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강철 환히 웃게 만든 이보근, “수원에서도 가을 냄새 맡고 싶다”

입력 2019-11-23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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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에서 KT로 가게 된 이보근. 스포츠동아DB

KT 위즈의 대만 가오슝 마무리캠프 막바지였던 20일 국경칭푸야구장. 훈련을 지켜보던 이강철 감독에게 KT 스태프가 찾아와 한 가지 소식을 전했다. “2차드래프트에서 1순위로 투수 이보근 지명에 성공했다”는 내용이었다. 이를 들은 이 감독은 “1순위로 뽑고 싶은 선수였는데 올 줄 몰랐다”며 밝게 웃었다. 2019년, 창단 최고 성적인 6위에 오르며 2차드래프트 순번 다섯 번째였던 KT가 1순위로 바라던 선수를 품은 것이다.

2005년 현대 유니콘스에 입단해 13시즌 통산 470경기(607.1이닝)에 등판한 이보근은 35승38패15세이브84홀드, 평균자책점(ERA) 4.56을 기록했다. 그야말로 잔뼈가 굵은 불펜 베테랑이다. 젊은 투수가 많은 KT로서는 이보근의 존재감이 양과 질 모두 더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19시즌 19경기에서 ERA 9.72로 고전한 이유에 대해서는 구단 차원에서 다각도로 검토했고, ‘몸 상태에 이상이 없다’는 확신을 가졌다. 이 감독도 “스프링캠프에서 구위를 직접 체크해봐야겠지만, 좋을 때 모습이라면 필승조의 중심을 잡아줄 수 있지 않겠나”라고 설명했다.

22일 연락이 닿은 이보근은 “2019시즌을 앞두고 생애 첫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을 맺었다. ‘FA 후 나태해졌다’는 얘기를 듣기 싫어서 노력을 했지만 시즌 초에 여러 모로 잘 풀리지 않았다”고 돌아봤다. 이어 그는 “2군에서 절치부심했지만 누가 봐도 키움 불펜 투수들이 올 한 해 정말 잘 던졌다. 동료로서 포스트시즌의 전원 필승조가 부러웠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만큼 후배들의 호투가 인상적이었다”고 복기했다.

성공이라고 평가할 수 없는 2019년을 보낸 뒤 프로 처음으로 팀을 옮겼다. 자연히 각오가 남다르다. 그는 “2019시즌에는 데뷔 이래 가장 오래 2군에 있었다. 패전처리 시절보다 더했다”며 “예년보다 더 독한 각오로 고삐를 조일 수밖에 없다. 훨씬 더 높은 목표와 동기부여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KT에서 그는 투수 최고참으로서 분위기 조성에 힘쓰겠다고 다짐했다. 개인의 20~30홀드보다 KT의 팀 성적이 더 큰 목표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는 “KT가 올해 너무 아쉽지 않았나. 한 계단만 더 올랐어도 가을야구를 맛 봤을 것”이라며 “그 한 계단을 오르기 위해서는 경험이라는 가치도 무시할 수 없다. 내가 가진 경험을 후배들에게 알려줘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키움, 그리고 KT 팬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는 결국 한 줄기였다. “2019년 후배들에게 보탬이 되지 못했고 그렇게 팀을 떠나게 돼 팬 여러분들에게 죄송하다. 올해 보여줬듯 키움 불펜은 강하다. 후배들을 믿고 앞으로도 지금처럼 많은 응원 부탁한다. KT에서도 마찬가지다. 2019년에 필요했던 딱 한 계단을 딛을 수 있는 동력이 되겠다. 수원에서도 가을 냄새 맡으며 야구하고 싶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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