닐 수 있다.

올드타운 센트럴의 명물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 원래 고지대 주민들의 교통편리를 위해 설치했으나,지금은 홍콩 도심의 관광명물이 되었다. 홍콩|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홍콩에는 현대적 마천루와 세련된 디자인의 ‘힙’한 거리 못지않게 그들의 근현대사와 그곳에 살아온 사람들의 삶을 느끼고 만날 수 있는 마치 옛 흑백사진 같은 정감의 동네들이 많다. 센트럴의 올드타운, 완차이 등을 돌아다니면 과거의 어느 시간을 거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 ‘중경삼림’의 그곳, 올드타운 센트럴

올드타운 센트럴은 보통 할리우드 로드와 미드레벨 지구 사이, 그리고 노호와 소호 지역을 통칭한다. 이곳을 쉽게 돌아보려면 한번에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를 타는 것이 좋다. 언덕에 있는 동네를 바라보며 올라가는 시티 에스컬레이터는 무척 이색적이어서 그 자체만으로 타는 재미가 있다. 영화 ’중경상림‘에서 왕페이와 양조위의 로맨스에 등장해 유명세를 탄 이래 지금은 홍콩여행의 필수 체험 아이템이다. 올드타운 센트럴은 ’중경삼림‘ 이외에 ’천장지구‘ 등 여러 영화의 로케이션 장소였다. 이곳 더들 스트리트의 가스등 계단에서는 홍콩이 지닌 고풍스러운 멋을 느낄 수 있다.

완차이 지역을 지나는 딩딩트램. 속도는 느리지만, 정류장이 많고 요금이 저렴해 서민들이 사랑하는 교통수단이다. 현대식 디자인의 최신차량도 있지만, 나무 손잡이와 좌석 등 옛 전차의 정취를 그대로 지닌 것도 많다. 홍콩|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 트램서 보는 매혹스런 야경, 완차이

완차이는 홍콩에서 가장 오래된 상업지구이다. 20세기 초중반의 옛건물들이 여전히 남아있는 고풍스러운 동네다. 완차이의 또 따른 매력은 1904년부터 운행하고 있는 딩딩트램이다. 종을 두 번 울린다고 하여 붙은 이름인데 홍콩에서 가장 저렴한 교통수단이며, 100년 전에 만들어진 6개 노선 위를 지금도 여유롭게 오간다. 천천히 가기 때문에 여행자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거리 풍경과 오가는 사람들을 구경하기 좋다. 특히 밤에 도심 네온사인에 불이 들어오면 트램 2층에서 바라보는 거리 풍경은 무척 매혹스럽다.

■ 아트갤러리와 수제맥주 양조장, 웡척항

2016년 말 지하철 사우스아일랜드 라인이 개통되면서 홍콩섬 여행은 한층 편리하고 다채로워졌다. 홍콩을 대표하는 해양 테마파크 오션파크와 쇼핑 애호가들의 명소 호라이즌 플라자(Horizon Plaza) 아웃렛 등이 도심에서 불과 2-30분 거리로 가까워졌기 때문이다. 개통 덕분에 웡척항 일대에 활력이 생겼다. 공장과 서민 거주지가 모여있던 웡척항에 아트갤러리와 수제맥주 양조장 등 트렌디한 명소들이 생겼다.

뉴트로 정서가 물씬 풍기는 지역, 삼수이포를 대표하는 건축물 뢰춘생. 1930년대 지어진 홍콩 근대건축양식을 대표하는 명물이다. 지금은 한방 박물관으로 쓰고 있다. 홍콩|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 소박하지만 활기찬 서민 생활 매력, 삼수이포

원래는 홍콩 서민들이 모여있는 주거지역으로 여행자들에게는 그리 매력적인 동네가 아니었다. 하지만 이곳이 지닌 고풍스런 분위기와 서민들이 소박하지만 활기찬 모습이 여러 TV프로그램에 소개되면서 새로운 여행명소로 주목받고 있다. 요즘 젊은 트렌드의 하나인 뉴트로 콘셉트를 홍콩서 가장 잘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여행자들 사이에서는 ‘홍콩의 힙지로’라는 별칭으로도 불린다. 시장을 중심으로 가성비와 가심비를 갖춘 맛집들에서 스트리트 푸드의 진미를 맛볼 수 있다. 요즘은 도심재생사업을 통해 예술학교와 아트 스튜디오도 곳곳에 들어서고 있다.

삼수이포의 다이파이동(홍콩식 포장마차) 중 가장 유명세를 타고 있는 오이만상. 백종원의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에 등장한 이후 한국 여행객들이 많이 찾는다. 홍콩|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홍콩 겨울여행 TIP

우리 겨울과 비교하면 ‘온화하다’는 표현을 할 수 있을 정도지만 그래도 12월 밤에는 제법 쌀쌀할 때가 있다. 종종 0도 가까이 밤 기온이 내려가기도 한다. 대만이나 다른 동남아 지역 국가들도 마찬가지지만, 우리와 달리 홍콩에는 난방시설이 거의 없다. 있다고 해도 작은 전열 히터 정도다. 따라서 숙소 방에 썰렁한 냉기가 돌 수 있으니 잘 때 입을 따뜻한 옷을 챙겨가는 것이 좋다.

스포츠동아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